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 논의 본격화 2부 - 현실을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1부 ‘망중립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http://it.donga.com/plan/6804/)’에 이어 이번 2부 기사에서는 ‘통신사 입장에서 본 망중립 정책’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지난 9월 19일, 국내외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망중립 원칙 확립을 위한 공동 대응을 위해 ‘오픈인터넷협의회(Open Internet Alliance, 이하 OIA)’를 정식으로 출범하고, 이를 알리는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망중립 문제와 관련한 해외인터넷사업자, 통신사업자, 전문가 등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망중립성 원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논의하고, 국내외 망중립 현황을 공유했다.
통신사 입장에서 본 망중립성
이 날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nternet Service Provider, 이하 ISP, 여기서는 KT, S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를 의미한다) 중 컨퍼런스에 참석한 업체는 KT가 유일했다. KISDI 통신정책실 연구위원, 정보통신정책학회 이사이자 KT 경제경영연구소의 김희수 상무는 구글, 스카이프, 야후의 뒤를 이어 ‘통신사 입장에서 본 망중립’이라는 주제로 단상에 올랐다. 그의 주장은 간단했다. ‘인터넷은 개방되어야 한다’는 망중립성에 현실을 고려한 ‘공정성’을 가미해야 한다는 것. 데이터 폭발 시대를 맞이해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 여력이 여의치 않음을 내세웠다.
그는 “통신사업자를 대변해 망중립성에 대해 말하겠다. ISP가 모든 서비스를 100% 통제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ISP와 인터넷 콘텐츠 공급자(Internet Contents Provider, 이하 ICP, 인터넷을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업체 및 판도라TV와 같은 동영상 포털 업체, 카카오톡, 인터넷전화 업체 등을 의미한다)간의 관계는 지금까지 상호간 윈-윈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터넷 환경은 개방성에 기인했기에,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 및 어플리케이션 등이 개발되었고 균형어린 발전을 거두어 왔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ISP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인터넷 보급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데이터가 폭증했고, 이 때부터 인터넷 선순환 생태계가 깨지게 되었다”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서 그는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현재 ISP의 매출 및 수익 구조가 투자 대비 마이너스를 거두고 있다. 특히, 한국 내 스마트폰 사용자 1명이 야기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세계 평균의 3배가 넘는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로 유발되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도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앞으로 스마트TV, IPTV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데이터 트래픽 증가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투브의 경우,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 앞으로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KT가 제시한 국내 통신사별 데이터 트래픽 증가 추이(위 표)를 보면 2010년 4월에서 2011년 4월까지 약 1년간 전체 트래픽은 1,254%가 증가 했고, 스마트폰 트래픽은 3,525%가 증가했다(출처: 방통위). 그의 말에 따르면 이통 3개사의 데이터 수용 능력은 이미 과포화 상태라는 의미다.
특히, 그는 “트래픽 사용량이 많은 상위 1%의 헤비 사용자가 전제 트래픽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27%에서 2011년 33%로 늘었다. 즉, 소수의 사용자가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데이터 사용량에 관계없이 똑같은 요금을 내는 것은 라이트 사용자가 헤비 사용자보다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통신사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증가하는 데이터 사용량을 현실적으로 커버하기 힘드니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좀 더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측의 좁혀지지 않는 주장
KT 김희수 상무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망중립 문제에 대해서 현실을 반영해 재논의하자는 것이다. KT를 비롯한 국내 이통 3개사가 증가하는 데이터 사용량을 수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도달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ICP를 비롯해 일반 사용자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이미 과거보다 많은 통신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양 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KT의 발표가 끝난 이후, 홍성걸 교수(국민대)의 진행 아래, 발표자를 비롯한 홍대식 교수(서강대), 전응휘 이사(녹색소비자연대)의 참여로 이어진 토론도 같은 주장의 반복이었다.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시장의 논리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좀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정부의 개입 없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일부 프리미엄 서비스의 도입 등이 예를 들 수 있겠다.
토론 중 KT 김희수 상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데이터 폭발 현상이 있기 전부터 망 업그레이드 문제는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과제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데이터 폭발 현상이 빠르게 다가와 진정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문제다”라며, “지금 통신사의 수익 문제로만 해결하기에는 문제가 크다. 요즘 환경에 맞는 자유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협의할 수 있도록 조금의 시간을 달라. 경제적인 방법으로 한번 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되지 않는다면 전체 사회 구성원이 부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ICP에게 과금이나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약간의 요금을 조절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장에 맡겨달라.”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망중립에 대한 ICP, ISP의 주장을 누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 내리기에 아직은 이르지 않을까. 양 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고 인정할 만하기 때문에 섣불리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망중립 문제는 해외에서도 아직 모두가 인정할만한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글로벌 문제다. 부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