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아이비브릿지 울트라북, 삼성전자 시리즈5 울트라
PC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10여년 전, 노트북을 급히 구입해야 할 일이 생겼다. 혼자서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누구나 주위에 한 명쯤은 있다는 ‘컴퓨터 잘 아는 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디에 주로 쓸 것인가, 비용은 어느 정도 생각하는가, 무슨 게임을 주로 하는가 등 복잡한 설문조사(?) 끝에 최종 낙점된 노트북은 삼성전자의 제품이었다. 그렇게 구입했던 내 생애 첫 번째 노트북은 정말 만족스러웠던 기억으로 남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제품을 접하게 되는 지금, 가장 마음에 드는 노트북을 하나만 꼽기는 쉽지 않다. 다소 비싼 가격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고성능을 자랑하는 게이밍 노트북도 매력적이고, 운영체제나 드라이버를 수동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신 엄청나게 저렴한 보급형 노트북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10년 전의 그 형처럼 누군가에게 노트북을 추천할 일이 생긴다면 주저 없이 삼성전자 ‘시리즈5’를 택할 것 같다. 어느 한 부분도 모자람 없이 울트라북 으로서 가져야 할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해 냈다. 무엇보다 A/S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결정적이다. 이 중에서도 오늘 살펴볼 노트북은 생애 첫 번째 노트북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노트북을 추천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가장 무난한 ‘시리즈5 울트라 NT530U4C-S57L(이하 시리즈5 울트라)’이다.
균형감을 갖춘 14인치 울트라북
시리즈5 울트라의 무난함은 14인치 화면으로 대표된다. 흔히 13인치 노트북은 휴대성, 15인치 노트북은 성능을 내세우는데, 14인치 노트북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 모든 능력치가 고르게 발달한 대전격투게임의 주인공 캐릭터처럼 여러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게는 1.81kg이다. 사실 14인치 동급 울트라북 사이에서 눈에 띄게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일반적으로 휴대용 노트북의 상한선을 2kg라고 봤을 때,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백혈병 청순 미소녀가 아니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무게다. 이 무게조차 무겁게 느낀다면 13인치 울트라북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보통 13인치 울트라북에는 DVD드라이브나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가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웬만한 기능을 빼버리는 편법을 썼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트북을 처음 구입하는 사람들 중에는 13인치 울트라북의 날렵함에 혹해서 덜컥 구입했다가 후회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시리즈5 울트라는 DVD드라이브와 중급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지포스 GT620M)를 모두 갖췄다. 자주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면 이 제품을 선택하는 게 낫다. 또한 HDMI, D-SUB(VGA), USB 3.0 2개, USB 2.0 1개, 유선랜 등 대부분의 단자를 모두 갖췄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저장장치는 기본적으로 750GB의 HDD지만, 24GB의 SSD를 캐쉬로 활용한다. 사용자가 자주 쓰는 ‘핫 데이터’는 SSD에, 자주 쓰지 않는 ‘콜드 데이터’는 HDD에 저장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부팅 속도나 프로그램 동작 성능에서 값비싼 SSD 울트라북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부팅속도를 점검해봤더니 약 15초. 이 역시 눈에 띄게 빠른 속도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디 가서 아쉬운 소리를 들을 속도도 아니다.
CPU는 3세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아이비브릿지)다. 아이비브릿지는 이전 제품인 샌디브릿지에 비해 전력을 적게 소모하고 그래픽 성능을 올렸다. 이제 막 아이비브릿지가 풀리는 시점에서 과연 초보자가 이렇게 좋은 CPU를 쓸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1년 후를 생각한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보면, 첫 번째 노트북은 오래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기본 제공하는 윈도 체험지수에서도 비교적 고른 점수가 나왔다. 프로세서 6.9점, 메모리 7.4점, 그래픽과 게임 그래픽은 6.6점, 하드디스크는 5.9점이다. 이 정도면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다만 하드디스크 점수가 유독 낮은데, 이는 HDD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원래 HDD의 체험지수는 5.9점을 넘지 않는다.
게임 성능도 평균 이상
아이비브릿지의 내장 그래픽으로도 어느 정도의 게임은 구동할 수 있다. 게다가 시리즈5 울트라에는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인 지포스 GT620M이 탑재되었으니 보다 폭넓은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당한 사양을 요하는 최신 게임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먼저 최근 인기를 끌었던 중급 사양 온라인게임 ‘디아블로3’를 실행했다. 중간 옵션으로 설정했을 때, 마을에서는 평균 50프레임이 나왔고 몬스터가 다수 몰린 곳에서는 10프레임까지 떨어졌다.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려면 최소한 25~30프레임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디아블로3를 원활하게 즐기려면 옵션을 조금 낮춰야 하겠다.
비교적 낮은 사양을 요구하는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예상대로 평균 60프레임을 유지했다. 마찬가지로 ‘아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출시된지 몇 년이 지난 온라인게임을 즐길 때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싫은 사람에게 추천
특정 용도에 사용할 서브 노트북을 새로 구입하려는 사람에게는 이 시리즈5 울트라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엄청나게 가볍거나 얇지도 않고, 압도적으로 성능이 뛰어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별한 목적 없이 여러 용도로 두루 쓸 수 있는 메인 노트북을 찾는 사람에게는 이만한 제품이 없다. 화면크기에 비해 휴대하기에도 비교적 편하고, 대부분의 단자와 ODD를 지원하며, 게임 성능도 수준급이다. 거기에 삼성전자의 든든한 A/S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적어도 남에게 노트북을 추천해주고 욕을 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12년 7월 기준 시리즈5 울트라 NT530U4C-S57L의 인터넷 최저가는 120만 9,000원이다. 아이비브릿지를 탑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합리적인 가격에 해당한다. 허세보다 실속을 중요시하는 현명한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노트북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