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이재일 센터장, "창업 권하는 사회··· 우리가 조력할 것"
[IT동아 남시현 기자] 매년 1월 초가 되면 IT 업계의 시선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쏠린다. 전 세계 기업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 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 참석해 한해의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CES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와 기업들이 참여하지만, 가장 시선을 끄는 곳은 라스베이거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유레카 파크’ 전시관이다. 유레카파크는 창업 5년 이내의 새싹기업(이하 스타트업)만 참여할 수 있는 스타트업 전용 전시관으로, 전 세계에서 모인 수백 개의 스타트업과 기업 투자자, 벤처캐피털이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숨바쁘게 움직인다. 그중에서도 모든 기업 관계자들이 ‘필수 코스’로 여기며 거쳐 가는 부스가 있으니 바로 삼성전자의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p, 이하 ‘C랩)’ 관련 기업들이다.
C랩은 지난 2013년부터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프로그램으로, 임직원의 자율적인 아이디어 발굴과 창의적 조직 문화 확산을 위해 시작됐다. 이중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는 스타트업은 별도로 독립하며, 매년 선보일만한 기업들이 CES에서 빛을 발한다. 지금의 C랩이 이정도 위상을 갖게 된 이유는 매년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크지만, 그 배경에 C랩과 함께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노력도 뒷받침됐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이재일 센터장을 만나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고, 또 어떤 구상을 그리고 있는지를 들어보았다.
하찮은 아이디어란 없고, 모든 생각이 큰 가치 가진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이재일 센터장은 1987년 삼성 반도체 통신에 입사해 32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삼성맨’이다. 이 센터장은 2012년부터 삼성전자 인재개발센터와 창의개발센터를 이끈 바 있으며, 사내 창업 프로그램 ‘C랩’과 C랩 독립 프로그램인 ‘스핀오프(Spin-Off)’, 삼성전자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 등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부임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로, 지금은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창업 기업지원에 열정을 쏟고 있다.
인터뷰에 앞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삼성전자의 관계에 대한 정리를 부탁했다. 이 센터장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19개 혁신센터 중 최초로 출범한 센터며, 그 지역에 뿌리를 둔 대기업과 협력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성전자를 파트너 기업으로 두고 여러 방면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위치한 공간이 85년 전 삼성이 태동한 위치며, 삼성전자의 모태에서 삼성전자의 DNA를 이어갈 기업들을 찾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목적과 지원 범위는 어떨까? 이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시제품을 제작하는 창업의 초기 단계, 성장 단계를 거쳐 스케일업에 이르는 창업의 전 주기를 지원하고 있다”라면서, “아이디어만 있다면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고 사업 계획서를 만들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라고 말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20년에만 391개 기업을 지원하고, 약 1천367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90개 기업이 약 307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신규 고용만 1천111명이 창출됐다.
전국 19개 센터 중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만의 차별화된 스타트업 육성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센터장은 청년 창업 문화를 위한 ‘클러치(CLUTCH)’와 ‘C랩’ 두 가지를 핵심으로 꼽았다. 이 센터장은 “2019 기업가정신 실태조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청년 중 약 0.2%만이 창업 의지가 있다고 답했다. 그래서 우리 센터는 작년부터 대학생과 청년들이 마음 놓고 창업할 수 있도록 청년창업 활성화 전략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주 화요일 저녁에 지역 청년들이 모여 우수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센터와 지역 대학에 클러치베타캠퍼스를 운영해 대학생들을 위한 창업 교과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C랩도 대구 센터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라 말했다. 이 센터장은 “내년이면 C랩을 운영한 지 만 8년이 된다. 그 사이 삼성전자 현직 전문가 및 파견 인력과의 멘토링, 향후 삼성전자와의 협업 가능성, 대구시와 삼성전자가 공동 출자한 C랩 전용 펀드 등 매력적인 지원 방안을 구축해 대구는 물론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소재 스타트업까지 대구로 끌어들이고 있다”라면서, “내년이면 공동 운영 5년 차에 접어드는 만큼 한층 고도화된 ‘C랩 버전 3.0’을 야심하게 준비해볼 생각이다”는 뜻을 밝혔다.
스타트업 지원이 곧 지역 균형 발전의 시작
코로나 19로 인해 창업하기 힘든 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규모를 확장하는 스케일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유니콘 1개사, 아기유니콘 3개사를 배출한 데 이어 올해에도 아기유니콘 4개사를 연이어 배출했다. 이 센터장은 “올해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된 ‘쓰리아이’는 지난 2016년 설립 이후 매년 3~5배의 성장을 지속 달성하는 것은 물론 2021년 11월 기준 140여 명의 임직원을 확보하고 28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하는 등 대구 지역 사회에 다방면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지방 인력 감소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도 집중하고 있다. 센터는 ‘청년귀환 프로젝트’를 통해 대구를 떠난 청년들이 창업이라는 진로를 탐색하고, 창업을 위해 다시 대구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는 비(非) 기술 분야 창업에 대한 지원을 적극 확대해 사회적 가치나 여성 창업 문화 개선에도 팔을 걷어붙일 예정이고, 올해 청년창업 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클러치 프로그램을 대학과 연계해 창업 문화를 확산할 예정이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올해 11월 5일 동대구벤처벨리에 ‘대구스케일업허브(DASH)’를 개소해 대구 거점 스타트업 지원에 나선 것도 지원 방향과 무관치 않다.
말미에 이 센터장은 창업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하찮은 아이디어는 없다.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하는 하찮은 안목만 있을 뿐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센터는 이런 생각을 모토로 창업을 지원한다. 창업은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이를 의식해 도전하지 않을 필요도 없다”라면서, “우리 센터는 청년들이 가진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아이디어로 커나갈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있으며, 우리가 가진 역량과 노하우, 경험까지 모든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들의 도전을 응원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