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절실해진 PC 시장, ‘보안’에 방점 찍은 HP
[IT동아 김영우 기자] 시장 조사 기관 IDC가 지난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3.9% 늘어났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020년초부터 6분기 연속으로 성장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재택 근무, 유연 근무제가 일상화되면서 PC 이용률이 크게 증가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인 PC 제조사 중 한 곳인 HP는 ‘보안’에 방점을 찍었다. PC 이용 시간이 늘어난 만큼, PC에 담긴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킬 필요성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의 해커들은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공격해 정보를 탈취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인질로 잡고 돈을 요구(랜섬웨어)하거나 하드웨어 자체를 공격해 사용자의 업무를 마비시키는 등의 다양한 보안 위협을 가한다.
바이러스 백신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보안 소프트웨어만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한 수준이라 대기업들은 회사 전체 차원의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한다. 다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보안 기능을 강화한 업무 장치의 선택만으로도 비교적 효율적인 보안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HP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 단계부터 보안을 강화하는 솔루션인 ‘HP 슈어 시리즈(HP Sure Series)를 탑재하여 차별화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이는 일반적인 하드웨어에 보안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기존의 PC 보안 개념을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HP 슈어 솔루션은 PC의 전원을 넣는 순간부터 시스템 내외부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보안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켜고, 부팅하고 클릭하는 순간까지 ‘철통보안’
PC의 전원을 켜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건 메인보드(주기판) 내부 펌웨어의 일종인 바이오스(BIOS)다. 이는 운영체제보다도 먼저 시스템의 기본 제어를 담당하는데, 최근의 해킹은 바이오스를 해킹해 시스템 주도권을 탈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HP 슈어 스타트(HP Sure Start)’ 솔루션은 해커가 악성코드로 바이오스 변조를 시도하면 이를 발견하고 즉시 바이오스를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 등에서는 할 수 없는 기능이며, 이러한 바이오스 공격 탐지 및 자가 치유 솔루션을 적용한 것은 HP가 처음이다.
PC가 운영체제 부팅을 한 이후에도 해커들의 공격은 이어진다. 예전에는 바이러스 백신 등의 보안 소프트웨어, 혹은 데이터 백업 등의 방법으로 이런 공격에 대비할 수 있었지만 최근의 해킹은 아예 바이러스 백신이나 백업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는 악성 코드를 운영체제에 심기도 한다. ‘HP 슈어 런(HP Sure Run)’은 악성 코드 등으로 인해 이러한 보안용 소프트웨어가 종료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슈어 런은 주요 프로세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슈어 스타트로 전송한다. 만약 해킹이나 악성코드 인해 주요 프로세스가 차단되는 경우, 이러한 신호 전송이 끊기게 되고 슈어 스타트가 바로 이를 감지하여 중단된 프로세스를 재작동 시킨다. 이 부분 역시 HP가 제공하는 보안 솔루션의 차별점 중 하나이다. 슈어 런은 HP 엘리트북(Elitebook) PC에 무료로 제공되는 HP 클라이언트 시큐리티 매니저(HP Client Security Manager)를 통해 활성화할 수 있다.
최근 관심을 모으는 인공지능(이하 AI) 기술도 적용했다. ‘HP 슈어 센스(HP Sure Sense)’는 딥 러닝 알고리즘 및 고급 신경망 등의 AI 기술을 통해 악성 코드 특유의 공격 패턴을 감지, 해킹이라고 판단되는 프로세스를 자동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 기존의 보안 소프트웨어로는 대처가 어려운 신종 보안 위협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슈어 센스는 사용자가 패치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최신 멀웨어(악성 소프트웨어)를 감지하지 못하는 백신 프로그램과 달리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바이러스 탐지 기능이 작동해 신속한 멀웨어 및 바이러스 감지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인터넷 연결을 통한 빈번한 업데이트 없이도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된다.
사용자의 실수로 보안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메일이나 웹 사이트를 무심코 클릭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악성 코드가 담긴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HP 슈어 클릭(HP Sure Click)’은 이렇게 실수로 다운로드한 파일이나 URL을 격리된 가상 컨테이너 공간에서만 열리게 하여 악성 코드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한다. 사용자가 해당 웹 브라우저를 닫으면 악성 코드도 사라지므로 시스템의 안전은 유지된다.
운영체제 재설치, 화면 엿보기의 불편까지 해소
해킹이나 소프트웨어 이상으로 운영체제를 완전히 새로 설치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운영체제 재설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귀찮은 일이라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는데, ‘HP 슈어 리커버(HP Sure Recover)’를 이용하면 운영체제가 악성 코드에 감염된 상태에서도 빠르게 운영체제를 다시 설치할 수 있다. 해당 PC가 네트워크에 연결된 상태라면 인터넷을 통해 운영체제를 자동 재설치하며,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5분 내에 재설치가 가능한 기능도 제공한다. 여러 PC를 대상으로 동시에 운영체제 재설치를 하는 기능도 제공하므로 기업 내 IT 관리자에게도 유용하며, IT 담당자가 따로 없는 소규모 기업에서도 각 직원들이 쉽게 운영체제 재설치를 할 수 있다.
HP의 일부 노트북 제품에서는 ‘HP 슈어뷰(HP Sure View)’ 기능을 선택해 탑재할 수 있다. 이는 제품의 슈어뷰 버튼을 클릭하면 화면의 시야각이 90도로 줄어드는 일종의 화면 보안 기능이다. 슈어뷰 기능을 활성화하면 정면 외의 다른 각도에선 화면 내용을 볼 수 없다. 카페 등의 공공장소에서 원격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 최근의 상황에서 유용한 기능이다.
요즘은 노트북에 달린 웹캠 기능을 해킹해 사용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래 감시하는 보안 위협도 등장했다. 최근 출시되는 일부 HP 노트북은 물리적으로 웹캠을 가릴 수 있는 웹캠 셔터를 갖추고 있으며, 특정 키를 눌러 자동으로 웹캠 셔터를 닫는 ‘HP 슈어 셔터(HP Sure Shutter)’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 외에 각종 서비스에 로그인할 때 비밀번호 외에 안면 인식이나 지문 인식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인증을 할 수 있는 ‘HP 멀티 팩터 인증(HP Multi-Factor Authenticate)’ 기능을 지원하는 등, PC를 이용하는 거의 모든 단계에서 보안을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까지 바라본 차별화 전략, 성공할까?
2010년대 이후 한동안 침체 상태였던 PC 시장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다시 성장하면서 각 제조사들은 경쟁력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미 일상으로 자리잡은 재택 근무, 유연 근무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업무 도구로서의 PC의 중요성은 한층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종합 보안 솔루션인 HP 슈어 시리즈를 통해 차별화를 하고자 하는 HP의 전략은 눈에 띈다. 특히 바이오스 단계부터 운영체제, 응용 프로그램, 그리고 사용자의 이용 패턴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포괄하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펌웨어, 하드웨어까지 아우르는 보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PC 제조사인 HP의 강점을 최대한 이용한 결과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보안 관련 비용 절감 및 다운타임(시스템 이용 불가 시간) 최소화도 기대할 수 있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차별화 전략을 짜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적인 종합 보안 솔루션을 내세운 HP의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