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가 택한 '뉴스 구독'... 포털의 사회적 책임은?
[IT동아 정연호 기자] 카카오의 다음 뉴스가 바뀐다. 모바일 다음 뉴스 첫 화면에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기사들이 사라지고, 1월 중순부터 이용자가 구독한 언론사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보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미 카카오톡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큐레이션 ‘카카오뷰’를 모바일 다음 뉴스에도 확대 적용한 것이다. PC 버전 다음 뉴스는 2022년 상반기부터 달라진다.
카카오뷰는 콘텐츠 보드를 발행하는 창작자를 구독하는 서비스다. 이 보드엔 언론사와 블로거, 크리에이터 등의 창작자가 만든 콘텐츠가 담겨 있다. 보드의 콘텐츠는 다음 사이트 내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인링크가 아니라, 개별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로 제공된다.
카카오뷰 메뉴는 ‘발견’, ‘MY뷰’ ‘뉴스탭’ 세 가지다. 이용자가 관심사를 설정하면, ‘발견’에는 이에 맞는 콘텐츠 보드가 나타난다. 마음에 드는 보드의 창작자를 구독하면, 이들이 발행하는 콘텐츠 보드를 ‘MY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다음 뉴스엔 언론사의 보드만 따로 보여주는 ‘뉴스탭’이 추가된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언론사 구독 서비스를 제공했다. 작년 12월엔 네이버의 PC 뉴스에도 언론사 구독 모델을 적용했다. 뉴스 첫 화면에서 알고리즘이 추천한 기사가 사라지고, 개인이 구독한 언론사의 기사 보드가 생긴 것이다. 네이버와 인링크 계약을 맺은 콘텐츠 제휴(CP) 언론사만 구독할 수 있고, 아웃링크 방식의 뉴스 스탠드나 검색 제휴 업체는 구독이 불가능하다.
부담스러운 개입은 그만,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는 주요 통로는 네이버와 다음 등의 거대 포털이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난 일주일간 온라인 뉴스를 이용한 경로를 물었을 때 ‘검색엔진 및 뉴스 수집 사이트(72%)’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뉴스 웹사이트 및 앱’이라고 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언론사와 정치권에게 거대 포털은 대중들과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다리이다. 그 안에선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해 관계자들이 포털의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은 폐지됐으나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는 필요한 정보와 최신 트렌드를 확인하는 주요한 도구였다. 다만, 이용자들의 관심이 몰리며, 여론이 형성되는 장소인 만큼 악용 사례도 빈번했다. 기업 마케팅도 이용자가 검색창에 특정한 단어를 치게 한 뒤, 해당 검색어의 순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실시간 검색어로 기사를 쓴 뒤, 클릭 수를 높여 광고수익을 올리는 어뷰징 기사도 문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반복적으로 전달돼, 특정 인물을 향한 명예훼손과 마녀사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실시간 검색어 폐지의 직접적인 계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찬반 양측이 검색어 순위를 집단으로 조작했던 사건이다. 지지자는 ‘조국 힘내세요’를, 반대자는 ‘조국 사퇴하세요’를 실시간 검색어로 조직적으로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로 포털을 통한 여론 조작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거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제도는 사라졌다.
알고리즘 추천 방식에서 뉴스 구독으로 전환하는 이유도 포털이 여론에 개입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포털을 통한 여론 조작 논란이 반복된다면, 포털이 뉴스 서비스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물론, 거대 포털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뉴스를 추천하므로, 기사 추천의 결과물이 편향적이지 않고 중립적이라고 말한다. 카카오는 ‘루빅스’, 네이버는 ‘에어스’ 알고리즘으로 이용자 맞춤형으로 뉴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알고리즘 역시 사람이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개입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윤영찬 의원은 국회 교섭단체 회의를 들으면서, 보좌진에게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세요”라는 문자를 보내 포털 뉴스가 정치권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논란을 빚었다. 해당 사건은 주호영 당시 국민의 힘 원내대표 연설 보도가 다음 메인 뉴스로 선정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윤 의원은 “여아 대표연설의 포털 노출 과정에서 형평성에 의문을 가졌던”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스 편집 알고리즘이 객관적이며 공정한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는 뜻이다.
정치권과 여론이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포털 입장에선 과거보다 상대적인 중요성이 떨어진 뉴스 서비스를 직접 관리하는 건 그렇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이들은 뉴스 외에도 이용자를 유인할 수 있는 쇼핑, 웹툰, 음원 스트리밍, OTT, 이용자 자체 제작 콘텐츠 등을 많이 보유했다.
뉴스 이용 경험, 구독으로 개선될까?
카카오는 구독을 도입하는 이유를 “쌍방향 소통으로 언론사와 구독자의 관계를 강화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용자는 흥미로운 창작자를 구독하고, 창작자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충성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포털 뉴스의 문제들을 구독 모델만으론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언론사가 직접 기사를 배치하고, 이용자가 창작자를 선택한다면 뉴스 이용 과정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광고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트래픽을 유치하기 위해서, 언론사는 선정적인 편집과 자극적인 기사를 내놓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의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뉴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구독 모델과 함께 공익적인 편집이 가능하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포털 종속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탈 포털’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부터 ‘팩플’ 뉴스레터 등의 홈페이지 회원 전용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온라인에서 구독료를 내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페이월’의 앞 단계, ‘로그인 월(login wall)’을 도입했다. 조선닷컴에서 기사 10개 이상을 보면, 로그인해야만 다른 기사를 추가로 열람할 수 있다. 한겨레는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란 후원 회원제를 시작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언론사가 본인만의 플랫폼을 구축하더라도 그전만큼의 수익을 얻긴 힘들 것이다. 여러 가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함께 유통하는 전략과 충성 독자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모든 언론사가 독립 플랫폼으로 살아남을 역량을 갖추긴 힘들다.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건전한 매체에 한해선 사회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