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KT 인터넷 먹통…우리 일상도 먹통이 됐다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전국 직장인, 그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 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 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 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이번 주 월요일에 KT 인터넷이 갑자기 먹통이 돼서 난리가 났었지?

네, 정말 난리도 아니었죠. 저희 집은 다행히 SKT를 써서 무사했지만, KT를 쓰시는 분들은 아주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처음엔 공유기가 고장 난 줄 알았다거나, ‘혹시 요금이 미납됐나?’ 하신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전국이 다 같은 상황이었던 거죠. 웃고 넘길 일이 아닌 게, 가뜩이나 바쁜 월요일 점심 직전 시간대라 피해가 컸습니다. 특히 요식업 하시는 분들. QR 코드 확인, 결제, 배달 앱 모두 먹통이 됐습니다. 중요한 점심 장사를 망친 거죠.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비대면 시대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보니 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던 거 같네요. 온라인 수업을 듣다가 강제 휴강하게 됐다거나, 시험 답안 제출을 못 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 외에도 운전하다 내비게이션이 꺼졌다거나, 보안 시스템 작동이 중단됐다는 사연도 있고요.

인터넷 장애 관련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인 KT 구현모 대표 (출처=사진공동취재단, 동아닷컴)
인터넷 장애 관련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인 KT 구현모 대표 (출처=사진공동취재단, 동아닷컴)

2. 그래서 이유가 뭐였어?

KT는 처음에는 대규모의 분산 서비스 거부(Distributed Denial of Service, 이하 DDoS)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호사가들 사이에선 이게 과거 의심 사례들처럼 ‘북한 소행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고요. 그런데 잠시 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서 디도스 공격이 아니라고 발표합니다. KT에서도 공식적으로 디도스 공격이 아니라 내부 설정 오류라고 정정했고요.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오류였길래 이 난리가 났냐? 라우팅 오류 때문이라는 겁니다. 우리말로 풀면 ‘경로 설정 오류’인데요. 라우팅은 데이터가 어떤 경로를 거쳐 가는지 정하는 작업입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신호등 같은 거죠. 원래라면 특정 구간이 정체되지 않도록 최적의 경로를 안내해줘야 하는데, 이게 뭔가 잘못돼서 한쪽으로만 몰린 겁니다. 그러니깐 도로도 멀쩡하고,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내비게이션이 오작동해서 교통이 마비된 셈이죠.

출처=동아닷컴
출처=동아닷컴

3. 근데 왜 디도스라는 얘기가 나온 거야?

디도스는 의도적으로 과부하를 걸어서 서버를 터뜨리는 공격 수법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라우팅 오류로 특정 경로로 데이터가 몰리면서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KT는 처음에 이렇게 과부하된 모습만 보고 디도스를 의심한 거죠.

그런데 이게 단순히 오류가 아니라 디도스 공격이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북한이든 어디든 외부 세력이 대한민국을 사이버 공격하고 있다는 뜻이니깐요. 국방의 문제가 되는 거죠. 그래서 과기정통부가 재빠르게 디도스가 아니라고 정정한 겁니다. KT도 곧 ‘트래픽 과부화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니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 오류가 원인이었다’고 정정했고요. 일각에서는 KT가 디도스 공격을 핑계로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로 섣불리 ‘면피성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4. 단순한 설정 오류면 복구도 금방 할 수 있는 거 아냐? 복구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도 같은데.

그러니깐요. 12시쯤부터 차츰 정상화됐는데, 40분이면 짧은 시간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 외부의 공격인지 침입인지 혹은 내부에서 뭔가 오류가 발생한 건지도 빠르게 확인이 안 됐고요. 다른 곳도 아니고, KT는 국가 기간 통신망 사업자잖아요. 우려 섞인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어쨌건 며칠이 지난 지금은 좀 더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지긴 했습니다. 부산 지역 시설에서 진행된 기업망 고도화 작업 도중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데요. 해당 작업으로 새로운 장비를 설치하고 여기에 맞는 라우팅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명령어 한 줄이 빠졌다는 겁니다. 결국 철저히 내부적인 실수인 것이고, 조직의 문제였다는 겁니다. KT의 관리 감독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5.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KT 통신망이 마비되는 일이 있지 않았어?

맞습니다. 지난 2018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KT 아현지사 건물에서 불이 났던 적이 있죠. 해당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면서 일대 유무선 통신망이 다 마비됐었습니다. 그때는 며칠을 고생했었죠. 당시 사건을 겪으면서 여러 대책이 나오긴 했습니다. 소방 시설을 의무화하고 우회망을 갖추도록 했거든요. 우회망이라는 건 도로 한쪽이 망가지면 돌아갈 수 있는 다른 도로 같은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회망이 있어도 신호등이 고장 나서 아예 그쪽으로 가질 못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당시 사진 (출처=동아일보 DB)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당시 사진 (출처=동아일보 DB)

피해가 발생한 만큼 보상이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2018년 화재 사건 때는 KT가 피해를 본 소상공인 1만 2천 명에 최대 120만 원을 지급하고, 가입자들에게 이용료 1개월분을 감면해줬었죠. 그런데 사실 약관 상으로는 연속 3시간 이상 또는 한 달에 6시간 이상 서비스가 중단된 경우에만 보상을 해줍니다. 아현지사 때는 사태의 중대성과 여론을 고려해 특별 보상을 한 거죠. 이번에도 약관과 무관하게 보상이 이뤄질 거 같습니다. 구현모 대표가 조속히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거든요.

6. KT는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사잖아. 왜 이런 일이 벌어질 걸까?

지금의 KT는 민영기업이지만 과거엔 한국통신, 즉 국영 통신사였죠. 통신 회사라고 하지만 최근엔 ‘탈통신’ 전략이라고 통신 외 다른 분야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이 있죠. 사고가 난 날도 마침 구현모 KT 대표가 신규 인공지능 ‘AI통화비서’ 발표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인공지능 서비스로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발표하자마자 통신망이 먹통이 되면서 참 머쓱한 상황이 된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탈통신도 좋지만 통신사의 기본인 통신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질타가 계속 나옵니다. KT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KT새노조는 이번 사태를 '통신사업자로서의 기본도 충실히 하지 않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장애'로 규정하며 경영진을 비판했습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6일 KT 네트워크관제센터에서 이철규 KT 부사장으로부터 인터넷 장애 원인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6일 KT 네트워크관제센터에서 이철규 KT 부사장으로부터 인터넷 장애 원인 및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책임을 하청 업체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구현모 대표가 이번 사고 원인을 설명하면서 "원래 야간에 하게 돼 있는 작업을 (하청 업체) 작업자가 주간에 진행 했다"고 말한 부분인데요. 그럼에도 KT의 전반적인 관리 소홀 책임은 피할 수 없습니다. 과기정통부 조사 결과 오류 확산을 방지할 안전장치도 없었고, 작업 시 관리 감독해야 할 KT 직원도 없는 등 전반적 관리 소홀이 있었던 게 확인됐거든요. 결론적으로 안일주의에서 나온 인재였던 겁니다.

인공지능이니 메타버스니 하는 것도 다 좋습니다. 그런데요. 결국은 기본적인 통신망이 잘 돌아가야 이 모든 게 가능하잖아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삼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대가를 치르기 전에요.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 장을 발표했다.

정리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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