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인사이트저널] 우리 일상으로 한발 더 들어온 '가상 인간'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편집자주] 본 연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Business Innovation Track)'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이 [2022년 '위드코로나' 시대, 급부상할 '이것']를 주제로 각자 면밀히 조사,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미래를 이끌 대학생의 시선으로 예상, 분석한 기업/산업 트렌드와 성장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본문의 흐름과 내용은 IT동아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온택트 시대가 일상이 됐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온택트'란 비대면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연결(On)을 더한 개념이며, 온라인을 통한 외부 활동의 방식을 말한다. 이미 많은 기업과 소비자가 온택트 일상을 경험하고 이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중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셀러브리티(유명인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즉 가상 인간을 소개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광고 모델, 패션 브랜드의 전속 모델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 활동하는 등 실제 유명인들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온택트 시대에 다양한 활동 영역에서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정교한 외관을 가능하게 하는 건, 디지털 더블

'Fly so Higher' 가사와 함께 춤을 추는 모델이 등장한 최근 한 광고가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중독성 있는 노래와 모델의 매력이 돋보였던 광고였는데, 신예 배우 혹은 아이돌이라 여기고 그가 누군지 찾아 보기도 했다.

신한라이프의 가상 인간 모델 '로지' (출처=신한라이프 홈페이지)
신한라이프의 가상 인간 모델 '로지' (출처=신한라이프 홈페이지)

놀랍게도 이 광고 모델은 사람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가상 인간 '로지'였다. 로지를 비롯해 수 많은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은 사람과 구분되지 않는 정교한 움직임과 외관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모습과 움직임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싸이더스 스튜디오가 만든 '로지', 롯데 홈쇼핑의 '루시' 등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디지털 더블'이라는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디지털 더블이란 특정 실제 모델의 얼굴에 인공지능이 가상 얼굴을 입히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딥페이크 기술과 달리 3D 분석을 통해 얼굴을 합성하기 때문에 자연스럽다는 특징이 있다. 3D 모델링을 통해 합성할 얼굴을 100만 분의 1미터 수준으로 정교하게 분석하고, 딥러닝 기술을 통해 인공지능이 사람 표정에 따른 얼굴 근육을 분석하하고 정교한 가상 얼굴을 생성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의 인스타그램 계정 (출처=인스타그램, @rozy.gram)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의 인스타그램 계정 (출처=인스타그램, @rozy.gram)

이처럼 실제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외관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온택트 시대에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시장에서 주요 마케팅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상 인간 로지가 등장하는 신한라이프의 유튜브 광고 '라이프에 놀라움을 더하다'는 조회 수가 900만 회가 훌쩍 넘어 큰 화제가 됐다. 로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10만 명을 넘었고, 여느 인플루언서와 마찬가지로 캘빈클라인, 메종마르지엘라, 헤라 등 유명 브랜드의 광고와 일상 사진이 업로드된다.

디오비 스튜디오, 실제 사람 아니에요?

미국 스타트업인 '브러드(Brud)'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을 바탕으로 디지털 인플루언서를 만든다. 그중 '릴 미켈라'는 309만여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3대 에이전시인 CAA(Creative Artistic Agency)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실제 스타와 다를 바 없이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서 활동하고, 수많은 SNS 팔로워를 보유하며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를 얻는다. 실제로 브러드의 릴 미켈라는 프라다, 겐조, 샤넬, 지방시 등 유명 하이 브랜드들과 협업하여 패션과 뷰티 영역 내 영향력을 입증했다.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출처=인스타그램, @lilmiquela)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출처=인스타그램, @lilmiquela)

국내에도 많은 기업들이 가상 인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상 인간 '루이'를 제작한 디오비 스튜디오가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 유튜버인 루이는 '루이커버리'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주로 활동한다. 디오비 스튜디오는 루이를 제작한 가상 얼굴 분양센터로, 자사가 개발한 디오비 엔진'을 활용한다. 디오비 엔진은 다양한 사람의 얼굴을 학습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얼굴을 생성한다.

인공지능 유튜버 루이의 '루이커버리' 채널 (출처=유튜브)
인공지능 유튜버 루이의 '루이커버리' 채널 (출처=유튜브)

실제로 루이커버리 채널의 영상을 시청해 보면, 가상 인간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실제 댓글에서도 가상 인간임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굉장히 많다. 루이는 한국관광공사 명예홍보대사로 임명이 되고, 주요 방송사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루이커버리 채널의 콘텐츠와 댓글을 보면, 루이가 직접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처럼 실제 사람과 흡사한 가상 인간은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디오비 스튜디오는 멀티 페르소나(다중 인격)가 필요한 환경에 부캐를 만들어 가상 얼굴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상 인간은 앞으로 광고 모델 혹은 인플루언서에서 나아가, 각 개인의 디지털 캐릭터로서 존재하는 등 활용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이다. 디오비 스튜디오의 우수한 기술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가상 인간 제작 사업이 향후 발전할 메타버스 세계에서 큰 가치를 생성하길 기대해볼 만하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INFLUENCE'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가상 세계에서 살아간다. 이들이 활동하는 곳은 SNS, 메타버스, 동영상 등의 온택트 시대의 주요 플랫폼이다. 주로 MZ세대가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역시 MZ세대가 대상인 분야에 주로 활용된다.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외모, 라이프스타일, 성격까지 갖춘 이상적인 모델이 탄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가상 인간 로지는 지난 9월 영캐주얼 브랜드 '질 바이 질스튜어트'의 가방 라인 전속모델로 발탁됐다. 질 바이질스튜어트는 로지의 발랄한 이미지와 힙한 라이프 스타일이 브랜드 대상 고객의 특성과 부합해 모델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출처=질 바이 질스튜어트
출처=질 바이 질스튜어트

광고를 집행하는 브랜드 입장에서 모델의 신뢰도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기업의 이윤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또한 소비자들에게 가치 요소로 다가가는 가운데, 모델의 이미지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으로 최근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모델과 계약을 해지하는 '광고계 손절' 또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이런 걱정이 없다. 그들은 범법 행위를 하지도 않고, 논란을 야기하기도 않는다. 특히나 신뢰가 중요한 금융 광고인 신한라이프 또한 이러한 이유로, 구설수에 오를 여지가 없으며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을 로지를 광고 모델로 발탁한 것이라 추측한다.

하지만 이런 가상 인간이 우리 일상에 효과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여러 가지 한계점도 고려해야 한다. 가상 인간은 일반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생성되기 때문에, 획일화된 미의 기준만을 강화해 외모지상주의를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가상 인간을 활용한 성범죄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루이에 대한 성희롱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디오비 스튜디오는 이를 발견 즉시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전에 윤리적 의식이 향상되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해결 방안이다.

더 나아가, 가상 인간의 얼굴은 인공지능이 학습한 얼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되는데, 현재까지는 이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기술적인 문제점도 있다. 성숙한 윤리적 의식과 기술 고도화를 통해 가상 인간의 한계점에서 벗어나, 우리 삶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온택트, 메타버스, 가상 인간,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과 환경이 우리 일상에 빠르게 흡수되며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역시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이상적인 가상 인간으로서 탄생되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유명 인사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완벽하지 않더라도 사람만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바로 '공감', '소통', 그리고 '실수'다. 사람의 불완전함이 사람을 좀더 완전하게 만든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영역이 확대되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줌과 동시에 사람의 불완전함이 되려 소중해지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글 /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백지현 (wlgusttm@yonsei.ac.kr)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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