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쉽게 조립하고 분해되는 친환경 PC '컨셉 루나' 공개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은 현세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숙제다. 원래 지속 가능성은 생태계의 생태와 작용, 생물 다양성 등이 순환할 수 있는 흐름을 의미하는 생태학적 용어지만, 지금은 우리가 활용하는 모든 자원이 다시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자원 소비 방식 및 환경 보호 정책 등으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특히나 전자 제품 및 제조 측면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부품의 비중을 늘리거나, 재활용할 수 없는 부품을 크게 줄이는 식으로 적용 사례가 늘고 있는데, 재활용할 수 없는 전자 쓰레기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델테크놀로지스의 컨셉 루나는 사용자가 직접 수리하거나 조립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많은 부품이 친환경적 요소로 제작된 노트북이다. 출처=델테크놀로지스
델테크놀로지스의 컨셉 루나는 사용자가 직접 수리하거나 조립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많은 부품이 친환경적 요소로 제작된 노트북이다. 출처=델테크놀로지스

유엔(UN)이 발간한 ‘2020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집계(The Global E-waste Monitor 2020)’에 따르면, 재작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총 5천360만 톤의 전자 폐기물이 발생했고, 2030년에는 7천400만 톤의 전자 쓰레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6년 만에 약 두 배 늘어난 수치인데, 반면에 전자 폐기물의 수거 및 재활용률은 약 20% 내외에 불과하다. 이 문제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면서 애플은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수리할 수 있도록 정품 제품과 수리 도구를 판매해 소비자가 수리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고, 미국의 PC 제조기업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역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친환경 PC, ‘컨셉 루나(Concept Luna)’를 공개했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 컨셉 루나

컨셉 루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델의 캠페인, ‘프로그레스 메이드 리얼’의 일환으로 출시됐다. 이미 지난해 델은 선순환 고리형 알루미늄을 사용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종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무 폐기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을 적용한 제품, 재생 탄소 섬유 사용량을 120만 파운드(약 544톤)으로 늘리는 등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에 공개된 컨셉 루나는 인텔과 델 테크놀로지스가 협업으로 개발하였으며, 더 많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자원 사용은 줄이면서, PC 부품을 즉각 교체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컨셉 루나의 주요 특징. 출처=델테크놀로지스
컨셉 루나의 주요 특징. 출처=델테크놀로지스

컨셉 루나는 모듈러 타입의 노트북으로, 쉽게 말해 모든 부품이 레고처럼 합쳐져 있어 쉽게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다. 이는 재사용과 수리, 재창조에 이르는 친환경적인 접근을 실현하기 위해 제품 부품 단계부터 새롭게 제작한 덕분이다.

PC 부품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부품인 ‘마더보드’는 현재 일반 제품과 비교해 약 75%까지 크기를 줄였고, 부품 수도 20%를 줄여 마더보드의 탄소 발자국을 약 50% 감축하는 수준이다. 해당 기판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 유리 섬유, 플라스틱이 아닌 아마(亞麻) 섬유를 활용했고, 물에 녹는 접착제로 제작됐다. 또한 내부 부품의 배치 구조를 열을 효율적으로 분산할 수 있도록 재배치해 냉각팬이 없이도 동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수력 발전으로 가동되는 공장에서 알루미늄 섀시를 제작해 공정상 폐기물을 줄였다.

컨셉 루나는 전력 효율성이 뛰어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적용했다. 또 쉽게 분해하고 교체할 수 있다. 출처=델테크놀로지스
컨셉 루나는 전력 효율성이 뛰어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적용했다. 또 쉽게 분해하고 교체할 수 있다. 출처=델테크놀로지스

특히 수리 용이성을 극도로 끌어올려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손목 받침대인 팜레스트 어셈블리는 원래 마더보드를 고정하는 용도로 쓰여서 분해 및 조립이 어렵다. 하지만 컨셉 루나는 간단한 과정만으로 팜레스트를 분해 조립할 수 있다. 또 제품을 분해하는데 필요한 나사 개수를 10배나 줄여 디스플레이 하단과 제품 바닥 하단의 나사 4개만 분해하면 제품을 완전히 분해 수리할 수 있다. 아울러 전력 효율이 높고 가벼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용해 제품을 사용 시간을 늘림과 동시에 수명 자체를 늘렸고, 사용자가 직접 팜레스트를 분리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수리할 권리와 지속 가능성 모두 살려

컨셉 루나는 전자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모범적인 사례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에도 주목할만한 사례다. 간단하게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다는 뜻은 사용자가 직접 부품을 구매해 제품을 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컨셉 루나는 말 그대로 구상 단계를 뜻하는 ‘콘셉트’ 제품이므로 실제로 판매하거나 하진 않겠지만, 향후 다른 델 제품에 적용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아직 전자 폐기물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다른 노트북 기업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런 노력이 쌓일수록 향후 발생할 전자 폐기물의 양도 감소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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