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 왓섭 "구독 서비스·고정비 고민, 이제 그만"
[IT동아 차주경 기자] 스마트폰을 켜고 앱 서랍을 열어보자. 그리고 OTT(동영상 구독), 정기 물품 배달, 온라인 강의 혹은 뉴스 큐레이션(모음)등 ‘구독 서비스’를 몇 개나 쓰고 있는지 살펴보자. 대부분 하나 이상, 많은 이는 여남은 개에 달하는 구독 서비스를 쓰고 있을 것이다.
구독 서비스를 쓰면 아주 편리하다. 배송 구독 서비스를 쓰면 휴지나 생수 등 소모품, 신선한 먹거리를 때마다 자동으로 배송해준다.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쓰면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 뉴스를 포함한 유익한 정보를 보기 좋게 다듬고 재미까지 더해 가져다준다. 서비스 가격도 대개 한 달에 몇천 원에서 만 원 초중반, 커피 한두 잔 가격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구독 서비스를 여러 개 쓰다 보면 비용이 은근히 부담스러워진다. 해지 신청을 하려 마음 먹지만, 이를 금방 잊어버리거나 해지 절차가 복잡해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기 일쑤다.
구독 관리 플랫폼 ‘왓섭’을 이끄는 김준태 대표도 한 때 이 악순환을 경험했다. 통장에서 구독 서비스 요금이 시나브로 빠져나가는 것을 본 그는 ‘구독 서비스는 많은데, 왜 구독 서비스를 관리해주는 구독 서비스는 없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유료 앱이나 구독 서비스 이용 중 자동 결제 관련 분쟁을 겪는 것도 봤다.
김준태 대표는 모든 것이 지능화된 첨단 정보 통신 사회에, 왜 구독 서비스와 결제 관리는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는지 의아했다. 이내 직접 구독 관리 서비스 왓섭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 앱은 각종 구독 서비스, 전화 요금 등 고정 지출 비용의 종류와 금액을 모아서 관리하다가, 결제 시기가 되면 알려준다. 복잡한 서비스 해지 절차도 간편하게 해결해준다. 터치 몇 번이면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도록 돕는다. 최신 구독 서비스 소개와 원터치 가입도 제공한다.
그는 창업을 선택한 후, 한동안 가시밭길을 걸었다고 떠올린다. 창업 초기에는 앱을 개발할 개발자조차 없었다. 외부에 앱 개발을 의뢰하느냐, 개발자를 채용하느냐의 기로에 선 그는 두 방법을 병행하기로 결정한다. 왓섭 앱 개발을 외주로 맡기면서 틈틈이 개발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 실력 있는 개발자 겸 PM(작업 관리자)을 만나 왓섭을 본격 개발했다.
그럼에도 가시밭길은 이어졌다. 개발자를 섭외했다고 해서 단번에 고도의 서비스가 나오지는 않는다.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성능 개선과 오류 수정을 수십 차례 거듭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쓰러지는 서비스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김준태 대표는 왓섭 앱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목표, 소비자들의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는 기능을 일단 선보인 후 꾸준히 개량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 선택 역시 정답이었다. 왓섭 앱을 빠르게 선보이고 투자를 이끌어 서비스 완성도를 꾸준히 높였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쉽고 유용하게 쓸 서비스를 추구한다. 왓섭은 구독 서비스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 각종 결제도 자동으로 관리해준다. 적금과 대출, 교통비 등 정기 결제되는 ‘고정비’ 전반을 관리하는 기능을 품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거쳐 사업을 조금씩 이끈다. 그가 지금도 실행하는 전략이다.
왓섭의 강점을 묻자, 김준태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 세 개를 들었다. 첫 번째, 소비자가 왓섭을 좋아한다. 왓섭 사용자 가운데 89%는 광고를 보고 가입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 어떻게든 왓섭의 ‘입소문’을 듣고 가입했다고 한다. 입소문이 많이 난다는 것은 그 만큼 앱의 완성도가 높다는 증거, 소비자들이 만족하며 쓰고 주변에 권한다는 증거다.
이를 증명하는 숫자가 또 하나 있다. 왓섭의 사용자 수는 매달 40% 이상 늘고 있다고 한다. 앱 사용률과 유지 기간도 매우 높다고 한다. 왓섭을 설치한 소비자들이 앱을 금방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래 쓴다는 이야기다. 김준태 대표는 왓섭을 ‘시장이 원하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서비스’라고 자랑한다.
두 번째. 왓섭은 출범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임에도 정부 부처의 상을 여러 개 받았다. 최근 수상한 데이터스타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이전에도, 제28회 SW 퀄리티 인사이트 컨퍼런스의 SW제품 시장성 테스트 및 개선 과제 프로그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서울특별시가 연 미래를 이끌 4대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 시상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금융위원장상까지 거머쥐었다. 김준태 대표는 덕분에 사용자에게 안정성을, 제휴나 협력 파트너에게는 믿음을 주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세 번째. 팀원들의 우수한 역량, 애사심이다. 2021년 기준 왓섭의 임직원 수는 김준태 대표를 포함해 16명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공개 채용이 아닌, 독특한 채용 절차를 밟고 입사했다. 왓섭 앱을 사용하다가 이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앱의 완성도를 높일 자신이 있어서 입사를 제안한 직원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즉, 팀원 모두가 왓섭 서비스에 애정과 애착을 갖고 개선하려 노력한다.
그 결과, 왓섭은 1주에 한 번 서비스 개선 업데이트를 할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인다. 팀원들이 왓섭을 쓰다가 불편한 점, 소비자가 보낸 피드백 등을 수시로 받아들여 개선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소비자 응대도 수시로, 친절하게 답변한다. 김준태 대표는 팀원들이 왓섭의 가장 큰 성과이자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왓섭에게 데이터란 어떤 의미일까? 김준태 대표는 데이터를 '사람의 족적'으로 표현한다. 사람이 걸어온 길에 발자국이 남듯, 데이터는 서비스나 상품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또 나타낸다. 사람이 역사를 공부하며 지금과 미래에 쓸 지식을 찾듯, 데이터를 공부하면 서비스나 상품, 나아가 그 산업계의 지금과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남긴 구독 서비스 데이터를 공부하고 이해하고 분석하면, 소비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서비스를 찾고 제안할 수 있다. 왓섭이 지향하는 지점이 이 곳이다.
왓섭의 목표는 ‘숨만 쉬어도 소모되는 고정비들을 자동으로 찾아 보여주고 관리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과거 소비 형태는 이미 일어난, 거짓이 아닌 진짜 정보다. 이 적확한 정보를 근거로 소비자가 합리적인, 효율 좋은 소비를 하도록 이끄는 것이 김준태 대표와 왓섭의 목표다.
신개념 구독 관리 스타트업 왓섭은 2022년을 어떤 각오로 맞으려 할까. 김준태 대표는 웃으며 ‘겁나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농담을 건넸다. 팀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좋은 회사다.
많은 스타트업과 서비스가 소비자의 시간과 돈을 아끼는 데 집중한다. 김준태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의 ‘고민’을 줄여주겠다고 말한다. 어떤 구독 서비스를 쓰거나 해지할 지, 혹은 어떻게 고정 비용을 줄일 지 소비자가 고민하지 않도록, 왓섭 앱 하나로 모두 해결하도록 만든다는 각오다.
김준태 대표는 “소비자들이 진짜 고민할 가치가 있는 것에만 고민하도록, 그래서 소중한 돈과 시간을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쓰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