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명가와 中 스마트폰 협업, 혁신인가 상술인가
[IT동아 차주경 기자] 라이카, 핫셀블라드 등 옛 광학 명가들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는다. 필름 시대부터 쌓아온 사진 관련 기술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이식한다는 명분과 함께다. 광학 명가는 기술 이전과 수익을, 스마트폰 제조사는 사진 기술과 상표의 가치를 각각 얻는다.
힘을 합쳐 최고의 카메라 특화 스마트폰을 만든 라이카, 화웨이의 협업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한편으로는 광학 명가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밀월 관계가 상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스마트폰의 가격을 높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는 올 2월, 핫셀블라드와 3년간 파트너 관계를 맺고 이들의 이미지 기술을 모바일 기기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양사의 첫 결과물은 3월 출시 예정인 최고급 스마트폰 ‘파인드 X5 프로(Find X5 Pro)’로 알려졌다.
앞서 핫셀블라드는 2021년 초 중국 원플러스(OnePlus)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이들의 신제품 ‘원플러스9(OnePlus9)’과 ‘원플러스9 프로(OnePlus9 Pro)’에 사진 처리 기술을 전수한 바 있다. 이 관계는 2022년에도 이어져, 신제품 ‘원플러스10프로(OnePlus10 Pro)’에도 핫셀블라드의 카메라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즉, 핫셀블라드는 원플러스와 오포 모두에게 카메라 기술을 전수한다.
라이카는 2016년 중국 화웨이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스마트폰 P 시리즈의 카메라 유니트를 개발했다. 화웨이 P9을 시작으로, P 시리즈 스마트폰은 오랫동안 화질과 성능 면에서 최고급 카메라 특화 스마트폰으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화웨이와 라이카는 2021년 중순 파트너 관계를 정리했다. 화웨이 P50 시리즈는 양사의 마지막 협업 제품이 될 전망이다.
라이카의 새 파트너는 샤오미(Xiaomi)로 알려졌다. 샤오미가 곧 출시할 카메라 특화 스마트폰 ‘12 울트라(12 Ultra)’에 라이카의 렌즈와 사진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비보(Vivo)는 독일 광학 제조사 자이스와의 협업을 올해에도 이어간다. 1분기 내 출시 예정인 카메라 특화 스마트폰 신제품 ‘비보 X70프로(Vivo X70 Pro)’에 자이스 T 코팅 렌즈와 배경 흐림 기술을 적용한다. T 코팅은 빛 반사는 줄이고 사진의 해상력은 높이는 기술로 명성이 높다. 배경 흐림 기술은 플라나, 조나 등 자이스 렌즈 특유의 배경 흐림과 빛망울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재현한 것이다.
광학 명가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새 파트너 관계를 두고, 업계와 소비자의 의견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과 화질이 한 단계 발전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이들의 협업이 오히려 상표 가치를 떨어뜨리고, 스마트폰의 가격을 높일 구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라이카와 자이스는 렌즈와 코팅, 이미지 처리 엔진 설계 등 광학 기술을 파트너에게 전수했다. 반면, 핫셀블라드는 오포와 원플러스에 광학 기술이 아닌, 인물의 피부나 사물의 색상을 보정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핫셀블라드가 스마트폰 카메라의 광학 기술 공동 개발보다 상표 판매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주로 최고급, 플래그십 제품을 만들 때 광학 명가와 협업한다. 이에 이들이 광학 명가의 상표 가치를 스마트폰의 가격을 높이는 데 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