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정보시스템, "산업 드론의 국산화, 사람 안전을 위해 필요"
[IT동아 정연호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지역 특화 산업에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를 접목해 지역 내 소프트웨어(SW) 융합 생태계를 조성하는 'SW융합클러스터2.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부산, 인천, 충남, 울산, 경북, 경남 등 총 9개의 지역이 선정돼 지원을 받는 상황이다.
SW융합클러스터2.0 사업은 지역의 핵심 산업과 관련된 데이터를 확보한 뒤 이를 통해 SW서비스 사업을 활성화하는 '플랫폼 사업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지역 핵심 산업과 SW를 융합해 SW융합클러스터를 확산시키는 '특화산업 강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경남 SW융합클러스터 2.0(경남 2.0 사업)의 특화산업 강화사업은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마산자유무역지역을 거점으로 경남의 주력 산업인 기계 설비 산업에 지능 정보 기술을 적용해, 단순 생산 위주의 기존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경남의 제조업 침체로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SW융합클러스터 2.0 사업이 이러한 지역 위기 극복에 필요한 구원투수가 됐다.
삼미정보시스템은 2021년도 경남 2.0 사업 개발 과제인 ‘기계설비기반 SW융합제품 상용화’에 컨소시엄(삼미정보시스템, 다윈)으로 참여해, 산업 설비 내부 검침에 활용할 수 있는 영상 분석 플랫폼이 탑재된 무인 드론의 1차년도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연구 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진 기존 개발 과제 사업과 달리, 수요처가 확보돼 있으므로 향후 상용화를 통한 기업의 매출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삼미정보시스템 김대연 차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ㅡ삼미정보시스템과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삼미정보시스템은 삼미 그룹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지금은 40년 정도 됐다. 공장에서 제조를 할 때 제품이 개별적으로 어떤 공정을 통해서 생산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제조실행시스템(MES)’, 창고를 전산화해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하는 ‘물류관리시스템(WMS)’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oT나 산업용 PC, 바코드 장비, 영상 장비 등의 하드웨어도 같이 취급하고 있는데, 카카오 자전거 등에서 이용하는 스마트라커에 삼미정보시스템 솔루션이 적용된다”
김대연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MES는 ERP(전사자원관리)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많은 대기업이 인력 및 자본 관리에서 물류 관리까지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를 ERP 시스템을 활용해 처리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과 관련된 지표이므로 공장에선 실제 생산 관리를 위한 별도의 제조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ERP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그날 하루 동안 몇 개의 제품을 생산했다는 결과만 확인 할 수 있다면, MES는 제품 하나하나가 어떤 공정을 통해서 생산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 같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ㅡ요즘 현장에서 스마트 팩토리(공장에서 제품을 보다 쉽고, 빠르며,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자동화하는 과정) 솔루션 도입이 잘 되고 있는 추세인가?
“분야에 관계없이 많이들 한다. 보통 생산 실적 같은 건 종이 문서로 관리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제조를 몇 개 하라는 작업 오더를 문서로 내리던 걸 디지털화한 시스템이 MES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산이 끝나면 작업을 완료했다는 버튼을 누르면 전산에 자료가 등록된다. 엑셀로 따로 취합할 필요가 없다. 생산 실적을 볼 때 원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실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니 다들 많이들 도입하려고 한다.
주가 변동 그래프를 생각하면 쉽다. 이렇게 시각적인 자료를 통해서 주가 변동을 확인할 수 있듯, 기간별로 데이터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어제보다 오늘 실적이 떨어진 이유를 분석하고 불필요한 공정을 개선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만약 갑자기 불량 발생 상품이 늘었다고 하자. MES를 통해선 생산 과정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어떤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
ㅡ현장에서 이런 솔루션을 어려워하진 않나?
“현장에선 우리보다 이런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더 잘 알고 있다. 공장에서 MES를 도입하겠다는 연락도 많이 오는데, 지금은 거의 대중화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대기업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그와 연관된 기업에 이를 도입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MES를 통해서 생산 데이터를 원청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니까.”
ㅡ쉽게 생각하면 공장과 관련된 데이터 기록과 관리를 편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겠다.
“사람의 실수를 줄여준다는 장점도 있다. 수기 작업은 기록이 누락되거나, 숫자가 지워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만약 수량을 1,111개로 적었는데 하나만 지워져도 111개가 된다. 990개가 누락되는 것이다. 숫자가 지워져도 전산에서 잘못된 걸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사람의 실수를 줄여준다. 현장에 보면 키오스크 같은 터치용 PC가 있다. 그것도 삼미정보시스템이 제조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전산으로 바로 넣으면 된다”
ㅡ경남 2.0 사업 개발 과제인 ‘기계설비기반 SW융합제품 상용화’에서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영상 분석 플랫폼을 탑재한 드론을 개발하게 됐다. 이러한 드론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다.
“플랜트 및 산업 설비 등은 고위험 작업장이 많은데, 완공된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고 하자. 이걸 검사하기 위해서 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가면 낙하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사람이 작업을 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려 비효율적인 작업이기도 했다. 우리가 개발하는 영상 분석 플랫폼 드론은 사람 대신 위험 지역, 밀폐 지역, 특수 지역을 비행해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영상 비전 기술로 분석해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거다.
가스관에서 가스가 새는 경우도 심각한 문제인데, 사람이 이를 바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가스 센서가 달린 드론이 카메라를 탑재하고 쭉 돌면서 가스 누출을 감시하고, 어디서 가스가 새는지를 확인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건설 분야에선 이미 드론을 사용해서 면적 등을 측정, 분석한다. 원래는 사람이 일일이 걸어 다니면서 쟀는데 이는 굉장히 지치는 일이다”
ㅡ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이런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쪽에서 산업용 드론을 많이 만들고 있다. 국내는 외산 완제품을 수입하거나, 드론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하는 등 해외 의존도가 높다. 외산 드론 하나에 2억 정도 한다. 이런 드론이 아무리 편하고, 사람의 안전을 지켜도 비용 때문에 도입하기를 망설이는 곳도 있을 것이다.
경남 2.0 사업은 드론 제작에 있어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기술로 제품과 부품을 만들어서 비용을 좀 줄여보자는 취지다. 지금 가격에서 절반 이상으로 비용을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삼미정보시스템은 드론으로 영상을 찍었을 때 영상을 촬영하면 이걸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ㅡ기존의 기술과는 조금 결이 다르지 않나?
“맞다. 그렇지만, 삼미는 IoT를 활용해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당사가 소프트웨어적으로 기술력이 있어서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ㅡ함께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어디인가?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유인 드론’을 제작한 ‘다윈’이다. 산업용 드론을 만들어온 다윈에서 공장 현장에 적합한 드론을 제작하면, 우리가 영상 분석 플랫폼을 구축한다”
ㅡ현재 사업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이 됐나?
“경남2.0 사업은 2년에 걸쳐 진행된다. 올해 다윈에서 드론을 만들고 삼미정보시스템이 영상 분석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는데, 지금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올해까진 드론을 만들 수 있을 듯하고 소프트웨어는 내년쯤 가능하다. 완성이 되면 두산에 제품을 제공한다. 두산에서 제품을 활용하고 평가를 할 텐데, 이를 통한 성능 성적표가 괜찮게 나오면 수요처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두산 자체도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기도 하다. 이후로는 드론 사업을 계속 확장할 수 있을 거 같다”
ㅡ드론을 사용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하지 않나?
“자동차 면허가 1종 2종이 있듯, 드론 자격증도 무게에 따라서 종류가 나뉜다. 우리가 만드는 드론도 경량화해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10kg 이하 정도의 드론에 필요한 자격증으로도 쓸 수 있게끔 할 것이다”
ㅡ경남에서 영상 분석 플랫폼 드론의 활용도가 높을까?
“경남은 자동차, 조선, 건설 및 중공업 관련 업체가 주를 이루는 곳이다. 이들은 주로 넓은 사업장을 운영하는데, 공장의 재고, 공정 진척 등과 관련된 자료에 의존하거나 직접 현장에 방문해야 한다. 드론이 대신 이를 촬영해 고화질 영상 자료를 만들 수 있다. 당연히 사람이 직접 해야 할 공정 진척이나 검침 등을 드론이 하니 안전 사고도 줄어든다.
또, 경남엔 선박도 많은데, 선박은 사람이 검침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거대하다. 드론을 통해서 이러한 선박을 보다 쉽게 관리할 수도 있다. 경남의 김경수 도지사가 지역 발전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그만큼 기술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주니 기대가 높다”
ㅡ얘기를 들어보면, 전반적으로 앞으로의 추세와 잘 맞물려지는 거 같다. 공장에 사람이 부족하고, 노동 인력은 점점 고령화되고.. 그만큼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선 경각심이 더 커질 테고.
“노인뿐 아니라 젊은 사람이 건강 관리를 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큰일이 된다. 공장 관리를 좀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사람이 하다 보면 늦어지는 일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고. 빨리빨리의 민족이면 이에 매우 만족할 것이다(웃음).
사실 자동화와 완전히 맞물리는 부분은 아니다. 무인화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걸 지금 단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 정도다. 지금은 인력을 두는 게 비용적으로 더 나은 시점이다. 애초에 이런 드론이 공장 자동화에서 맡는 일 자체도 그렇게 크지 않다. 그렇지만, 인건비도 고정비로 나가는 거니까 어느 정도는 기계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다. 인력이 요구되는 디테일한 부분은 계속 필요할 것이다. 영상 분석 플랫폼 드론도 사람과 함께 현장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제품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