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마다 다른 버튼 배치, 사용자는 불편하다

강일용 zero@itdonga.com

작년 구글은 안드로이드 4.0을 발표하며, 갤럭시 넥서스를 통해 외부의 버튼은 제거하고 화면 속에 버튼을 넣는 구조(온 스크린 버튼, On Screen Button)를 선보였다. 그리고 메뉴 버튼을 기본 구성에서 삭제하고, 대신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버튼’을 탑재했다. 이는 안드로이드의 강점인 멀티태스킹 기능을 더욱 강조하고, 사용자가 멀티태스킹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평상 시에는 메뉴 버튼이 보이지 않으며, 각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마다 필요할 때마다 오른쪽 상단에 나타나는 형태로 바뀌었다.

제조사마다 다른 버튼 배치, 사용자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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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마다 다른 버튼 배치, 사용자는 불편하다 (1)

당시 많은 사람들은 추후 안드로이드 4.0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이러한 형태를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전에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표준 스마트폰 ‘넥서스원’, ‘넥서스S’의 형태 및 구성을 그대로 따른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발표한 ‘갤럭시S3’, ‘옵티머스 LTE2’, ‘베가레이서2’, ‘HTC One X’ 등의 제품 외형을 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안드로이드 4.0을 탑재했음에도 각 제조사 또는 제품마다 버튼의 위치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꿋꿋이 내 갈 길을 가다

갤럭시S3는 구글의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갤럭시S3는 온 스크린 버튼 대신 외부 버튼을 탑재해 기존의 (갤럭시 시리즈) 버튼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멀티태스킹 버튼의 자리에 메뉴 버튼이 그대로다(멀티태스킹 버튼 기능은 홈 버튼을 1초간 누르면 된다). 즉, 구글의 안드로이드 4.0 개발 가이드 라인에서 벗어나는 버튼 배치 구성이다. 구글은 메뉴 버튼을 기본 버튼 구성에서 배제하고 화면 내에 탑재하기를 권고한바 있다.

제조사마다 다른 버튼 배치, 사용자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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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마다 다른 버튼 배치, 사용자는 불편하다 (2)

삼성전자의 이러한 선택을 두고 일각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제일 유력한 의견은 삼성전자가 기존 갤럭시 제품 사용자를 위해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갤럭시 사용자가 갤럭시S3를 구매해도 버튼 배치 때문에 혼란스럽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온 스크린 버튼의 한계 때문에 물리적인 버튼 형태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온 스크린 버튼은 화면 내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실제 화면 크기보다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작다. 예를 들면 4.65인치 화면 크기의 갤럭시 넥서스는 온 스크린 버튼의 공간이 약 0.3인치이다. 이 때문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화면 크기는 4.3인치 정도다. 굳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줄이면서까지 온 스크린 버튼을 탑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의 번인 현상(화면에 잔상이 각인되는 현상) 때문에 온 스크린 버튼을 제거했다는 의견도 있다. 대체적으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는 자체 발광 방식의 한계로 인해 LCD보다 번인 현상에 취약하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버튼을 화면 내에 표시해야 하는 온 스크린 버튼은 아몰레드에 어울리지 않으며, 이러한 문제 때문에 삼성전자에서 온 스크린 버튼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LG전자도 ‘옵티머스 LTE2’에 온 스크린 버튼을 채택하지 않았으며, 메뉴 버튼을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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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마다 다른 버튼 배치, 사용자는 불편하다 (6)

구글의 기준을 따르다.

팬택의 베가레이서2는 구글이 제시한 안드로이드 4.0의 기준을 그대로 따른다. 베가레이서2는 갤럭시 넥서스처럼 온 스크린 버튼을 탑재했으며, 물리적인 외부 버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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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마다 다른 버튼 배치, 사용자는 불편하다 (7)

다만, 온 스크린 버튼의 배치가 갤럭시 넥서스의 버튼 순서와 달리 멀티태스킹, 홈, 취소 버튼 순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갤럭시 넥서스는 메뉴 버튼이 화면 내 오른쪽 상단에 (숨겨져 있다가) 나타나지만, 베가레이서2는 화면 내 오른쪽 하단에 나타난다.

팬택 관계자는 “구글이 제시한 가이드 라인을 따라 메뉴 버튼을 제거하고 멀티태스킹 버튼으로 대체했다”라며, “LC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만큼 번인 현상을 걱정할 이유가 없고, 보다 깔끔하게 제품 외부를 디자인할 수 있어 온 스크린 버튼을 채택했다”라고 밝혔다.

HTC의 ‘One X’는 구글이 제시한 안드로이드 4.0의 기준 중 일부만 채택했다. 갤럭시 넥서스의 버튼 구성과 똑같이 취소, 홈, 멀티태스킹 순서로 배치했지만, 온 스크린 버튼 형태는 따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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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다르고 나 다른 버튼 배치, 어느 장단에 춤추리오

이렇듯 스마트폰마다 다른 버튼 배치와 구성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현재 출시를 앞둔 최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대다수의 화면 해상도는 1,280x720이다. 그러나 온 스크린 버튼 스마트폰의 실제 해상도는 1,280x720이 아닌 1,184x720으로 줄어든다. 화면 내 96x720에 해당하는 부분이 버튼에 할당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앱 개발자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달라지는 실제 화면 크기에 맞춰 앱을 별도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메뉴 버튼의 유무도 헛갈린다. 어떤 제품은 메뉴 버튼이 있고, 어떤 제품은 메뉴 버튼이 없다.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까? 메뉴 버튼을 탑재한 제품은 외부에 있는 메뉴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메뉴 버튼이 없는 제품은 화면 내에서 찾아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같은 안드로이드폰이지만 사용 방법이 다르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버튼 배치는 안드로이드폰 제조사가 좀더 편리하고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다. 하지만 사용자와 앱 개발자에게는 원치 않는 문젯거리가 된다. 같은 안드로이드 폰인데 A사 것을 쓰다가 B사를 쓰려면 다시 적응해야 한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좀더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주길 바란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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