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임재근 창업정책과장, “서울시도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 중 하나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스타트업 생태계(Startup Ecosystem)란 무엇인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주요 국가는 지난 몇 년 동안 스타트업에 집중했다. 장기적으로 이어진 경기 침체, 빠르게 발전하는 IT 신기술로 인한 생활의 변화 등으로 고심한 결과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자. 우리는 왜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것일까?
스타트업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치(제품, 서비스 등)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터넷 등을 활용한 개방성을 무기로 새로운 네트워크와 생태계를 구축한다. 전통적인 산업의 경계를 허물면서 말이다. 때문에 안정적이고 생산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 완성하는 - 일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색하는, 경기 침체 탈출의 주요 해결책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나의 단체나 기관, 정부가 나선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생태계라는 말처럼, 그 안의 구성원들이 상호작용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 정부, 지자체, 기업, 단체, 기관, 스타트업 등이 각각의 역할을 완성했을 때 건강하고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창업가와 팀원,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자금력(투자),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
“공공은 공공의 역할이 있습니다”
지난 10월초, 서울특별시 경제정책실 창업정책과 임재근 과장을 만났다.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은 민간과 공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은 공공의 역할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일, 창업 정책은 생태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입니다. 스타트업이, 새싹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땅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타트업이 무엇을 어려워 하는지 파악해야 하죠. 민간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공공에서 뒷받침해야 합니다. 그래야 싹을 틔우고, 성장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어서 그는,
“어렵습니다. 어려운 일이에요. 많은 경험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서 생각할 수 없어요. 변화하고 성장하는 생태계 안에서 기존 방식을 고수할 수는 없습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정책과 투자, 사무 공간 지원 등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민간 영역에서도 스타트업을 위한 전문 액셀러레이터(AC), 전문 투자사(VC)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죠.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기초, 필수인 요건은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공공은 이를 하나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 과장 이어서 말했다.
“민간이 잘하는 부분은 민간에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협력하면서 생태계를 만들어가야죠. 그게 성장, 스케일업(Scale-Up)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고민
임 과장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도 여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자금’과 ‘인력’, 그리고 ‘판로’다. 임 과장은 판로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냈다.
“스타트업이 2개 국가 이상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그러니까 내수 시장에만 집중한다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창업 초기부터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도 염두해야 합니다. 국내에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이 11개라고 하는데, 초기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을까요? 아닙니다. 해외에서 잘되는 아이템을 국내에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을 거에요.”
해외 시장 공략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의 숙제 중 하나다. 희망사항이자 목표다. 다만,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스타트업에게 해외 진출은 언감생심이다. 몰라서 안한다? 아니다. 알지만 못하는 영역에 가깝다.
“그래서 공공이 나서야 합니다. 민간이 어려워 하니까요. 다만, 마치 ‘이것이 정답이다’라며 해답지를 내밀 수는 없습니다. 다리를 연결하려고 해요. 해외의 투자자를 찾아서 소개하고, 해외의 바이어를 찾아서 소개합니다. 국내에 액셀러레이터와 투자사, 대기업이 있듯, 해외에도 있습니다. 서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결국 네트워크, 생태계다. 그리고 이건 판로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자금과 인력도 같은 선상에서 연결할 수 있다.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서울시가 나서는 이유입니다. 네트워크는, 접점이 필요해요. 더 많은 접점, 더 많은 미팅, 더 많은 만남을 유도해야 합니다. 이에 스타트업 생태계 각 구성원이 모일 수 있는 포털을 만들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는 창업가, 액셀러레이터, 투자자 등이 서로의 정보를 확인하고 연락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어요. 곧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발자를 구하십니까?
앞서 언급한 포털은 인력도 자연스럽게 포함한다. 단지 해외의 투자자, 바이어에게 국내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역할에서 멈추지 않는다. 개념은 동일하다. 스타트업을 바이어/투자자에게 소개하듯, 인력도 소개한다. 반대로도 마찬가지고. 정보, 데이터를 쌓으면 이 모든 것은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취업자의 60~70%가 이직을 꿈꾼다고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자신이 지닌 역량보다 조직이 요구하는 역량이 높을 때나 그 반대의 경우가 크겠죠. 혹은 기업에 입사해 재직하다 보니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미스매칭(mismatching) 때문이죠. 완성된 포털은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임 과장은 인력, 사람을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 끌어들이고자 한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성공과 대박을 꿈꿉니다. 스스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창업가로서의 능력보다 조직의 구성원으로 임했을 때 더 나은 재능을 지녔을 수 있습니다. 역으로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조직 문화에 스며들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죠. 취업과 창업을 오가는 젊은 인재가 많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항상 인력이 부족합니다. 서로의 정보를 오픈하면, 자연스럽게 미스매칭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맞다. 기자도 임 과장의 말에 공감했다. 서로의 정보를, 서로가 원하는 만큼 공유할 수 있다면, 미스매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과 투자자, 스타트업과 바이어, 스타트업과 대기업, 스타트업과 구직자의 네트워크, 연결이다.
“서울시가 만들고자 하는 포털은 하나의 플랫폼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모이는 플랫폼이죠. 서울시, 한국이 갖춘 스타트업 생태계는 역동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반면, 해외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자기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것부터 잘 알리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겁니다.”
5년 이상 고민한 결과입니다
임 과장은 2016부터 생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창업정책팀장, 경제정책팀장 등 스타트업 관련 창업정책 실무로 5년 이상 일하며 쌓은 생각이다. 기업과 인력의 정보는 어디까지 오픈할 것인지, 보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기술적 타당성은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는지 등… 생각과 실행은 다른 문제다.
“스타트업 정보는 자연스럽게 쌓았습니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정책,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은 매년 꾸준하게 있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액셀러레이터, 투자사 정보도 얻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요 인력에 대한 정보로 쌓았습니다.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인 만큼 정보의 유동성도 컸습니다. 그래서 DB형 포털을 구축하기 시작했어요.”
이어서 그는,
“포털에서 활동하는 것은 각각의 구성원, 플레이어입니다. 서울시가 이를 주도적으로, 앞에 나서지는 않아요. 어디까지나 관리입니다. 주변 환경,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어하는 역할만 담당합니다. 지원하는 역할, 정책을 실행하는데도 이 정보는 중요합니다. 현재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공공이 일방적으로 전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찾아 지원하는, 소통하는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
공공은 사업자가 아닙니다.
“공공은 사업자가 아닙니다.”
임 과장은 진중하게 말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한다고 하지만, 공공은 사업자가 아닙니다. 조성자가 아니에요. 직접 만들고 직접 운영하지 않습니다. 생태계 안에 인재가 있고, 인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있고, 기술을 알아보는 투자자가 있으며, 기술을 구매하고자 하는 바이어가 있는 겁니다. 공공이, 서울시가 그 안으로 들어가 하나의 구성원처럼 움직일 생각은 없어요. 서로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때, 하나의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꾸준하게 발전했다. 혹자는 그 변화의 빠르기를 보고 ‘진화’라고 말한다. 빠르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도 받아들이고 흡수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대하는 공공의 시선은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서울시는 여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이 창업은 늘고 있지만, 그만큼 실패하는 일도 많습니다. 생존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요. ‘이게 과연 옳을까?’에 대해 자문하고 있습니다. 1년짜리 성적표, 수치만 가득한 결과는 원하지 않습니다. 같이 고민하고 문제를 대한 뒤 해결해야 하잖아요. 비단 우리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9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를 분석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이 발표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2021)'에 따르면, 서울시는 100개국 280개 도시 중 16위를 차지했다. 2020년 20위에 이어 4계단 상승한 결과다.
스타트업 지놈은 서울시의 강점으로 인재 파이프라인과 R&D 투자금액 등을 꼽았다. 특히, 연구실적·특허로 평가하는 '지식축적' 분야에서 글로벌 4위를 차지했다. 또한, 서울 전역에 걸쳐 창업거점(클러스터)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창업 정책을 펼치는 점도 높게 평가하였다.
“유럽은 유럽의 방식으로, 미국은 미국의 방식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공공과 민간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비율이 조금씩 달라요. 다만, 모두가 공감하는 하나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을까?’ 이것 하나 만큼은 똑같습니다. 그리고 직접 해외에 나가서 현장 관계자들과 만난 결과, 모두가 서로를 원하는 것은 똑같았어요. 그들에게 우리를, 서울시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임 과장은 지난 2016년 개봉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의 주제곡을 언급했다.
“주토피아의 주제곡은 ‘Try Everything’입니다. 많은 분이 관람한 영화이니 노래를 들으면 바로 아실텐데요. 노래 후렴구에 가사가 나옵니다. ‘I won’t give up, no I won’t give in. Till I reach the end. And then I’ll start again. No I won't leave. I wanna try everything. I wanna try even though I could fail.’ 요약하자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고, 모든 걸 해보고, 실패할지라도 도전하겠다는 의미죠.”
라며,
“저 가사의 의미와 주토피아의 스토리는 스타트업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주토피아의 주인공 주디처럼 스타트업이 멈출 줄 모르는 도전과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도록 노력하는 가치관과 실행력을 지니길 희망합니다. 서울시는 그런 스타트업을 위해 스케일업할 수 있는 광장, 포털을 준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서울시가 만들어갈 스타트업, 스케일업 정책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