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알아서 나를 따라다니는 '쇼핑카트'가 있다?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코로나19 시대 속, 새로운 일상으로의 전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19는 수많은 산업에 전례 없는 피해를 끼쳤습니다. 모임 취소, 재택근무 확대, 비대면 온라인 수업 등 사람들의 일상은 강제적으로 변화를 겪었죠.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대체한다는 의미의 ‘홈코노미’, ‘홈밥’, ‘홈술’, ‘홈트레이닝’ 등 다양한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집에서 밥먹는 일이 많아졌어요.
개인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은 일상은 ‘식사 문화’인 것 같습니다. 사람의 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을 ‘의식주’라고 꼽을 정도로, 식사는 본능적이고도 생존과 크게 연관되어 있죠. 밥을 안 먹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타인과의 접촉은 최소화하면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식사 문화는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0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일상 변화’에 따르면, 외식 비율은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해 약 56.8% 감소했습니다. 반면 가정 내에서 취식할 수 있는 배달음식 주문과 직접 요리하는 비중은 각각 56.6%, 57.6% 증가했다네요.
필자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외식보다 배달음식을 먹는 경우가 늘어났는데요. 최근에는 건강한 식단을 위해 직접 요리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집에서 즐길 만한 취미로 요리가 꽤 괜찮은 선택이더군요. ...물론 맛은 보장할 수 없지만요. 하하.
외식을 줄이고, 직접 요리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마트에서 장 보는 횟수도 꽤 많이 늘어났습니다. 장 보는 데 지출하는 비용도 증가했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마켓리포트 ‘코로나19로 떠오르는 식품’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주 1회 장을 본다는 응답률(42.5%)은 주 2~3회(34.9%)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주 2~3회 장을 본다는 응답률(42.5%)은 주 1회(29.8%)를 넘어섰습니다. 평균 장보기 비용도 상승했는데요. 코로나19 이전 1회 평균 장보기 비용은 7만 8,605원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평균 비용은 8만 7,704원을 넘어서면서 9,099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줄어든 만큼 마트에서 장 보는 횟수가 늘어난 것 같아요. 지출도 많아졌고요.
맞습니다. 필자도 요즘 들어 마트 영수증에 쌓이는 마일리지를 볼때마다 새삼 놀랍니다. 그런데 혹시 최근 늘어난 장보기로 인해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매번 가는 마트인데 왜 항상 필요한 물건은 잘 보이지 않는지 참 이상합니다. 물건을 찾으려고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 직원에게 물어보죠. 구매할 목록을 메모해서 장을 보러 가도 꼭 한두 개는 빠뜨립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 마트를 가면 계산대 줄이 너무 길어 쇼핑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 경우도 있죠. 오늘은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관심 있어 하실만한 모빌리티 아이템을 가져왔어요. 바로 편리하고 효율적인 쇼핑을 돕는 '스마트 쇼핑카트'입니다.
스마트 쇼핑카트? 어떤 제품인가요?
스마트 쇼핑카트는 글로벌 유통 업계들이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유통 산업 기술입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쇼핑카트에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과 센서 등을 결합해 쇼핑을 돕는 제품이죠. 물건을 일일이 스캔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결제하는 기능, 스크린에 유용한 정보를 띄우는 기능, 자율주행 기능 등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현재 월마트, Kroger 등 일부 지점은 스마트 쇼핑카트를 시범운영하고 있죠.
월마트는 지난 2016년 자율주행 쇼핑카트 관련 기술장치 ‘Motorized Transport Units’를 개발하고 특허를 승인 받았습니다. 중앙컴퓨터의 통제를 받아 작동하는 Motorized Transport Units는 기존 카트에 위치기반 센서, 공간/사물 인지 센서, 카메라, 무선 네트워크 등의 장치를 부착해 매장 내 자율주행을 실현한 기술이죠. 아직 월마트는 해당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쇼핑카트를 매장에 도입하지 않고 있지만, 무인 자율주행 배송 트럭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고객의 장보기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기대됩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Kroger’는 2021년 1월부터 ‘Caper’社의 AI 기반 스마트 쇼핑카트를 도입해 실증 운영하고 있습니다. Kroger가 도입한 스마트 쇼핑카트는 내장된 내비게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쇼핑 경로를 제공하고, AI와 머신 러닝 기술을 사용해 고객이 카트에 제품을 넣을 때 자동으로 스캔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습니다. 쇼핑을 끝낸 후 계산하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글로벌 유통업계는 스마트 쇼핑카트에 꾸준하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여러 지역에서 상용화를 위한 시범 운영도 이어가고 있죠. 향후 관련 시장 규모 확대를 예측하는 이유입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스마트 쇼핑카트 시장 규모는 약 9억 3,122만 달러(한화 약 1조 1,128억 원)로 평가되었으며, 연평균성장률은 25.62%로 2025년에는 약 29억 1,300만 달러(한화 약 3조 4,81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마트 쇼핑카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어디인가요?
시장 확대에 따라 스마트 쇼핑카트를 개발하는 업체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형 유통업체 또한 점진적으로 스마트 쇼핑카트를 매장에 도입하기 위해 실증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고객이 쇼핑카트 조작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장을 볼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 쇼핑카트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2012년에 설립해 미국에 본사를 둔 ‘Five Elements Robotics’입니다.
Five Elements Robotics가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쇼핑카트 ‘Dash Robotic Shopping Cart’의 핵심 기술은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 기술입니다. 구매하고 싶은 제품들을 입력하면, 가장 효율적인 쇼핑 경로를 탐색해 제공합니다. 운전할 때 최적 경로를 안내해주는 것처럼 쇼핑할 때 가장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는 것이죠.
또한, 앱 등에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구매 히스토리를 분석해서 관심 프로모션을 알려주고, 구매 제품의 보완재 등 고객이 필요할 수 있는 제품을 추천해줍니다. 예를 들어 무선 마우스를 구매하면 거기에 넣는 배터리를 추천해주죠.
스마트 쇼핑카트의 가장 편리한 기능 중 하나는 자동 결제입니다. Dash Robotic Shopping Cart도 자동 결제를 지원하죠. 카트에 달린 스캐너로 물건을 담을 때 바로 스캔할 수 있습니다. 계산대에 물건을 꺼내지 않고도 계산할 수 있는거죠. 결제는 카트에 달려 있는 카드 결제기기를 이용하거나 애플페이, 구글 월렛 등을 연동해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쇼핑을 끝내면 주차장으로 이동해 물건을 차에 싣고 나면, 쇼핑카트가 알아서 충전장소로 복귀합니다. 카트를 반납하기 위해 마트로 돌아가거나 카트 거치대를 찾을 필요가 없죠.
단점이라면 가격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쇼핑카트의 평균 가격은 대략 5,000 달러에서 1만 달러에 달합니다. 몇 대만 구매해도 직원 한 명의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죠. 다만, 스마트 쇼핑카트의 역할은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편하게 옮겨주는 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할 수 있어 제품 진열이나 보충 타이밍을 알려줘 직원 업무를 돕죠. 카트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제품 도난을 방지할 수 있고, 매장 내 보안 강화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쇼핑카트에 장착된 스크린을 통해 프로모션을 진행, 마케팅 효과도 올릴 수 있죠. 향후 관련 기술이 상용화되어 가격이 낮아진다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겁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스마트 쇼핑카트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있는지, 정부는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지난 2018년 4월, 이마트가 LG전자와 함께 고객인식, 안내, 결제, 음성인식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 쇼핑카트 ‘일라이’를 개발하고 시범운행을 실시했습니다. 일라이는 화면을 통해 고객에게 쇼핑 정보를 제공하며, 음성 명령으로 카트를 이동시킬 수 있었죠. 쇼핑을 끝내면 카트에서 간편 결제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술도 접목했는데요. 아쉽게도 안전상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아직 상용화하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이마트는 2021년 8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직군을 신설했습니다. 또한, 빅데이터 및 AI를 활용한 서비스 및 상용화 가능 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자율주행 쇼핑카트, 라스트마일 배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어, 앞으로 이마트가 선보일 미래 유통산업 서비스를 주목해볼 만 하죠.
정부 차원의 접근도 있습니다. 개별 기술보다는 스마트시티 조성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는데요.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가 세종시와 부산광역시를 대상으로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국가 시범도시 시행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민간기업의 활발한 참여를 위해 융합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공공 및 민간에 3조 7,000억 원 투자하며, 규제 장벽을 낮춰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모빌리티, 헬스케어, 교육, 에너지·환경, 거버넌스, 문화·쇼핑, 일자리 등 7대 스마트 서비스 구현을 위한 공간계획을 미래형 혁신 스마트 시티의 선도 모델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스마트 쇼핑카트 기술 상용화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떤 장애을 극복해야 상용화할 수 있을까요?
안정적인 상용화를 위해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마트는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하는 공간입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환경이죠. 따라서 기기의 오작동이나 돌발상황으로 인한 사고 예방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고객이 개인적인 쇼핑 기록 공유를 거부할 수 있어요. 즉,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AI가 고객 쇼핑에 개입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해야 합니다.
앞으로 신뢰도 있는 안전성 검증과 합리적인 개인정보 기준 정립을 통해 쇼핑이 더욱 편리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무거운 카트를 끌고 복잡한 마트를 돌아다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알아서 나를 따라다니며 물건을 고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쇼핑카트가 있다면, 장 보는 시간은 훨씬 더 즐거울 수 있겠죠. ‘즐거운 장 보기’는 그리 먼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