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김영우 pengo@itdonga.com

20여 년 전에는 휴대용 음악감상기기가 ‘워크맨’ 정도가 고작이었기에 음질은 고사하고 단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 자체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MP3 플레이어, 휴대폰, 태블릿 PC, PMP 등 그야말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의 홍수다. 이런 상황라면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에는 만족할 수 없다. 좀더 맑은 음질, 그리고 보다 힘있는 음색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는 것이 당연하다.

모바일 기기에서 좀 더 나은 음악을 듣는 방법 중에 가장 간단하고 일반적인 것은 바로 이어폰을 교체하는 것이다. 본체와 함께 들어있는 번들 이어폰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번들 이어폰은 어디까지나 ‘덤’의 개념이다. 모바일 기기 제조사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음질보다는 가격 면에서 이점이 있는 번들 이어폰을 넣기 마련이다.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1)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1)

그래서 요즘 상당수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은 번들 이어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추가 비용을 들여 따로 구매한 이어폰을 사용하곤 한다. 이러한 추세를 이어폰 제조사들도 잘 알고 있기에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특화된 고급형 이어폰을 다수 내놓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아토믹 플로이드(Atomic Floyd)사의 하이데프드럼(HiDefDrum) 역시 이러한 제품 중 하나로,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고음질 이어폰을 지향하고 있다.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어쿠스틱 스틸’ 구조

아토믹 플로이드의 하이데프드럼은 제품 포장과 부속품 구성부터 남다르다. 마치 고급 시계의 패키지를 보는 듯한 세련된 디자인의 박스를 열면 고급스런 이중 보호 가죽으로 만들어진 파우치, 헤드폰 앰프에 꽂을 때 사용하는 6.3mm잭 변환 젠더, 그리고 항공기 좌석에서 사용 가능한 변환 젠더, 그리고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교체 가능한 고무 재질의 보조 이어팁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모든 부속품들은 고급스런 스폰지 재질에 싸여있어 보기에도 좋다.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2)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2)

제품 자체의 디자인도 훌륭하다. 음질 향상을 위해 아토믹 플로이드에서 특별히 제작했다는 ‘어쿠스틱 스틸(AcousticSteel)’ 구조다. 이름처럼 소리를 들려주는 유닛 부분은 금속 재질로, 저가형 이어폰의 유닛에 비하면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그만큼 튼튼해 보이고, 이어팁이 귀에 단단히 고정되므로 청취 중에 귀에서 빠지는 일도 없다. 그리고 케이블은 직물재질로 감쌌다. 촉감이 좋을 뿐 아니라 케이블이 꼬이는 것도 방지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동봉된 파우치에 감아 보관하면 더욱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다.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3)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3)

양쪽 이어폰 유닛 사이를 이어주는 마이크 유닛은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의 리모컨 기능을 겸한다(안드로이드 폰/태블릿에서는 아쉽게도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 역시 금속 재질이라 상당히 고급스럽다. 1개의 버튼으로 재생 및 정지, 곡 넘기기를 할 수 있지만 볼륨 조절 기능은 없다. 몇몇 고급 이어폰 중에는 신호 전달 경로를 단순화해 음질 저하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볼륨 조절 기능을 빼는 경우가 많다. 하이데프드럼의 이런 구조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4)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4)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에 꽂는 3.5mm 오디오 잭 역시 주목할만하다. 하이데프드럼의 오디오 잭은 24k 금도금을 한 플러그를 갖췄기 때문이다. 금 도금 플러그는 전도성이 좋아서 음질의 저하 및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금도금 플러그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용자들도 없지 않으나 고급형 이어폰의 상징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단단하면서 섬세한 음색이 인상적

다음은 실제로 하이데프드럼의 음질을 체험해볼 차례다. 테스트에는 아이팟 터치 4세대 제품을 사용했으며, 대중 가요 및 클래식,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입력해 청취해 봤다. 하이데프드럼이 들려주는 음색은 전반적으로 매우 단단하면서도 섬세하다. 주파수 대역이 5~25,000Hz에 달할 정도로 넓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클래식 음악 청취 시, 콘트라베이스가 내는 저음은 물론, 바이올린이 내는 고음의 표현력도 훌륭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악기의 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상황에서도 묻힘 없이 각각의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5)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5)

다만, 이어폰의 표현력이 우수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단점이 드러나는데, 재생기기의 성능이나 음원소스의 품질이 낮으면 이러한 미흡한 점들까지 여과 없이 귀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대중 가요를 들을 때 두드러지며, 비트레이트가 낮은 저 음질 음원을 들으면 소리가 지나치게 날카로운데다 노이즈도 잘 들린다. 하이데프드럼을 사용할 때는 되도록이면 비트레이트 320k 이상의 MP3나 OGG, FLAC 같은 무손실 음원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인을 가리는 특별한 이어폰?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은 2011년 12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20만 원 근처에 팔리고 있다. 고급형 이어폰을 써보지 않은 소비자라면 너무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정도 수준의 제품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이 제품을 산 모든 소비자들이 만족할 것이라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소스 기기의 성능이나 소스 음원의 단점까지 여과 없이 들려주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번들 이어폰 보다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6)
‘막귀’는 물러가라~ 아토믹 플로이드 하이데프드럼 (6)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제품은 하위 90%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소한 좀더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고음질 음원을 찾아 고르고, 여러 소스 기기의 음색을 비교해 가며 까다롭게 선택하는 상위 10% 소비자를 위한 제품임이 분명하다. 물건이 주인을 가리는 특별한 이어폰, 바로 아토믹 플로이드의 하이데프드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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