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인사이트저널] '나는 가치를 구매한다' - ESG와 소셜벤처
[IT동아]
[편집자주] 본 연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Business Innovation Track)'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이 [2022년 '위드코로나' 시대, 급부상할 '이것']를 주제로 각자 면밀히 조사,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미래를 이끌 대학생의 시선으로 예상, 분석한 기업/산업 트렌드와 성장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본문의 흐름과 내용은 IT동아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누가 뭐래도 가격이 최우선인 사람이 있고, 비싸도 품질 좋은 것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브랜드 가치나 유행에 민간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가치관'을 중요하게 여긴다. 좋아하는 제품이라도 그 제조사가 기업 윤리에 어긋나면 곧바로 소비를 멈추며,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며 가치를 추구하려 한다. 개인 소비가 갖는 영향력이 크지 않더라도, 행동으로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믿는다.
가치를 더하다, ESG 경영
가치 추구는 소비자만 노력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기업도 그에 맞추어야 한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가치를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요즘 전 세계 주요 트렌드인 ESG로 설명할 수 있다.
ESG는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영향력(E)', '사회적 가치 창출력(S)', '지배구조의 투명성(G)'을 의미한다. ESG 경영은 이러한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목적이 있다. 용어가 생소할 뿐, 우리는 주변에서 이미 ESG를 접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봉사, 친환경 제품, 관련 캠페인 등이 모두 ESG의 일환이다.
이전부터 있던 개념인 ESG가 최근 이처럼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본의 요구'와 '시민의식 변화' 때문이다. 자본의 요구란, 자본이 있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ESG 성과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조금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ESG는 자본, 수익을 일으키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되려 수익 극대화에 걸림이 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ESG를 요구하는 것은 바로 '지속가능성'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면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에 ESG 성과 지표를 눈 여겨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미 여러 국가가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두 번째 핵심 요인은 시민의식의 변화다. 시민들이 환경, 인권,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누군가는 기업의 좋은 이미지에 끌려 상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소비하기도 한다. 시민의식은 환경적 요소와도 관련이 있지만, 특히 사회적 가치 창출을 촉진하는 주요 원인이다.
현재 ESG는 대부분 환경 분야에 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한 시도는 환경 분야보다 훨씬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이라 섣불리 추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신념과 가치관이 중요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없게 된다.
'The S of ESG will take center stage(ESG 중 'S'가 중심이 될 것이다)'.
2021 그린핀 컨퍼런스에서 언급된 ESG 트렌드다. 가까운 미래의 ESG 트렌드 초점이 점차 S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큰 논의 주제인 다양성과 포용성, 코로나19 유행으로 더욱 심각해진 사회문제는 S와 관련된 시장을 더 넓힐 것이라 예상한다.
'S'를 이끌 기업, 발달장애인 예술 에이전시 '디스에이블드'
ESG의 S를 이끌어갈 기업이 하나 있다. 발달장애인 예술 에이전시인 '디스에이블드'다. 디스에이블드의 영문 표기는 'Thisabled'인데, 장애인을 뜻하는 'Disabled'에서 앞 철자를 바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뜻을 담았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을 상품(굿즈)으로 판매하고 전시, 브랜드 협업, 캠페인 등을 진행한다. 이처럼 새로운 발달장애인 예술문화를 만들고 있는 디스에이블드는 궁극적으로 예술가를 위한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 목표다.
디스에이블드는 현재 39명의 발달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약 4000점의 작품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수익 구조로 발달 장애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예술 활동의 기반을, 소비자에게는 가치 있는 소비의 기회를 제공한다.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기업답게, 이들은 발달장애 예술의 정체성을 흥미롭게 정의하고 있다. 바로 '하티즘(Heartism)'이다. '마음주의'로 풀이되며,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예술가들의 순수한 의도를 나타낸다. 이를 바탕으로 활동 중인 예술가를 '하티즘 작가'라고 부른다. 아래는 현 하티즘 작가인 금채민 씨의 소개란과 그의 작품이 담긴 굿즈 사진이다.
발달장애인의 능력을 알리려는 시도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디스에이블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전과 달리 '혁신적이고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첫째로,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개별적인 존재로서 전면에 소개하고 있다. 필자도 발달장애인이 수작업한 제품을 몇 개 갖고 있는데, 그동안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알 방법도 딱히 없었다. 발달장애인이 특정 집단으로 묶여, 단지 제품의 특징으로서 언급됐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디스에이블드는 제품을 통해 소비자와 작가를 바로 연결한다.
둘째로, 제품의 완성도가 높고 가성비도 좋다. 가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해 보면, 제품 완성도 등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가치와 의미에 집중하며 받아들이는 때가 있다. 반면 디스에이블드의 제품은 디자인도 훌륭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이는 소비와 가치실현의 목적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게 한다. 시장 가격과 비교했을 때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세째로, 이들은 '굿즈 매장'이 아니라 '예술가 에이전시'라는 점이다. 굿즈 판매도 중요한 사업의 일부지만, 이들은 발달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렌탈하는 등 확장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가의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제품 판매 수익으로 장애인 자립 기반을 마련했던 이전의 비즈니스 모델과는 달리, 그들이 주체적인 예술가로서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금까지 사회문제는 비영리의 전유물로 취급됐다. 정부가 자선 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인 비즈니스라고 여기는 것도 사실 대부분 일상의 불편함과 그 문제점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동의 불편함에서 파생된 자동차, 소통의 불편함에서 나온 통신기술도 전부 우리 인간이 당면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사회문제의 영역은 왜 비즈니스로 다루지 않는 것일까? 이제는 사회문제도 일상적인 문제로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 하는 영역이다. 기업은 그저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긍정적인 파급력을 가져야 한다. 향후 ESG의 부상과 S의 트렌드화는 사회문제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할 것이고, 비즈니스 영역도 효과적인 모델로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디스에이블드처럼 사회적 기업이 좀더 일반적 기업으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최서진 (keosan2008@yonsei.ac.kr)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