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IT] 통신 업계의 '라스트 마일' 혁신, FWA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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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유통 업계나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새 부쩍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라스트 마일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직전의 마지막 1마일(약 1.6km)를 뜻한다. 실제로 딱 1마일을 말하는 게 아니라 여정의 마지막 단계를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이를테면 지하철역에서 직장 혹은 집까지 다다르는 마지막 과정, 도매 유통망을 거쳐 마트에 입고된 상품이 배송 주문을 통해 소비자 문앞까지 이르는 과정을 말한다. 짧다면 짧은 거리지만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이 만들어지는 유일한 지점이기에 중요성은 크다. 그래서 이 라스트 마일 구간을 어떻게 개선하고 혁신하는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라스트 마일 개념을 유통 업계나 모빌리티 업계보다 먼저 주목한 곳은 통신 업계다. 통신 업계에서 라스트 마일은 가정이나 사업장에 다다르는 마지막 구간의 인터넷을 연결하는 통신 기술을 뜻한다. 그동안 통신업계에서는 이 라스트 마일에 주로 전화선(DSL) 혹은 유선 방송을 위한 동축 케이블(HFC)과 같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기술을 썼다. 주택이나 건물까지 직접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건 비용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광케이블이 주택이나 건물에 직접 들어오는 경우가 흔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이례적 경우다. 우리나라 전체 광대역 인터넷 중 광케이블망이 차지하는 비중은 84.76%로 OCED 국가 중 1위다(2020년 4분기 기준). 하지만 같은 시기 OECD 평균은 30.56%에 불과하다. 땅이 넓고, 인구 밀집도가 낮은 국가나 지역일수록 라스트 마일 구간까지 광케이블을 까는 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정보 기술 연구 자문 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기준으로 이동통신이 아닌 유선 인터넷과 같은 고정 광대역(Fixed Broadband) 인터넷 보급률은 32%에 불과하며 광케이블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중 5%에 그친다. 22%는 VDSL이나 케이블 같은 이전 세대 기술과 인프라에 의존한다. 68%는 그마저도 없어서 고정 광대역 연결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라스트 마일 문제를 해결해 줄 방안으로 최근 글로벌 통신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방안이 바로 고정 무선 접속(Fixed Wireless Access, 이하 FWA)이다. FWA는 라스트 마일 연결에 전화선, 동축 케이블, 광케이블과 같은 물리적 선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무선통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이 기지국을 통해 인터넷에 무선으로 접속하는 것처럼, 각 가정이나 사업장에 들어가는 초고속 인터넷을 무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5G 신호를 집에 설치한 수신기를 통해 와이파이 신호로 변환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FWA는 근래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지만 그동안은 무선통신 기술의 한계 때문에 활용이나 보급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속도와 지연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24GHz 이상의 고대역 주파수(밀리미터파),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를 활용하면 FWA로도 기존 라스트 마일 기술을 대체할만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인터넷 서비스 발달로 초고속 인터넷 접근 여부에 따른 정보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는 점도 5G FWA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 5G FWA를 활용하면 비용이나 효율 문제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추지 못한 소외 지역에도 비교적 저렴하고 빠르게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원격 근무나 원격 교육이 일상화되면서 이런 현상은 오히려 가속하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은 지난 2018년 10월 5G FWA를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이동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그해 12월보다 2개월 앞선 시점이다. 이는 5G가 단순히 이동통신만을 위한 기술이 아님을 시사한다. 퀄컴 크리스티아누 아몬 CEO도 지난 4일 CES 2022 기자간담회에서 “밀리미터파를 포함한 5G는 범용적인 라스트 마일 기술”이라고 말하며 5G 활용 분야가 단순히 이동통신 분야에 그치지 않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퀄컴은 지난 2019년 5G FWA를 위한 플랫폼 1세대를 출시하고, 세계 각국 통신 사업자들과 협업하며 커지고 있는 5G FWA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G FWA 플랫폼 2세대를 선보였고, 이번 CES 간담회에서는 미국 통신사 AT&T와 5G FWA 분야에서 협업한다는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퀄컴 외에도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등 통신 장비 업체, 세계 각국의 통신 사업자 모두 5G FWA 시장 성장 추이에 주목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일찌감치 나섰다.
스웨덴 통신 장비 제조사 에릭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 세계 통신 서비스 제공사 중 72%가 이미 FWA를 서비스하고 있다. 앞으로의 잠재력도 크다. 가트너는 중국 제외 전 세계 고정 광대역 인터넷 보급률이 2020년 32%에서 오는 2030년까지 46%로 늘어날 것이며, 그중 가장 5G FWA가 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기준 22%인 VDSL과 케이블 보급률이 3% 수준으로 낮아지고 그 수요를 5G FWA와 광케이블이 흡수한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러한 전 세계적 흐름과 별개로 국내 통신사들은 5G FWA에 별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광케이블 및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매우 높아 그 필요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