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 과기대] 프라세비, "디지털 향 플랫폼, 틈새 시장에 통할 것"
[스타트업 in 과기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스타트업 발굴·육성 사업인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어 2022년도 역시 그린경제 분야 스타트업을 모집·지원합니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은 예비창업자들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하기 위해 2021년에 지원받은 스타트업 56여 개의 기업 중 20개 기업을 소개하는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in 과기대’를 기획했습니다.
미래 그린경제 분야를 이끌어갈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변화를 꿈꾸는 스타트업입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지원 보내주세요.
[IT동아 남시현 기자] 디지털 시대는 매체의 시대다. 아날로그 시절만 하더라도 우리는 어떤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해 직접 가거나, 경험해야 했지만 지금은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니터나 스마트폰, VR(가상 현실) 기기는 인간의 시각을 무한한 영역으로 넓히고, 스피커와 이어폰은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 신호로 구현해 인간의 청각을 자극한다. 물론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바에 비하면 차이점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인류의 경험과 통찰이 한 단계 진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들어섰음에도 후각과 미각, 그리고 촉각은 미지의 영역이다. 촉각은 물리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섬세한 감각까지 구현해내기엔 갈 길이 멀고, 미각은 재료나 품질, 방법 등의 한계가 명확하다. 후각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나 후각은 복합적인 화합물을 생성해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제한한다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 ‘나노 에멀젼 기술 기반 디지털 향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프라세비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나노 기술로 향 조합··· 사용자는 앱으로 쉽게 맡는다
박현수 대표가 프라세비를 설립한 것은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석사 출신인 박 대표가 ‘디지털 향 플랫폼’에 대한 사업화를 결심했고, 서울과학기술대 창업지원단이 예비창업 패키지로 박 대표를 도와 프라세비가 설립됐다. 프라세비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나노 에멀젼을 활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향을 즉석에서 만드는 기술이다. 박 대표는 “디지털 향 플랫폼은 9개의 카트리지로 구성된 나노 에멀젼 배합기 를 기반으로 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향사가 앱에 올려놓은 향을 선택하면, 기기가 자동으로 향료를 배합해 향수나 디퓨저 등으로 쓸 수 있게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원리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박 대표는 “배합기의 카트리지는 1마이크로그램 단위로 향을 조합할 수 있다. 사내 조향사가 레시피를 만들고, 기기가 정밀하고 정확하게 향을 배합한다. 물론 향수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숙성 과정이 필요하지만, 프라세비의 기술은 물리적으로 향 입자의 구성을 흉내 내므로 숙성할 필요 없이 곧바로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2월에 특허를 등록을 마쳤으며, 현재 3차 시제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세비가 향수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시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4천400억 원 수준인데, 2019년에는 6천억 원, 2023년에 6천5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 비교했을 때의 경쟁력은 어떨까. 박 대표는 “최근 향수 시장은 니치 향수가 대세다. 니치 향수는 소량으로 생산하는 프리미엄 향수로,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다만 제품에 따라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거나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는데 우리가 노리는 틈새가 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향수의 원재료는 기업 기밀로 취급돼 성분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있더라도 소비자가 확인할 길이 없다. 반면 프라세비에서 사용하는 원재료는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며, 조합할 수 있는 방식 하나하나가 니치 향수라고 할 수 있다. 재료의 투명성과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향을 찾는 방식이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낼 만 하다.
벤치마킹할 기업이 없지만, 과기대 도움에 나아가는 중
박 대표는 디지털 향 플랫폼과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은 있지만, 프라세비처럼 나노 기술로 향을 구현하는 방식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 말은 시장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다는 의미지만, 서울과학기술대 창업지원단의 도움을 통해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월 예비창업 패키지를 시작한 이후, 2021년도 11월이 되어서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그 배경에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이 있었고, 창업 자금부터 교육까지 폭넓게 도움을 받았다”라면서, “앞으로도 서울과기대가 추구하는 그린경제 실현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프라세비가 본받을만한 기업은 없지만, 박 대표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박 대표는 “시장에서 벤치마킹할 기업이 없지만, 반대로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라는 의미도 된다. 우리의 기술은 표적 항암 치료 등에 활용되는 수준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꾸준히 나아간다면 따라올 기업이 없을 것이다”라면서, “미래 가능성이나 시장의 확장을 그리기보다는, 당장 실현 가능한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소비자가 원하는 향수, 더 안전한 제품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