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톡 심범석 대표, "좋은 콘텐츠는 합당한 보상에서 시작한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 그레셤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레셤이 영국 재무장관이었던 16세기,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화폐의 수요도 함께 늘었다. 이에 따라 금화와 은화 대신 금과 은의 함량이 낮은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순수 금화와 은화는 화폐시장에서 사용되지 않게 됐다.
그레셤의 법칙은 경제 시스템 외에도 다양한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데 인용된다. 가령 좋은 뉴스가 차지해야 할 자리를 가짜뉴스가 차지한 현대 사회의 모습은, 그레셤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보여준다. 블록체인 기반 SNS ‘직톡’의 심범석 대표(이하 심 대표)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도 이와 맞닿아 있다.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 인터넷에선 ‘좋은 정보’가 유통되고 있을까? 정보의 영역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이유를, 그는 ‘인터넷 광고’에서 찾았다. 광고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정보를 좇는다. 사람들의 관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심 대표를 만나 정보와 광고, 그리고 SNS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ㅡ회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회사의 사명은 프론티이며, 2015년에 창업을 했다. 프론티는 숏폼 콘텐츠(1분 채 되지 않는 짧은 영상)를 만들 수 있는 직톡이란 SNS를 운영하고 있다”
ㅡ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직톡은 화상통화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SNS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2009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는데, ‘커뮤니티 센터’라는 곳에서 지역 주민과 하루 종일 대화를 하며 영어를 배운 적이 있다. 그 방식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언어 학습이라는 걸 알게 됐다. 비용도 1년에 600달러, 한 달이면 50달러 정도로 저렴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유학생들은 학원 가서 열심히 수업은 듣는데, 따로 영어로 대화를 잘 하지 않더라. 직톡을 처음 개발할 때도 대화를 통한 언어 학습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다”
막연한 어린 시절부터 심 대표에게 ‘30’은 특별한 숫자였다. ‘그 나이가 되면 특별한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서른 언저리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지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마지막 기회를 놓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영어 회화를 능숙하게 하지 못함에도 미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세계를 둘러보며 느꼈던 위기의식이 발걸음을 서두르게 했다. ‘영어를 잘해야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뒤로는 속전속결이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미국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언어를 배워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근처 대학교에서 새벽마다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수업을 듣고, 이민자들이 언어를 배우러 오는 인터내셔널 센터에서 지역 주민들과 영어로 이야기했다.
커뮤니티 센터의 시스템을 본 따 외국인에게 주말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문화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금융 위기로 후원이 끊긴 커뮤니티 센터들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심 대표가 커뮤니티 센터를 직접 만들었다. 현지인은 무료로 입장해 빵을 먹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유학생은 월 120달러의 멤버십만 가입하면 언제든 와서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
ㅡ지금 서비스 명칭이 ‘직톡2.0’이다. 그전의 버전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직톡을 운영하기 전 사업을 여러 개 했다. 그때마다 느꼈던 문제의식을 하나로 모은 서비스가 현재의 직톡이다. 커뮤니티 센터를 관리할 당시 온라인 마케팅 회사도 같이 운영했다. 마케팅을 해보면 알겠지만, 검색 목록 최상위에 뜨는 결과는 광고인 경우가 많다. 필요한 정보는 이용자가 그 밑에서 알아서 찾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추천을 기반으로 정보를 찾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좋은 정보가 이렇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지금 직톡의 핵심은 좋은 콘텐츠는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다만, 이용자가 콘텐츠에 대가를 지불하는 구조가 아니라서, 인터넷 서비스는 광고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언론사도 광고가 주 수익 모델이다 보니, 트래픽을 유발하는 낚시성 기사가 생기지 않았나. 이건 인터넷 콘텐츠 전반의 문제다. 유익한 정보, 지식이 공유되기가 어려워졌다”
직톡은 토큰 경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SNS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토큰이라고 하는데, 플랫폼 이용자에게 이러한 토큰을 제공해 경제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 현재 직톡의 유저는 영상을 1분 동안 시청하면 토큰 1개를 받는데, 영상을 추천하는 기능인 ‘라이크’를 누를 때 콘텐츠 제작자에게 이 토큰이 전달된다. 제작자가 광고에 의존해 수익을 창출할 필요가 없다. 대신 보상을 받으려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숏폼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지만,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다양한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란 정체성을 굳힐 계획이다.
ㅡ광고 기반의 시스템도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이용자가 콘텐츠를 볼 때마다 제작자는 광고비를 받으니까.
“그렇지만, 이로 인해 좋은 정보보단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를 이루게 됐다. 또한, 이용자들이 만드는 데이터도 보상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인터넷 플랫폼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만든 데이터를 광고회사에 판매한다”
ㅡ직톡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토큰을 전달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어떻게 적용하게 된 건가?
“블록체인을 통하면 국경을 뛰어넘는 마이크로페이먼트(소액 결제)가 가능해진다. 낮은 수수료로도 영상 한 편에 대한 결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엔 한국에서 해외로 5천달러를 송금한다고 하면, 수수료가 600달러 정도 나왔다. 큰돈을 송금할 땐 큰 문제가 없지만, 10달러 결제처럼 소액 결제에 송금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거래가 쉽지 않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은행 등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제 결제에서도 수수료가 낮아지고 소액 결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찍으면서 거래 수수료도 크게 올라갔다. 외국인이 국내 PG사로 결제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했고, 한국에선 페이팔 해외 결제망을 쓸 수도 없어서 카드 결제로 대체할 수 없었다. 구글의 인앱 결제는 정산받은 수익을 환전해서 이용자에게 또다시 송금해야 했다. 회사 입장에선 수익이 날 수가 없으니, 우선 SNS 모델로 사람을 먼저 모으기로 했다”
ㅡ지금은 블록체인을 통해서 토큰을 거래하고 있는데, 수수료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저렴하게 쓸 수 있는 블록체인이 많이 나왔다. 비트코인의 경우엔 블록 하나에 담을 수 있는 거래량이 한정돼 있었다. 이러한 블록 안에 기록돼야 거래가 완성된다. 내가 요청한 거래가 블록에 담길 확률을 높이려면, 다른 사람보다 수수료를 높게 측정하면 된다. 수수료가 높아진 이유가 이런 경매 시스템 때문이다. 거래를 담을 수 있는 블록의 데이터양을 확대하면 담을 수 있는 거래량도 많아지는데, 이건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ㅡSNS는 시장의 강자가 명확한 산업이다. 직톡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인지 궁금하다.
“직톡의 강점은 SNS 활동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걸 P2E(Play to Earn, 플레이하면서 돈을 버는 게임)와 같은 ‘소셜 투 언(Social to Earn)’이라고 부른다. 블록체인을 도입했다는 것도 강점이다. 블록체인은 수많은 컴퓨터에 데이터를 복제 및 분산 저장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을 통해서 데이터가 대중에게 오픈 되면, 거래 내역을 위변조할 수 없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도입하고서 유저가 한 달에 10만 명씩은 늘어났다. 서버 유지가 불가능해서 숏폼 콘텐츠 위주로 재편했다. 지금은 숏폼 콘텐츠에 집중하고 나중에 기능을 늘릴 것이다”
ㅡ주로 어떤 종류의 숏폼 콘텐츠가 올라오는 편인가?
“지금은 틱톡처럼 짧은 춤 영상 등이 많다. 숏폼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찍을 수 있고, 모바일에 특화된 세로형 콘텐츠다. 그전엔 영상을 올리기까지, 구도를 정하고 편집을 하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영상 제작을 따로 배운 사람이 아니면 도전하기 쉽지 않았는데, 숏폼은 콘텐츠 제작자가 되기 위한 장벽을 낮춘다. 우리가 바라보는 건 전 세계 사람들이 지식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니, 다양한 형식의 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ㅡSNS 플랫폼들은 하나같이 미래 사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 산업의 전망은 어떻게 생각하나?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주식 관점에서 보면 그전만큼 유망한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SNS 이용 시간은 더 느는 추세다. 다만, 패러다임이 글 중심에서 유튜브, 틱톡 같은 영상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도 영상 중심의 SNS다. 그리고, ‘소셜 투 언’, 사이버 공간에서 돈을 번다는 개념이 강하다.
베트남 스타트업이 만든 ‘엑시 인피티트’라는 P2E 메타버스 게임이 필리핀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있다.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일보단 게임을 택했다고 한다. 한국은 메타버스가 메인 수익원이 되기 위한 임계점을 넘는 게 쉽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튜브와 달리 수익 창출을 위한 조건이 없다. 소셜 투 언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SNS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ㅡ추후엔 영상 제작자들이 직톡에서도 영상을 개별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렇다. 넷플릭스 같은 OTT(Over The Top, 온라인 콘텐츠 제공 서비스)는 구독형 요금제다. 내가 보지 않는 콘텐츠도 패키지로 함께 대여한다. 넷플릭스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에겐 좋은 모델이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 하나만 보고 싶다면? 구독이 망설여질 것이다. 직톡에선 이러한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서 전 세계적인 거래가 가능해졌고, 수수료도 저렴하다.
전통적인 미디어도 모바일 콘텐츠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2020년 이후부터 세로형 콘텐츠의 이용 시간이 가로형 콘텐츠를 뛰어넘었다. 이제 유튜브도 세로형 콘텐츠를 실험하고 있다. 다만, 세로형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제작사가 거의 없다. 기존 가로형 포맷을 세로로 자르는 건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미디어도 직톡과 협력해서 세로형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심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사업가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자세다. 그렇지만, 모든 사업가가 이에 유능하진 않다.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꾸준한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7살 때부터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 시골에서 살았었는데 주변에 과자를 파는 곳이 없었다. 마트에서 과자를 사와서 가족에게 조금 더 비싸게 받고 팔았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사회의 문제를 발견하면, 이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의 안에서 꿈틀거렸다. 좋은 영어 학습 방식이 있는데, 왜 다들 비효율적인 방식을 택할까? 이를 알리기 위한 언어 학습 SNS를 만들었다. 모든 도시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고, 기술도 고도화됐는데 국제 송금 수수료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블록체인에 뛰어들었다. 심 대표가 그려온 삶의 궤적은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전으로 연결된다.
ㅡ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다.
“SNS를 메인으로 광고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향후엔 블록체인을 이용한 핀테크도 계획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SNS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페이나 뱅크 등의 핀테크를 추가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직톡에서 사람들은 계좌별로 전자지갑을 소유하게 된다. 그걸 통해서 전 세계 사람들끼리 빠르고,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렇게 P2P(개인간금융)방식으로 전 세계적인 송금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은 거의 없다. 직톡이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