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벤처센터 "대세가 된 친환경 기업, 우리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길"
[IT동아 권택경 기자] 열정과 아이디어를 충분히 갖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금이나 인력, 경험의 부족으로 뜻을 펴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그래서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지원 기관 등이 이러한 예비 창업자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및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오는 11월 25일에 열리는 인천 지역 최대 창업 페스티벌인 ‘I-STARTUP 2021(아이스타트업, 인천창업벤처한마당)’도 그중의 하나다.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인천광역시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엔 다양한 우수 창업 기업과 창업 지원 기관이 참여한다. 이번 시간에는 아이스타트업 참여 기관인 환경벤처센터를 방문해 지원 사업 내용과 주요 성과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제는 환경이 대세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이윤만 추구하면 그만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한다. 이처럼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최근 떠오른 게 이른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ce)다.
ESG는 기업이 비재무적 요소인 사회, 환경, 지배구조를 말한다. 기업이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 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지녔는지가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셈이다. 환경은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요소다. 때로는 ESG 경영을 친환경 경영과 동일시하기도 할 정도다. 기업들은 좋든 싫든 살아남으려면 ‘친환경 전환’을 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이 이러니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 몸값은 지금도 치솟고 있고, 앞으로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환경벤처센터는 이러한 녹색 환경 기술을 보유한 예비창업자나 창업 3년 이내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환경벤처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은 기술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실증, 그리고 마케팅까지 사업화 전반에 걸쳐 지원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환경벤처센터가 중점을 두고 있는 건 기술획득 전략 수립이다. 기술 창업은 결국 핵심 원천기술과 이를 활용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뻗어 나간다. 녹색 환경 기술도 마찬가지다.
환경벤처센터 양재권 센터장은 “이런 기업들이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 보호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부터 특허 출원까지의 모든 단계를 컨설팅하며 지원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특허전략개발원과 연계한 특허전략 수립(IP R&D) 컨설팅, 기관 자체 특허전략 수립으로 입주기업들을 위한 맞춤형 특허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시제품 제작실을 운영하며 입주 기업들이 3D 프린터, 3D 스캐너 등을 활용해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상용화 전 기술 실증을 위한 지원 체계도 갖춰져 있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와 같은 환경기초시설에 연구시설을 설치해 기술 실증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인천시와 관련 협의회를 만들었다. 연구단지 내에도 자체 실증 시설이 마련돼 있어 입주 기업들이 원한다면 임대해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저렴한 비용으로 입주 공간을 임대할 수 있고, 세무회계 비용이나 인건비, 각종 인증 비용도 일부 지원받는다. 환경부 산하 기관이 운영하는 만큼 관련 정부 사업과 행사 정보를 기업들이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 같은 분야 입주 기업들이 모여있어 기술이나 정보를 공유하거나 협력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로 센터에서 입주기업 분야별 협의체, 비대면 소통 채널을 운영하며 각종 지원 사업, 공모전, 자료 등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환경벤처센터는 지난 2000년 개소했지만, 본격적으로 기업 보육 활동을 시작한 건 2017년이다. 소규모로 운영되다가 인천 서구에 설립된 환경산업연구단지로 자리를 옮기며 지금의 형태로 규모를 키웠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평균 입주율 98%, 입주기업 평균 매출 상승률 42.85%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현재는 33개 입주 공간에 28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수요가 많아 입주 공간을 확장한 결과다.
입주 기업 중에는 이미 곳곳에서 주목하고 있는 유망 기업도 있다.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스타스테크는 대표가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도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불가사리는 특유의 먹성으로 양식장에 피해를 입히는 ‘바다의 포식자’로 악명이 높다. 매년 정부가 예산을 들여 폐기할 정도다. 스타스테크는 이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탄산칼슘 다공성 구조체로 제설제를 만든다. 기존 염화칼슘 제설제보다 효과도 뛰어난 데다 부식의 위험이 없고, 토양이나 해양을 오염시킬 염려도 덜하다.
주목할만한 또 다른 기업은 누비랩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는 줄이는 솔루션을 개발한 곳이다. 현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직접 테스트베드가 돼 구내식당에 누비랩이 개발한 솔루션을 시험 운영하고 있다. 음식을 배식한 후 스캐너에 식판을 스캔해 배식량을 파악하고, 이후 식기를 반납하는 곳에서 잔반을 다시 한번 스캔한다. 잔반을 줄인 직원에게는 기업에 따라 맞춤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는 현재 사내 카페 등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누비랩의 기술은 이외에도 식습관 교육이나 개선, 건강 관리를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유망한 입주 기업들이 투자를 잘 받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매년 투자 유치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R 자료 작성 노하우 전수, 스피치 교정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좀 더 설득력 있는 발표를 할 수 있게 돕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매년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해 실제 투자 유치 기회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는 입주기업 중 이유씨엔씨, 씨에스이엔엘 두 곳이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유씨엔씨 건물 내부 온도를 유지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단·차열 도료 등 각종 기능성 도료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씨에스이엔엘은 필터만 갈아 끼우면 되는 다회용 전자 마스크를 개발해 투자자의 선택을 받았다. 기존 마스크보다 숨쉬기도 편하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환경벤처센터는 입주 기업들의 홍보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초기 창업 기업은 돈도 시간도, 인원도 부족하기 마련이다. 기술 및 제품 개발만 해도 여력이 없어 홍보에는 신경 쓰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러한 기업들을 위해 환경벤처센터는 홍보 영상 지원은 물론, 각종 전시회 참여 기회도 제공한다. 오는 25일 열리는 아이스타트업 행사에도 환경벤처센터와 입주 기업 5곳이 참여해 센터와 기업들의 이름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양재권 센터장은 “이제 환경이 대세입니다. 앞으로 친환경 기업, 에코 스타트업이 저희와 같은 창업보육기관을 통해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친환경’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 됐다. 환경벤처센터가 친환경 혁신을 선도하는 창업보육센터로 활약하기를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