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2012] 한국과 일본의 IT 행사, 이런 차이가...

국제 카메라 영상 쇼 ‘CP+ 2012(Camera & Photo Imaging Show 2012)’가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PACIFICO YOKOHAMA에서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사진의 힘(The Power and photography to bring the world together)’이라는 테마로 막을 열었다.

CP+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일본에서 개최되었던 PIE(Photo Imaging Expo)에서 분리된 카메라 영상 기기 공업회가 2010년 이후 단독으로 개최하고 있는 전시회다. 요코하마에서 매년 개최되며, 올해의 일정은 2월 9일부터 12일까지다. 글로벌 카메라 시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니콘, 캐논, 파나소닉, 후지필름 등이 참여한다. 2010년 첫 해 41,033명이 방문하였고, 지난 해에는 등록 방문자 수 49,368명을 기록했으며, 올해 방문객은 50,000명 이상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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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1)

노인이 많은 일본 카메라 행사장

일본의 카메라 영상 관련 역사는 매우 깊다. 국내 DSLR 및 콤팩트 카메라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니콘의 경우 올해로 95주년을 맞이했다. 반면 한국의 카메라 역사는 짧고 얕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진출하며 서서히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이고 있지만, 역사의 차이만큼이나 기술 격차가 일본과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 이 차이는 행사장 방문객에서도 느껴졌다.

[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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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2)

한국의 경우 카메라 영상 관련 전시회나 디지털 카메라 신제품 발표회에는 주로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모인다. 하지만 CP+ 2012 방문객의 연령대는 훨씬 높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 더 많아 보인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카메라에 보이는 열기는 놀랄 정도다. 젊은 사람과 노인 분이 나란히 앉아 새로운 카메라 기술을 설명하는 강사를 바라보는 모습은 본 기자에게 작은 충격을 안겼다.

[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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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3)

한국 사람들은 콤팩트 카메라를 제외한 미러리스, DSLR 카메라를 일부 마니아층이나 사용하는 전문 기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몇몇 젊은 사람들은 렌즈를 바꿔 끼우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만 들고 나가면 마치 전문 사진 기사가 된 것마냥 우쭐대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나이 계층을 불문하고 콤팩트 카메라, 미러리스 카메라, DSLR 카메라 등 각각의 제품군이 차지하고 있는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카메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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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4)

위 사진은 이번에 니콘이 발표한 최상급 모델 ‘D4’와 ‘D800’에 대해서 직접 설명해주는 부스의 모습이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지금부터 기다리면 60분 후에 제품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판이 등장했다(아래 사진). 하지만 기다리는 이들은 발길을 돌리지 않고 꾸준히 제자리에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린다. 황당한 것은 그렇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이라는 점. 국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오는 4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P&I 2012(201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에 방문해 보면 이 차이점은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으리라.

[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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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5)

방문객을 대하는 업체도 달라

한국과 또 다른 점은 방문객을 대하는 일본 업체의 자세다. 한국은 어떤 전시회건 대부분 모델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국내외 유명 게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G-스타’나 발전된 IT 기술과 신제품을 선보이는 ‘월드 IT쇼’ 등에서 제품보다 행사 모델이 더 많게 느껴질 때도 있다. 때문에 방문객들의 이목도 모델이 좀더 이쁜 곳으로 쏠리기 일쑤다.

반면, CP+ 행사장에서는 행사 모델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제품을 홍보하고, 팜플렛을 나눠주는 몇몇 여성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수가 한국의 전시회만큼 많지 않다. 그리고 그녀들은 모델이라기보다 도우미에 가까웠다. 말 한마디 없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포즈를 취해 주변 방문객의 이목을 끄는 모델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기술과 사용 방법 등을 방문객에게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한 도우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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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6)

그리고 각 업체 부스의 메인 무대에서는 방문객에서 자사의 기술과 제품을 알리기 위한 강의 및 세미나 등이 진행된다. 사진 작가 또는 전문가가 등장해 제품 장점에 대해서 하나씩 조목조목 설명한다. 쉴새 없이 짜여있는 각종 강의 및 세미나 등은 하루에 20회 가량 반복될 정도. 한국은 어떨까? 본 기자가 기억하는 한국 전시회 업체 부스 메인 무대는 보통 모델들이 등장해 선물을 주는 각종 이벤트로 바빴다. 선물을 타기 위해 우렁찬 소리를 질러대는 방문객들로 부스가 붐비는 것이 한국의 전시회 풍경이다.

[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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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7)

물론, 어떤 방법이 더 낫다 또는 옳다는 판단은 보는 개개인의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각 나라의 문화나 풍습 등의 차이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다만 업체가 발표하는 기술과 제품을 진지하게 대하는 방문객들과,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업체의 자세가 부러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 업체는 단 한 곳도 보이질 않아…

한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 참여 업체는 단 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 전통적으로 일본 시장이 해외 업체에 대해 상당히 폐쇄적이기 때문에 진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최근 한국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삼성전자 정도는 보였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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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2012]카메라 행사장에서 느낀 한국과 일본의 차이 (8)

니콘이미징코리아의 우메바야시 후지오 사장도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일본 시장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처럼 일본 시장에 진출해 경쟁해도 좋을 만큼 한국의 다양한 제품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앞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업체가 좋은 경쟁자로서 발전했으면 좋겠다”라는 개인적인 바람을 전했다. 비단 갤럭시 스마트폰 이외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 TV는 전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다툰다. 앞으로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도 한국 업체의 성장을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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