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 과기대] 한국그리드포밍 "신재생 에너지 시대 힘 싣는다"
[스타트업 in 과기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스타트업 발굴·육성 사업인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어 2022년도 역시 그린경제 분야 스타트업을 모집·지원합니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은 예비창업자들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하기 위해 2021년에 지원받은 스타트업 56여 개의 기업 중 20개 기업을 소개하는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in 과기대’를 기획했습니다.
미래 그린경제 분야를 이끌어갈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변화를 꿈꾸는 스타트업입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지원 보내주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바다나 산등성이 아래, 언덕 등 우리나라 곳곳에서 마치 선풍기처럼 생긴 풍력 발전기를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풍력 발전을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현재 7% 수준에서 2034년 25.8%까지 올릴 계획을 세웠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곳곳에 풍력 발전기가 들어섰다.
그런데, 풍력 발전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람은 1년 365일 내내 분다. 풍력 발전기 역시 항상 움직이며 전기를 만들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아니다. 나흘쯤 전기를 만들고 잠시 쉬고 다시 일한다. 즉, 발전 공백이 생긴다. 바람을 전기 에너지로 바꿀 때 전기 주파수가 흐트러지는데, 이를 안정화하려 ‘출력 제어’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풍력 발전기의 효율을 100% 발휘할 수 없다.
풍력 발전기의 출력 제어 시간을 줄이면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 공급 가능할 것이다. 해결책은 없을까? 스타트업 ‘한국그리드포밍’을 이끄는 강지성 대표는 ‘그리드포밍 인버터’가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전력거래소에서 일 하며 연세대학교에서 그리드포밍 인버터 연구로 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러다 이 기술의 장점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사내벤처 한국그리드포밍을 세웠다. 그와 같은 뜻을 가진 박사급 연구 인력도 속속 합류했다. 약 7개월 동안 지원을 받고 2021년 10월 독립했다.
“그린 뉴딜, 탄소 중립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부가 각별히 신경 쓰는 문제입니다. 탄소 중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 바로 발전이에요.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높이면 탄소를 아주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효율과 안정성이 낮다는 점이에요. 전력 운송이나 보관도 문제입니다.
해외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기업은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려고 이미 그리드포밍 인버터를 연구 개발 중입니다. 이 기술을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적용하면, 더 많은 전기를 전력망에 가져다줍니다. 교류 전력의 안정성을 높여 전력을 늘 원활하게 공급 가능한 장점도 있습니다. 해외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알맞게 그리드포밍 인버터 제어 기술을 다듬어 특허도 출원했습니다.”
전력 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발전이 꾸준히 이뤄져 주파수가 균일한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만든 전기는 특성상 주파수가 균일하지 않다. 이 전기를 전력망에 공급하면 전력 계통에 이상 혹은 불안정 현상이 생기기 쉽다.
그리드포밍 인버터는 전력 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전압과 주파수 출력을 스스로 변경한다. 그러면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원활하게, 안정적으로 전력 계통에 공급할 수 있다. 자연스레 출력 제어도 줄인다.
강지성 대표가 제시한 그리드포밍 인버터의 청사진을 에너지 업계가 눈여겨봤다. 연세대학교 실험실 창업으로 세운 한국그리드포밍은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구심점이 될 전남 나주 강소연구개발특구의 이노폴리스 사업에도 참가한다.
한국그리드포밍은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 GS 챌린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무역협회의 산업기술 융합 아이디어 공모전 I 콘테스트(I-Contest)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그린경제 부문 예비 창업 패키지에도 선정됐다.
기술과 이론만으로는 결과를 낼 수 없다. 실증을 거쳐 현실화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강지성 대표는 이미 자체 실험으로 그리드포밍 인버터의 성능을 확인했다. 기술과 여러 수상 성과를 토대로 올해 5월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실증에 참가한다. 2023년 말까지 제주도 해양풍력단지에서 3MW, 우리나라 가정 1,000곳이 쓸 분량의 신재생 에너지를 만들어 동시 공급하는 실증이다.
강지성 대표는 5월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실증을 성공리에 마친 후 규모가 더 큰 대단위 실증에 도전한다. 목표는 그리드포밍 인버터의 성능을 화석 발전소 하나를 완전히 대체할 정도로 높이는 것이다.
이어 한국그리드포밍은 풍력을 포함해 신재생 에너지 발전 전반의 관련 기술을 연구한다. 그리드포밍 인버터는 발전과 함께 움직이는 전력 변환 장치다. 따라서 발전 유형은 물론,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에 알맞게 최적화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전기의 수요와 공급 전반을 관리해 운용 효율을 높이는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도 연구한다.
“세계 각국은 3년~4년 뒤를 예상하고 에너지 관련 계획을 세웁니다. 즉, 지금 계획을 세워서 실행해야 3년~4년 후에 다른 나라보다 뒤쳐지지 않아요. 탄소 중립을 가속해야 할 우리나라는 바로 지금부터 그리드포밍 인버터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기술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제주도 전체 규모에 해당하는 신재생 에너지 실증이 진행 중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해외보다 신재생 에너지 침투율이 낮아요. 하루라도 빨리 신재생 에너지 실증을 거듭해 성과를 내야 탄소 중립을 하루라도 더 빨리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3면은 바다입니다. 해상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기 좋은 환경이에요. 이를 적극 활용해 신재생 에너지 침투율을 높여야 합니다. 이 때 풍력 발전의 가동을 100%에 가깝게 올리는 것이 한국그리드포밍의 계획입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