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업계 최고들을 위한 노트북,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
[IT동아 남시현 기자] 작년과 올해 전자제품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는 바로 폼 팩터(Form factor)다. 폼 팩터는 제품의 외형이나 크기, 물리적인 배열을 뜻하는 말로, 폴더 형태의 스마트폰이나 롤러블 형태의 텔레비전, 접고 펴는 형태의 노트북같이 정형화된 모습이 폼 팩터의 예시다. 폼 팩터 경쟁이 뜨거운 이유는 특정 제조사가 폼 팩터를 선점하게 되면, 시장 전체를 주도하는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플립이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된 점이나, 애플 에어팟 시리즈가 무선 이어폰의 대표 주자로 대접받고 있는 상황도 폼팩터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노트북 업계에서도 차세대 제품 시장을 놓고 폼팩터 경쟁이 한창이다. 코로나 19로 재택근무용 노트북 수요가 늘고, 또 노트북의 성능이 데스크톱을 상당히 따라잡으면서 노트북이 데스크톱 시장을 대체할 분위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수십년간 노트북은 접고 펴는 형태에서 얇고 가벼워졌을 뿐, 폼 팩터 자체가 변하진 않았기에 차세대 시장을 놓고 새로운 폼 팩터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노트북 폼 팩터는 어떻게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갖춘 에이수스(ASUS) 젠북 프로 듀오 UX582HS-H2017X(이하 젠북 프로듀오 UX582HS)를 통해 짚어본다.
폭 넓은 작업을 위한 두 개의 화면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는 에이수스의 비즈니스 노트북 라인업인 젠북(Zenbook) 라인업 중에서도 최상급 제품군이다. 프로세서와 그래픽 카드는 각각 11세대 인텔 코어 i9-11900H와 엔비디아 RTX 3080 8GB가 탑재되며, 32GB DDR4 메모리와 1TB NVMe SSD를 갖춰 업무용 노트북에서는 최상위 성능을 갖추고 있다.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가 폼 팩터 경쟁을 위한 제품인 이유는 제품 전면에 있는 ‘틸팅 스크린 패드 플러스’를 통해 두 대의 디스플레이를 쓸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제품이라서다.
일반적인 노트북은 전면에 모니터가 있고, 그 아래로 키보드와 터치패드가 배치돼있다. 그런데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는 전면에 15.6인치 4K UHD(3840x2160) 해상도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두고, 그 아래로 폭 14인치의 4K(3840x1100) 해상도 평면 내 전환(In-Plane Switching, IPS) 패널 ‘틸팅 스크린 패드 플러스’가 추가로 배치돼있다. 키보드는 스크린 아래에 배열되며, 그 옆에 마우스 조정을 위한 터치 패드가 배치된다. 특히 주력 디스플레이는 명함비가 무한대에 이르는 OLED 패널이며, 영상 편집에 최적화된 DCI-P3 색재현력을 100% 지원하므로 전문가 수준의 영상 편집에 적합하다.
두 화면 모두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는 만큼 작업 용도로의 확장성이 뛰어나다. 틸팅 스크린 패드 플러스는 전용 OSD(On Screen Display) 메뉴를 갖춰 밝기, 배경, 테마, 해상도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고, 전용 제어 센터나 앱 실행을 통해 업무를 보조할 수 있다. 또한 양쪽 디스플레이 모두 4천96단계 압력을 인식하는 스타일러스 펜을 지원하므로 간단한 메모부터 일러스트레이트까지 다양한 작업을 소화한다. 보조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젖힐 때 자동으로 전개되며, 그 아래로 쿨링팬이 배치돼 발열을 해소한다.
외부 입력 인터페이스는 좌측에 전원 단자와 HDMI 2.1 단자 및 오디오 단자, 우측에 2개의 썬더볼트 4 단자 및 USB 3.2 2세대 단자가 배치돼있다. 작업용 노트북인 만큼 랜 포트나 없고, USB 단자 개수가 부족한 점은 아쉽지만, 디스플레이, 저장 장치, 랜 포트, 외장형 그래픽 카드, 전원 충전 등 다양한 장치를 모두 연결할 수 있는 썬더볼트 4 단자가 두 개라서 확장해서 쓰면 된다. 아울러 썬더볼트 4 포트로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쓸 수는 있지만, 기본 소비전력이 240W인 전용 어댑터를 연결해야 사용 중 꺼지지 않는다.
최고 수준의 성능, 전문가용 편집·작업에 제격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에 탑재된 인텔 코어 i9-11900H는 8코어 16스레드 구성이며, 엔비디아 RTX 3080 8GB 버전은 노트북용 2세대 RTX 그래픽 카드 중에서도 최상급 라인업이다. 또한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기본으로 장착돼있는 만큼 사무 용도나 게임보다는, 3D 렌더링이나 영상 편집, 일러스트레이트 등 두 대 이상의 모니터가 효율적인 작업 빈도가 높은 전문가에게 적합하다. CPU 및 GPU의 성능을 확인해 보고자 장치 성능을 수치로 표현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크로스마크와 3D마크를 실행해 성능을 짚어봤다.
밥코(BAPCo)의 ‘크로스마크’ 벤치마크는 윈도우와 맥OS는 물론, 안드로이드 및 iOS까지 지원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실행 결과를 놓고 각 기기를 상대평가할 수 있다. 테스트는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전체 시스템 성능 및 시스템 응답성을 확인한다. 그 결과 생산성 1544점, 창조성 1539점, 반응성 1431점, 전체 점수는 1525점을 획득했다. 작업 성능을 놓고 보자면 데스크톱용 프로세서인 인텔 코어 i9-10850K나 AMD 라이젠 9 3950X 프로세서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점수다. 해당 프로그램은 윈도우 스토어나 맥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결괏값을 얻으면 현재 사용 중인 컴퓨터와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를 비교해 볼 수 있다.
UL벤치마크의 3D마크에 포함된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와 ‘CPU 프로파일’을 각각 테스트했다. 게이밍 성능인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 점수는 물리 점수 2만 1127점, 그래픽 점수 2만 1156점이다. 다만 그래픽 점수는 동종 그래픽 카드를 탑재한 다른 제품과 비교해서는 약 20% 정도 낮은데, 이는 특정 구간에서 열이 많이 발생해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췄기 때문이다. CPU 프로파일 역시 동종의 CPU가 최대 스레드에서 평균 7천279점이 나오지만,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에 탑재된 코어 i9-11900H는 6천473점으로 조금 더 낮았다.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의 성능이 동급의 게이밍 노트북보다 낮은 이유는 게이밍이 아닌 업무용 노트북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대다수 게이밍 노트북은 최고 성능과 높은 반응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 부하 작업 시 쿨링팬이 최대 속도로 동작한다. 반대로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는 최고의 성능보다는 복합적인 작업을 위한 제품이므로 고 부하 작업 중에도 최고 성능을 내지 않고 정숙성을 유지한다. ‘MyASUS’ 앱을 통해 고성능 모드로 진입하더라도 예상 성능보다 떨어지는 선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장점으로 보자면 십수 시간씩 연속으로 고부하 작업을 수행해도 안정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황에도 최고 성능을 끌어낼 수 없다. 이 부분은 추후 패치를 통해 선택권이 주어지길 바란다.
테스트 결과를 종합해 보면,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의 종합적인 성능은 지난해 초 출시된 300만 원대 고성능 데스크톱과 맞먹는 성능을 발휘한다. CPU 공정 발전에 따른 성능 향상으로 노트북 크기에서 고성능 데스크톱의 성능을 실현한 셈이다. 자주 외부에 노트북을 휴대해야 하는 전문가에게 적합하고, 추가 모니터만 연결하면 데스크톱 수준의 작업 성능을 제공한다. 다만 장시간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설정이 반영돼 있있어서 게이밍이 주 목적이라면 게이밍 노트북을 추천한다.
새로운 폼팩터, 업무 환경 변화에 이상적
기존의 노트북 형태가 익숙한 사용자라면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의 모습이 낯설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개의 창을 사용하는 게 기본인 전문가라면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를 보고 작업하기 좋겠다는 생각부터 떠오를 것이다. 아래에 배치된 틸팅 스크린 패드 플러스는 단순한 키패드가 아닌, 작업용 도구를 배치하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데 쓰는 고성능 디스플레이다. 작업에 잘 접목한다면 그 어떤 노트북보다도 효율적인 작업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의 형태가 나름 성공적인 폼팩터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고성능, 고효율에 초점을 맞춘 노트북인 까닭에 가격은 2022년 1월 기준 440만 원대 후반으로 매우 비싸다. 두 대의 모니터 혹은 디지타이저(Digitizer)를 쓰는 게 기본인 전문가, 영상 및 3D 작업 용도의 고성능 노트북이 필요한 업계 최고 전문가라면, 에이수스 젠북 프로 듀오 UX582HS-H2017는 실망하지 않을만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