[IT애정남] 스마트폰 보호 필름, 필수가 아니라 상술인가요?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IT 전반에 관한 의문, 혹은 제품 및 서비스의 선택에 고민이 있는 독자의 문의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IT애정남’입니다. 몇 년전만 해도 스마트폰을 사면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붙이는 게 필수이자 상식인 것처럼 통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자체 강화유리도 상당히 품질이 높다 보니 화면 보호 필름, 강화유리 무용론까지 심심찮게 등장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때도 있는데요.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요? ehrrxxxxx님의 사연입니다. (일부 내용 편집)

스마트폰을 사면 당연히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붙여야 하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요. 최근 이런 제품들이 대부분 과장, 허위광고이며 별로 효과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안 붙이려고 하니 뭔가 불안하네요. 뭐가 사실인가요?

필수 아닌 선택, 개인차에 따라 효용성 달라져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현재 출시되는 스마트폰 화면은 대부분 제조사 차원에서 이미 상당히 품질이 높은 강화유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경도(Hardness)로 따지면 모스 굳기계로 6~7 정도입니다. 모스 굳기계란 광물의 딱딱함을 가르는 기준으로, 두 물질을 서로 긁었을 때 어느 쪽에 흠집이 나느냐에 따라 순서를 매긴 값입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 화면의 모스 경도가 6이라는 뜻은 6보다 경도가 높은 물질로 화면을 긁으면 흠집이 난다는 뜻입니다.

모스 굳기계에 따르면 동전은 3~3.5, 칼날은 5.5~6.5 정도의 경도를 지닙니다. 실제로 최신 스마트폰으로 실험하면 화면을 대놓고 칼날로 그어도 흠집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주머니에 스마트폰에 동전이나 열쇠를 넣어도 흠집이 생길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막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모를 흠집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이는 대부분 먼지에 의해 발생합니다. 모래, 미세먼지 등은 스마트폰보다 경도가 높은 광물 성분을 흔히 포함합니다. 따라서 이런 먼지가 화면에 마찰되면서 소위 ‘생활기스’라 부르는 미세한 흠집들이 발생하곤 하는 거죠.

그렇다면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는 이런 흠집이 발생하는 걸 막아줄 수 있을까요? 일단 페트나 우레탄 재질 필름은 두께도 얇고 경도도 유리보다 낮으므로 보호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강화유리는 사정이 낫지만, 스마트폰 자체 강화유리보다 경도가 높은 건 아닙니다.

강화유리 제조사들이 내세우는 '9H'는 일종의 마케팅 용어로 봐야 한다. 출처=셔터스톡
강화유리 제조사들이 내세우는 '9H'는 일종의 마케팅 용어로 봐야 한다. 출처=셔터스톡

시중에 판매되는 강화유리 상당수는 ‘경도 9H’라는 수치를 내세우며 홍보합니다. 모스 굳기계로 따지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9H라는 수치는 모스 굳기계가 아닌, 연필 경도라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측정한 수치입니다. 일종의 마케팅 용어라고 할 수 있는 셈입니다. 원래 자동차 유리막 코팅 업계에서 경도를 돋보이게 표현하려 쓰던 표현이 그대로 넘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강화유리들의 실제 경도는 대부분 스마트폰 자체 강화유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 강화유리를 부착하더라도 부착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흠집이 덜 나지는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사파이어 글래스 재질로 제작된 제품은 더 높은 경도를 지니고 있지만, 이런 제품은 잘 나오지도 않고 가격도 다른 제품보다 훨씬 비쌉니다.

이런 의미에서 화면 보호 필름이나 부착식 강화유리의 보호 효과가 다소 과장된 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붙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건 조금 섣부른 결론입니다.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붙여두면 적어도 스마트폰 맨 화면에 흠집을 나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깐요. 일종의 1차 방어막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스마트폰 맨 화면에 흠집이 나면 돌이킬 길이 없습니다. 수리점에 방문해서 화면을 교환하는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이는 적어도 십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하지만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붙여놓았더라면, 이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물론, 비용은 훨씬 더 저렴하죠.

낙하 시 깨지는 걸 방지하는 효과는 어떨까요?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가 낙하충격을 줄여주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도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유리라는 건 결국 미세한 흠집과 균열이 쌓이다 보면 내구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 화면도 마찬가집니다. 아주 낮은 높이에서 떨어뜨린 스마트폰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깨졌다는 사례가 종종 나오곤 하는데, 미세한 균열이나 흠집이 쌓이고 쌓인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소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붙여두고 스마트폰 화면을 새것처럼 유지했다면 이런 일을 줄일 수 있겠죠.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물론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부착하면 화질이나 터치 감도도 떨어지고, 여러모로 사용성이 떨어집니다. 이게 싫어서라도 맨 화면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물건이라는 게 쓰다보면 닳기 마련인데, 흠집 좀 난다고 대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런 분들은 굳이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부착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물건을 애지중지 여겨서 작은 흠집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이거나, 추후 중고 판매를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부착하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개인 습관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건을 비교적 험하게 다루거나, 자주 떨어뜨리는 분들이라면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부착하는 편이 낫습니다.

결론적으로 화면 보호 필름이나 강화유리를 반드시 붙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반대로 쓸모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화면 보호 필름이 없어도 괜찮다는 남의 말만 믿고 붙여놓은 필름을 뗐다가 어느 순간 생긴 흠집을 발견하며 후회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접합니다. 순전히 개인 선호 문제일 뿐,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의 성향이나 사용 환경을 잘 생각해보고 신중히 선택하길 권해드립니다.

'IT애정남'은 IT제품의 선택, 혹은 사용 과정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PC, 스마트폰, 카메라, AV기기, 액세서리 등 어떤 분야라도 '애정'을 가지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기사화하여 모든 독자들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IT동아 앞으로 메일(pengo@donga.com)을 주시길 바랍니다. 사연이 채택되면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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