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에이치디에너지(3) 플랫폼의 디지털 전환에 꼭 필요한 ‘세 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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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차주경 기자]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의 목표는 ‘LPG 에너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를 모아 LPG를 공동 구매해서 구입 비용을 낮춘다. 이 장점을 내세워 에너지 공급자와 소비자, LPG 운송과 저장, 시설 관리와 관제는 물론 금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모은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LPG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며 구성원과 이익을 나눈다.
LPG 플랫폼은 에이치디에너지보다 규모가 훨씬 큰 에너지 대기업들도 만들려 한다. 하지만, 이창준 대표는 에이치디에너지의 플랫폼이 대기업의 그것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대기업은 플랫폼을 시대의 변화에 떠밀려 만들지만, 에이치디에너지는 ‘소비자(파트너)가 원하는 것’을 주려 플랫폼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스케일업 팀의 비즈니스모델 분석 결과. 에이치디에너지에게 필요한 것들은 LPG 플랫폼을 함께 구성할 ‘파트너’, 그리고 이들을 유인하고 끈끈하게 묶으면서 혜택까지 가져다 줄 ‘디지털 전환’이었다.
이창준 대표가 목표를 이루도록 도울 전문가로, 스케일업 팀은 이상수 스마트마인드 대표를 섭외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사 스마트마인드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 도시가스 기업인 삼천리의 디지털 전환 플랫폼을 구축한 곳으로 잘 알려졌다. 에너지뿐 아니라 태양광과 제강, 해운과 에너지,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세계 유수의 기업 60여 곳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리에 이끈 저력을 갖췄다.
이상수 대표를 비롯한 스마트마인드 C 레벨 임원들의 데이터 사이언스·인공지능 개발 경험을 더하면 40년을 넘는다고 한다. 이 경력으로 독자 알고리즘 ‘타노스(THANOS)’를 개발해 파트너사에 공급한다. 모든 유형의 데이터를 단시간에 처리해 원시 데이터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단시간에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도록 돕는 도구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즈(Techstars)도 스마트마인드를 주목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소비자의 요구 만족하고 새로운 가치 줄 디지털 전환, 성패는 시간과 비용에 달렸다.
이창준 대표는 에이치디에너지가 지금까지 거둔 성과들과 에너지 플랫폼부터 설명했다. 이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방향성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만든 LPG 공동 구매와 에너지 설비 튜닝 등 비즈니스모델은 제대로 된 것인지, 성장하면서 마주칠 걸림돌은 무엇인지, 이를 대비해 어떤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도 궁금해했다.
이창준 대표 : “에이치디에너지를 세우기 전 7년 동안 사업을 준비하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이 소비자의 요구를 통합하고 분석해 해법을 줘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에너지 플랫폼이 그 수단입니다. 에이치디에너지 같은 중소기업이 플랫폼을 만들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꼭 필요하기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에너지 플랫폼 안에서 파트너의 비즈니스모델, 수익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며 발전을 이끌려 했습니다. 저희가 쌓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그 효과와 이익을 파트너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데이터 분석은 에이치디에너지의 약점이었습니다. 에너지 관련 데이터는 많이 모았는데, 이걸 가공하고 비즈니스모델로 만들어 파트너에게 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상수 대표는 에이치디에너지의 비즈니스모델과 역사가 튼튼히 잘 만들어졌다고 칭찬하며, 다른 기업이 데이터 활용과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시도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스마트마인드가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설명했다.
이상수 대표 : “최근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각광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데이터의 품질이 나쁘면 모든 것이 허사에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을 깨달은 우리나라 정부도 다방면의 산업계 데이터부터 모으고, 이를 토대로 각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스스로 모아 분석을 마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한 정형화 데이터, 센서나 외부 기기로 모은 동영상·음성 등 비정형화 데이터에요. 이 가운데 비정형화 데이터는 형식도, 유형도, 다루는 프로그래밍 언어도 제각각이라 분석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요.
분석이 되지 않으니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쿼리(요청)를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분석을 못 하면 데이터의 가치가 떨어져요. 카메라로 얻은 사진 데이터를 예로 들게요. 이것을 분석해서 사진 안에 들어있는 피사체의 종류, 배경, 특징 등 가치 있는 정보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일원화된 것이 아니에요. 어떤 엔지니어가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록하고 또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이들 정보의 양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심지어 같은 사진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도 결과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아요.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를 얻어내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었다고 가정할게요.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모델이 맞는지, 정확히 동작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수 주에서 수 개월쯤으로 아주 오래 걸립니다. 만에 하나, 원하는 모델이 아니거나 잘못 동작한다면? 또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검증하고…...이 과정이 길어질 수록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비용과 시간도 늘어납니다.
세 번째 문제도 있어요. 데이터를 잘 모아 분석했고, 원하는 인공지능 모델이 잘 움직이는것도 확인했다고 가정할게요. 그런데,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 주체와 인공지능 모델을 만든 주체가 다르면 이것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습니다. 운영 주체가 인공지능 모델의 운영 방법을 파악하는데 또 비용과 시간이 걸리지요.
복잡하고 힘들어 보이지요? 위 사례는 인공지능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 대부분이 부딪히는 문제에요. 저희가 맡았던 에너지 플랫폼도 그랬고, 에이치디에너지도 마주칠 문제일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의 성패는 비용,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러려면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새로운 사업을 만들거나,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절감하거나. 세 가지 목적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통찰을 토대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으로 기존의 성과를 강화하고 플랫폼도 더 끈끈하게
이창준 대표는 이상수 대표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이어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 더 정교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줄 정보통신기술을 어떻게 찾고 또 도입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창준 대표 :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계 발전을 막는 각종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에너지 물류 소비량, 안전 관리 등 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플랫폼 안에서 이 이론을 실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저희가 파트너에게 데이터를 받기만 하는 단방향 실증만 했습니다. 이것을 양방향 실증, 저희와 파트너가 가치 있는 데이터를 주고 받는 구조로 만들 방법이 궁금합니다.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어떻게 쓸지도 관심사입니다. LPG 플랫폼을 만드는데 첨단 기술을 써 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저희는 단순한 센서와 간단한 사물인터넷 기술만 쓰고도 많은 데이터를 얻었고, 파트너사에 이익을 가져다줬어요. 이들 데이터와 이익의 양과 질을 늘릴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무엇인지, 어떻게 도입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자원재생순환을 비롯, 에이치디에너지가 만든 기술과 비즈니스모델들을 체계화, 디지털화 할 방법도 궁금합니다. LPG 사용 효율을 높이는 설비 튜닝, 산소 버너를 활용한 이산화탄소 절감 방안, 자원재생순환을 활용한 새로운 에너지원 등이 저희가 이룬 오프라인 기반 성과입니다. 이들을 어떻게 체계화해 플랫폼 확장의 도구로 쓸지, 어떻게 디지털 기반으로 옮길지 알고 싶습니다.”
이상수 대표는 곧바로 답을 말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다. 에이치디에너지는 센서나 사물인터넷, 설비 튜닝 등 비교적 단순한 기술을 활용해서 큰 성과를 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의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을 더해 기술을 고도화하면 그 성과는 몇 곱절로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수 대표 : “지금까지 쌓은 데이터들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세요. 에이치디에너지는 비즈니스모델을 여러 개 가졌는데, 이 모든 곳에서 디지털 전환이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에이치디에너지의 에너지 비용 절감과 자원재생순환을 살펴볼까요? 이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과 이어질 것입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유통 형태는 지금까지처럼 중앙 집권화된 것이 아니라 분산화, 스마트 그리드 형태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유럽이 이미 그렇게 운용하고 있거든요. 이 때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 정보통신기술은 필수입니다.
인공지능은 자원재생순환의 효율을 높입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가격을 투명하게 관리하는데 블록체인만큼 좋은 기술이 또 있을까요? 마침 스마트마인드는 에너지 가격을 인공지능으로 분석, 책정하는 사업을 수행 중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스마트마인드가 수행하는 사업과 에이치디에너지의 비전이 맞닿은 부분,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나오네요.
디지털 전환으로 알고리즘을 만들면, 분야가 완전히 다른 플랫폼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자원재생순환과 신재생 에너지, 탄소제로와 태양광 등 여러 플랫폼을 끈끈하게 잇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이끄는 것이 디지털 전환입니다.”
디지털화와 디지털 전환은 다르다...목표 세우고 방향 정해 나아가라
이어 이상수 대표는 에이치디에너지처럼 튼튼한 오프라인 기반을 다진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하려 할 때, 꼭 주의할 것이 있다고 당부했다.
이상수 대표 : “다양한 비즈니스모델로 오프라인에서 많은 성과를 낸 기업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혼동하는 것이에요. 디지털화를 시도해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디지털화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디지털화와 디지털 전환의 차이는 ‘목표’입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디지털 전환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에너지 플랫폼을 만들 때 저장 탱크와 운반 트럭 등 설비에 센서를 장착하는 것, 이 센서로 모은 데이터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들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것은 ‘디지털화’입니다.
반면, 센서와 자동화 시스템과 인공지능 모델들을 왜 만드는지, 이것으로 어떤 성과를 얼마나 만들 것인지를 궁리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입니다. 즉, 디지털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는 이야기에요.
에이치디에너지의 비즈니스모델에 이 이론을 대입해 볼게요. 에이치디에너지는 LPG 설비를 개량해 전체 에너지 소비 비용을 줄이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 성과를 유통망과 연계하는 것에서부터 디지털 전환의 방향을 가늠하면 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개량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연계로 매출을 늘릴 것인지 아니면 비용을 더 절감할 것인지를 고려해 방향을 잡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융복합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제공할 때 가치가 사뭇 달라집니다. 따라서 KPI(핵심 성과 지표)를 정량화해 목표를 잡은 다음,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데이터를 모으고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디지털 전환 성공의 공식입니다.”
에너지 기업의 디지털 전환 비결을 듣고, 그 곳에 다다르는 지름길까지 엿본데다 파트너십의 가능성까지 확인한 이창준 대표는 흡족한 모습이었다. 그는 에이치디에너지의 표어, ENE(환경·Environment, 자연·Natural, 에너지·Energy)를 다시한 번 강조하며 이에 걸맞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창준 대표 : “디지털 기술 도입이나 디지털 전환을 에이치디에너지 내부에서 시도할 것인지, 외부 파트너를 찾아 함께 할 것인지 고민했는데, 오늘 이 고민이 말끔하게 풀렸습니다. 경영에 도움이 될 조언도 여러가지 받았습니다. 에너지 플랫폼에 들어온, 앞으로 들어올 파트너들과 함께 에너지 유니콘, 나아가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