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성비 LTE 스마트폰을 원한다면, 샤오미 레드미 10
[IT동아 권택경 기자] 샤오미를 흔히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국내에서 중국 제조사의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지만 샤오미만큼은 예외라는 뜻이 담긴 별명이다. 그만큼 샤오미는 중국 제조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평가도 높다. 각종 전자제품을 괜찮은 퀄리티에 저렴하게 내놓는 샤오미의 전략 덕분에 샤오미는 ‘가성비’의 대명사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런 샤오미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그리 큰 힘을 못 쓰고 있다. 샤오미의 시작이 안드로이드 OS를 개량한 ‘MIUI’와 이를 적용한 스마트폰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물론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을 제외한 해외 제조사가 힘을 못 쓰는 ‘외산폰의 무덤’이긴 하다. 그럼에도 샤오미가 다른 분야에서 누리는 인기나 인지도를 생각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유독 저평가 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만큼 ‘중국폰’이라는 거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거부감이나 편견을 걷어내고 보면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다른 샤오미 제품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성능과 품질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가성비를 앞세운 국내 공략 시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한 레드미10도 20만 원대 가격으로 저렴한 LTE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다.
샤오미 레드미 10를 보면 먼저 20만원 대 가격치고는 꽤 고급스러운 외관부터 눈에 띈다. 특히 시블루 색상은 아래쪽으로 갈수록 파란색 농도가 강해지는 디자인인데, 빛이 반사될 때는 무지개 빛깔이 형성되기 때문에 은은한 매력이 있다. 시블루 색상 외에도 페블 화이트, 카본 그레이 색상도 판매된다. 크기는 세로 161.95mm 가로 75.53mm, 두께 8.92mm로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사이즈다. 무게도 181g으로 한 손으로 쥐고 사용해도 큰 부담이 없다.
겉모습은 고급형 폰과 크게 다를 것 없지만, 내부까지 같을 수는 없다. 보급형 스마트폰은 제조사가 손해를 보고 판매하지 않는 이상 결국 원가 절감을 위한 절충을 하기 마련이다. 샤오미 레드미10은 디스플레이나 카메라 성능, 각종 부가기능은 최대한 유지한 가운데 AP 성능을 타협하는 방안을 택했다.
레드미 10에 탑재된 미디어텍 헬리오 G88은 빈말로도 성능이 뛰어난 AP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스마트폰 AP 성능 측정에 자주 활용되는 ‘긱벤치’ 테스트 결과를 측정해봤을 때 싱글코어 기준 367점, 멀티코어 기준 1293점을 획득했다. 일반적인 앱 사용 환경이나 간단한 게임 정도에는 충분히 제역할을 다 하는 수준이다. 스마트폰으로 무거운 앱을 돌릴 일이 없다면 굳이 AP 성능에 집착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램 용량은 저장공간 용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국내에서 판매 중인 128GB 버전의 경우 6GB를 탑재하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치고는 꽤 넉넉한 용량이다.
게임 성능은 어떨까? 고사양으로 악명 높은 ‘원신’을 플레이해봤다. 그래픽 설정을 ‘가장 낮음’으로 설정하고 플레이했을 때 아주 쾌적하다고 말하긴 어려워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구동됐다. 다만 초반 튜토리얼 지역에서 시행한 테스트이기 때문에 좀 더 복잡한 화면이 표시되는 상황에서는 더 큰 성능 하락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간단한 3D 게임을 즐기는 정도의 성능을 뽑아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게 만드는 결과였다.
디스플레이는 6.5인치 FHD+(2400×1080) LCD를 채택했는데, 고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교해봐도 크게 부족한 점은 없는 수준이다. 화질도 꽤 준수하다. 색상 표현력이나 밝기 면에서 크게 아쉬운 점이 없었다. OLED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LCD치고는 암부 표현력도 괜찮은 편이라 영상 감상 용도로도 충분했다.
고급형 제품에서나 볼법한 적응형 주사율이 적용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선 45Hz로 작동해 전력을 아끼고, 화면을 빠르게 스크롤할 때는 최대 90Hz로 작동해 부드러운 움직임을 표현한다. 영상을 보는 경우에는 60Hz로 작동한다. 스피커의 경우 위아래 두 유닛이 스테레오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음질은 딱 일반적인 스마트폰 스피커 정도로 특별히 뛰어나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수준으로 느껴졌다.
카메라 구성은 먼저 전면에 펀치홀 방식으로 탑재된 8MP(메가픽셀) 카메라가 하나 있고, 후면에는 총 4개의 카메라가 달려있다. 4개의 카메라는 각각 50MP 메인 카메라, 8MP 초광각 카메라, 2MP 접사(매크로) 카메라, 2MP 깊이 카메라로 구성됐다.
실제 사진 촬영 결과도 최신 고가 스마트폰에는 못 미치지만 보급형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었다. 접사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접사 촬영시 자동 초점을 지원하지 않고, 화질이 그리 높지는 않아서 아주 세밀한 사진을 촬영하기는 힘들 듯하다. 영상 촬영은 전후면 카메라의 모두 1080P 해상도에 30fps(초당 프레임)까지 지원한다. 4K 고해상도 촬영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1080P에서도 60fps 촬영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배터리 용량은 5000mAh로 상당히 넉넉하다. 실제 충전없이 하루 넘게 거뜬히 버티는 수준이다. 샤오미에 따르면 30시간 통화, 14시간 영상 재생, 158시간 음악 재생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충전은 18W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9W 유선 역충전도 가능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보조 배터리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그 외 눈에 띄는 특징으로는 안면 인식과 지문 인식을 동시에 지원한다는 점이다. 잠금 해제할 때 상황에 따라 원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된다. 안면 인식은 전면 카메라, 지문 인식은 전원 버튼에 탑재된 센서를 활용한다. 마스크가 필수인 시대에 두 인증 방식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이점으로 다가온다 실내에서는 안면 인식, 마스크를 쓴 외부에서는 지문 인식을 활용하는 식이다. 듀얼 심(SIM)과 마이크로 SD카드 확장도 지원하는 점도 눈에 띈다.
샤오미 레드미 10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스마트폰이다. AP 성능을 다소 희생했지만 각종 편의 기능이나 부가 기능은 최대한 유지했다. 만약 스마트폰으로 AP 성능에 크게 좌우되는 작업을 할 게 아니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능과 사용 편의성을 보여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지만 약 24만 원의 저렴한 출고가를 고려하면 가성비는 충분해 보인다. 고가 5G 스마트폰 대신 저렴한 LTE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면 레드미 10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