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파코웨어 (1) 컬러링 월드, 로블록스와 어깨 견줄 메타버스 될까?

[스케일업 X 대구대학교 창업도약패키지]

[IT동아 차주경 기자] 올해 스케일업팀은 한국디자인진흥원, 서울먹거리창업센터, SBA 등과 함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을 소개했습니다. 코멕스산업, 스트릭, 에코브, 탐와이퍼, 도시공유플랫폼, 테사, 라이프샐러드, 보라웨어, 웰피쉬, 위미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장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기업을 소개하고, 그들의 현재 상황을 살피며 눈 앞에 닥친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죠.

그리고 최근 작년에 함께했던 대구대학교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며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여느 스타트업처럼 현실의 벽 앞에서 좌충우돌하는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었죠. 얼마 남지 않은 2021년, 이제 2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구대학교와 함께 새로운 스타트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스타트업 ‘파코웨어’는 영유아용 디지털 교보재 ‘애니블록’을 만듭니다. 그림 안에 블록을 짜 맞추면서 아이들이 인지 능력을 기르도록 이끄는 제품입니다. 나아가 살아 움직이는 그림책 ‘컬러링 월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두 가지 아이템으로 영유아용 SNS와 메타버스를 꿈꾸는 스타트업입니다.

“결국 아이들은 스마트 기기와 게임을 접한다. 기왕이면 유익하게 즐기도록”

잠깐 설거지를 하거나 요리하느라 불을 쓸 때, 전화 통화를 할 때 등 아이들을 돌보기 어려울 경우, 스마트폰을 켜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부모들이 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기는 커녕, 집에 TV조차 들여놓지 않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들이 행여 부적절한 내용의 게임이나 동영상을 볼까 우려해서다.

영유아에게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를 주는 것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스마트 기기로 건전한 콘텐츠를 적절한 시간만 보여주면 약이 될 것이다. 반면, 아이들이 폭력과 선정성이 난무하는 게임 및 영상 콘텐츠를 보는 것을 막지 못하면 독이 될 것이다.

영유아용 디지털 교보재 스타트업 ‘파코웨어’의 이인규 대표는 두 아이의 아빠다. 그는 집에서 5세 아이를 돌보다가 위와 같은 생각을 했고, 곧바로 사업의 아이디어를 발굴했다고 한다.

이인규 파코웨어 대표
이인규 파코웨어 대표

약이 되든 독이 되든, 아이들은 언젠가는 스마트 기기를 쓴다. 게임과 영상 콘텐츠를 언젠가는 접한다. 그렇다면, 아예 어릴 때부터 재미있고 유익한 게임을 즐기게 하면 어떨까? 아예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올바른 놀이 문화를 익히도록 이끌면 어떨까?

이인규 대표는 두 자녀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살폈다.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가위로 자른 후, 아이들이 이 조각을 다시 그림으로 맞추는 모델을 궁리했다.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 아이디어에 ‘폴리오미노’를 도입해 입체 퍼즐로 발전시켰다. 이렇게 파코웨어의 첫 제품 ‘애니블록’을 만들었다.

그림, 캐릭터 만드는 입체 퍼즐 ‘애니블록’으로 성과 거둬

폴리오미노는 정사각형을 여러 개 이어붙여 만든 블록을 사각형이나 마름모 등 정해진 도형 안에 딱 맞도록 배치하는 게임이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유서 깊은 영유아용 교육 게임이기도 하다. 애니블록의 블록 개수는 11개다. 모양은 정사각형 한 개인 ‘모노미노’에서 네 개를 이어붙여 만든 ‘테트로미노’까지 다양하다. 블록 모양은 인기 게임 ‘테트리스’의 그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파코웨어 애니블록
파코웨어 애니블록

애니블록은 블록을 배치하되, 폴리오미노와 달리 도형이 아니라 ‘그림’ 안에 배치한다. 이인규 대표는 이 그림에 주목했다. 영유아들이 좋아하는 인기 캐릭터 그림의 안을 애니블록으로 채우도록 이끈다면? 캐릭터의 익숙함에 폴리오미노의 재미가 더해져 아이들은 흥미를 가질 것이다.

‘옥토넛’, ‘뽀로로’, ‘헬로카봇’ 등 다양한 인기 캐릭터와의 라이센싱은 정답이었다. 애니블록의 구매 평점은 5점 만점에 4.8점에 달한다. 산 사람이 거의 모두 만족한다는 증거다. 파코웨어는 애니블록을 앞세워 2020년 5억 6,000만 원 매출을 올렸다. 2021년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난 12억 5,000만 원이 될 전망이다.

이인규 대표는 애니블록의 생태계를 넓혀서 가상 공간 ‘애니블록 월드’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이들이 애니블록으로 만든 그림을 가상 공간에 자유롭게 배치하고, 다른 아이들과 나누며 즐기는 공간이다. 더 많은 그림, 더 넓은 공간을 유료 결제 모델로 설정하면 수익 모델로도 쓸 수 있다.

파코웨어 애니블록을 즐기는 모습
파코웨어 애니블록을 즐기는 모습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콘텐츠가 부족했다. 애니블록으로는 수백여 개의 그림을 만들 수 있지만, 가상 공간 애니블록 월드를 채우기에는 개수가 부족하다. 어떤 콘텐츠로 애니블록 월드를 채울까 고민하던 이인규 대표의 눈에 문득 ‘컬러링 북’, 영유아들이 색칠 놀이를 할 때 쓰는 그림책이 들어왔다.

살아 움직이는 ‘컬러링 월드’로 콘텐츠 더해 어린이 메타버스 꿈꾼다

컬러링 북은 단순하지만, 아주 효과적인 교육 교보재다. 영유아와 어린이 모두 즐긴다. 매년 수억 권 이상의 컬러링 북이 세계에서 판매된다. 파코웨어가 궁리한 것은 종이에 그려진 그림에 색을 칠하는 끝나는 2D 컬러링 북이 아니라, 색을 칠하면 그림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살아 움직이는 3D 컬러링 북이다. 이인규 대표는 이 새로운 아이템을 ‘컬러링 월드’라고 부른다.

파코웨어 컬러링 월드 개념도
파코웨어 컬러링 월드 개념도

파코웨어는 컬러링 월드의 장점을 높은 기술 완성도, 그리고 플랫폼으로 소개한다. 먼저 기술 완성도를 살펴보자. 컬러링 월드는 스마트 기기로 구동한다. 어린이가 컬러링 월드에 마련된 그림에 색을 칠하면 그 그림이 애니메이션처럼 살아 움직인다. 사자 그림에 색을 칠하면, 그 그림이 살아나 사자의 갈기와 손발이 움직이고 이리저리 이동하는 식이다.

정해진 그림뿐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다음, 여기에 코딩 명령어를 더해 배경이나 소품을 더하는 것도 된다. 이 기술을 융합하면 컬러링 월드는 ‘살아 움직이며 어린이와 소통도 하는 라이브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된다.

어린이가 사자 그림을 그려 색을 칠하면 사자가 ‘사과 먹고 싶어’라는 식으로 요구를 한다. 그러면 어린이는 사과 그림을 직접 그려 색을 칠하고, 코딩으로 ‘Move 사자’라고 입력해 사자에게 줄 수 있다. 어린이가 나만의 캐릭터를 그려 색을 칠해서 캐릭터로 만들면, 이 캐릭터에게 어울리는 액세서리나 배경을 어린이가 다시 그려 코딩으로 추가할 수 있다.

파코웨어 컬러링 북 개념도
파코웨어 컬러링 북 개념도

그렇다. 파코웨어가 구상한 컬러링 월드는 가상 공간에서 한 단계 진화한 ‘메타버스’다. 실제 이인규 대표는 컬러링 월드의 경쟁자를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 인기 메타버스 게임으로 소개한다.

그는 컬러링 월드의 몇몇 기능은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를 앞선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보호자 관찰모드’다. 어린이가 메타버스 안에 만든 캐릭터와 공간을 보려면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 전용 광고’ 플랫폼도 컬러링 월드의 특징이다. 즉, 어린이의 정서는 물론 어린이들이 만든 콘텐츠까지 지키는 기능이다. 파코웨어는 이들 기능을 넣어 컬러링 월드의 사용 연령을 경쟁자보다 훨씬 낮은 ‘4세 이상’으로 설정할 계획이다. 그만큼 안전에 자신 있다는 이야기다.

컬러링 월드가 어엿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다면, 파코웨어는 크게 성장 가능하다. 이 곳에 다양한 수익 모델을 넣을 수 있어서다. 기본 제공하는 컬러링 월드의 그림 외에 캐릭터 라이센스를 활용한 유료 그림, 더 넓은 공간, 로딩 시간 단축과 인앱 구매 재화 등이 당장 떠오른다. 어린이를 위한 전용 SNS, 코딩으로 꾸미는 나만의 컬러링 월드 공간 등도 유료 모델로 만들 수 있다.

파코웨어 컬러링 북 개념도
파코웨어 컬러링 북 개념도

업계는 세계 어린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를 연간 7조 원 전후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게임 시장의 매출 규모는 2020년 기준 1조 원 쯤이다. 파코웨어의 목표는 이 부문에서 점유율 8%를 확보해 매출 800억 원을 올리는 것이다.

게임이냐, 교보재냐, 메타버스냐...속속 드러나는 문제

어린이들이 캐릭터와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자유롭게 배치하고 공유하는 메타버스 공간, 컬러링 월드. 기존의 컬러링 북이나 메타버스 서비스와 차별화된, 참신한 아이디어다. 그런데, 이인규 대표의 설명을 듣다 보니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컬러링 월드는 교보재이자 ‘게임’이다. 아이들이 컬러링 월드의 게임 요소에만 집중해, 보상만 노리고 즐길 가능성이 있다. 아이들이 컬러링 월드를 게임처럼 즐긴다면, 부모는 이 교보재를 아이들에게 주는 것을 꺼릴 것이다.

파코웨어 컬러링 북을 설명하는 이인규 대표
파코웨어 컬러링 북을 설명하는 이인규 대표

게다가, 컬러링 월드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즐기거나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하려면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 돈을 쓰는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다. 이 부분에서 부모의 저항감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파코웨어는 아이들이 컬러링 월드를 즐기면 유료 재화인 ‘포인트’를 준다고 밝혔다. 이 제도로 유료 결제의 부작용을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면 앞서 지적한 문제, 즉, 아이들이 컬러링 월드를 ‘즐길 때마다 보상을 주는 일반 게임’처럼 느끼고 게임으로만 즐긴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 이전에 포인트를 쌓는 방법과 활용 방안도 잘 만들어야 한다. 포인트가 단시간에 너무 많이 쌓이면 유료 결제를 할 필요가 없고, 포인트가 쌓이는 시간이 길면 사용자가 외면한다.

이 문제는 자연스레 ‘컬러링 월드를 아이와 부모, 어느 쪽에 알려야 할지’로 이어진다. 마케팅 대상과 방안이 두 개로 나뉜 셈이다. 아이들이 컬러링 월드를 선택하고 즐기는 이유, 부모들이 컬러링 월드를 선택하고 아이에게 주는 이유는 다르다. 어느 쪽을 선택해 마케팅과 홍보 역량을 집중할 것인가?

스케일업 팀과 대화하는 이인규 대표
스케일업 팀과 대화하는 이인규 대표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컬러링 월드를 얼마나 오래 즐길 것인가’다. 5세~6세쯤의 영유아가 컬러링 월드를 즐긴다 하더라도, 7세나 8세쯤 되면 로블록스를 비롯한 다른 메타버스 게임을 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파코웨어는 영유아용 콘텐츠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키우려 한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극히 드문데다, 먼저 만들어진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 등 플랫폼이 이미 세계를 장악하다시피 한 점이다.

이인규 대표 “넘을 산 높다...비즈니스모델 다듬고 파트너 초빙해 해외 진출 시도할 것”

이인규 대표는 스케일업 팀의 질문을 듣고 바로 대응 방안을 이야기했다. 먼저 컬러링 월드는 아이들이 직접 캐릭터, 배경을 만들고 꾸미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도록 돕는 콘텐츠다. 그렇기에 정해진 공간에서 특정 콘텐츠로 획일화된 줄거리만 즐겨야 하는 경쟁 메타버스 게임보다 앞선다고 말한다.

스케일업 팀과 대화하는 이인규 대표
스케일업 팀과 대화하는 이인규 대표

컬러링 월드는 게임이지만, 어떤 폭력 요소도 없다. 오히려 아이들이 서로 메타버스 콘텐츠와 공간을 나누고 교류하며 친하게 지내도록 돕는다. 성인 부모가 보면 컬러링 월드가 재미 없어 보일 수 있다. 흥미가 금방 떨어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연간 컬러링 북 판매량은 수억 권에 달하고 메타버스 게임의 인기도 꾸준히 상한가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두 제품의 장점을 합한 컬러링 월드의 인기를 낙관한다는 논리다.

아이들이 컬러링 월드를 좋아한다면, 건전한 게임이라는 점을 부모가 알게 되면 유료 결제의 저항감도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유료 재화를 얻을 방법이 많으므로, 반드시 유료 결제를 할 필요도 없다.

마케팅 대상을 누구로 정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이인규 대표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홍보 마케팅을 펼치려면 인력과 자원이 있어야 한다. 파코웨어와 같은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무리다. 그는 애니블록 월드의 소비자를 컬러링 월드로 이끌고, 서드파티 완구사와의 협업해 컬러링 월드의 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할 방안도 구상한다.

파코웨어 스케일업 현장
파코웨어 스케일업 현장

스케일업 팀을 만나기 전까지, 이인규 대표는 IR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파코웨어의 ‘파코’는 라틴어 ‘Paco’다. ‘평화롭게 하다’, ‘개척하다’라는 뜻이다. 영유아와 어린이가 평화롭게, 건전하게 즐기는 혁신적인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이름이다. 그래서 그는 같은 뜻을 가진 해외 수출 파트너와 투자자를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이인규 대표는 한참 IR을 펼치던 가운데 스케일업 팀의 질문을 받고 생각의 방향을 다시 짚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파코웨어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할 캐릭터 사업자와 완구 회사 등 파트너 기업과의 협업, 투자 문의도 원한다고 밝혔다.

이인규 대표와 스케일업 팀이 주고받은 문답을 토대로,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했다. 그리고 지금 파코웨어가 고를 수 있는 마케팅 수단, 비즈니스 모델을 더 튼튼히 만들 방안을 이야기했다. 다음 기사에서 이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본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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