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 논의 본격화 1부 - 망중립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지난 9월 19일, 국내외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망중립 원칙 확립을 위한 공동 대응을 위해 ‘오픈인터넷협의회(Open Internet Alliance, 이하 OIA)’를 정식으로 출범하고, 이를 알리는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망중립 문제와 관련한 해외인터넷사업자, 통신사업자, 전문가 등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망중립성 원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논의하고, 국내외 망중립 현황을 공유했다.
‘망중립성 (Network Neutrality)’이란, 인터넷을 통한 부하 발생(트래픽)에 대한 책임이 사용자든 기업이든 모두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 인터넷 주소, 사업자, 단말기 등의 모든 주체가 동일하게 처리(과금)되야 한다는 뜻이다. 망중립성에 대한 논쟁은 약 10여년 전, 미국에서 일부 인터넷 서비스 또는 네트워크 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 이하 ISP)가 자신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에 대해 특정 기기의 접속을 제한하거나, 인터넷전화(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이하 VoIP) 등과 같은 특정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 시작됐다(이러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이전, 전세계적으로는 19970년대, 국내에는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0년대 초반부터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국내의 경우, 망중립성 문제는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고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에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대두되었다. 더 이상 이통 3개사가 늘어나는 무선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헤비(Heavy) 사용자와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무선 인터넷 전화(movile VoIP, 이하 m-VoIP)나 무료 문자 애플리케이션(카카오톡, 마이피플) 서비스 업체 등에 접속을 차단하려 했기 때문이다.
참고기사: 왜 그들은 ‘인터넷 망 중립성’을 주장하나 http://it.donga.com/newsbookmark/6346/
망중립성 원칙,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기조연설을 맡은 카이스트 전길남 명예교수는 “인터넷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망중립 원칙은 꼭 지켜져야 한다”라며, “망중립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 선진국이라 불리는 전세계 국가에서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재논의하고 있는 시점이다. 더 이상 외부에서 해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망중립 원칙을 우리 안에서 찾고, 이를 글로벌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역자 주: 해외 몇몇 국가에서 이를 위한 법제화 및 재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지만, 글로벌 표준화 작업이 진행된 바는 아직 없다).
그는 국내 인터넷 생태계 현실에 대해서 꼬집었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 인터넷 인프라가 전세계에서 상위권에 위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생태계가 풍부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국내 인터넷 생태계가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최근 불거진 국내 망중립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내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글로벌화시켜 추진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IPTV, 스마트TV 등의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라며, “당장 지금 눈 앞의 것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문제시될 망중립 문제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대처해야 한다”라고 전 교수는 주장했다.
구글, 인터넷 개방 정신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전 교수의 기조 연설에 이어 구글 공공정책 및 대외협력업무 로스 라쥬네스(Ross LaJeunesse) 총괄 디렉터는 ‘인터넷의 개방성 유지와 이용자 우선 정책(Keeping the Internet Open and Putting Users First)’이라는 주제로 인터넷 망중립 원칙의 근간인 개방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용자는 자기 재량껏(마음대로) 인터넷 콘텐츠 및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에게 개방되어 있는 인터넷 환경을 통해 선순환 구조로 ISP에게도 도움이 되며, 나아가 전체 인터넷 환경에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망중립성에 근간을 둔 인터넷 선순환 구조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서로 윈-윈하는 과정을 통해 인터넷 환경이 발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1) ISP가 유무선 네트워크를 구축 하면(초고속 인터넷 망 개설, 4세대 이동통신 망 개설 등), 2) ICP가 인터넷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하고(네이버/다음/네이트 등과 같은 포털 사이트, 카카오톡 및 VoIP 서비스 업체 등), 3) 사용자는 ICP의 서비스를 더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 ISP에게 비용을 지불 하는 것이다(초고속 인터넷 망, 무제한 데이터 요금 지불 등). 즉, ‘ISP -> ICP -> 사용자 -> ISP’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전체 인터넷 시장을 발전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서 “한국의 이통사가 인터넷 접속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 최근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큰 성장을 거두었다. 아이폰이 도입되기 이전 약 100만 명 정도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사용자는 이제 1,5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장은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제 없이) 제공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사용자가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이통사가 통제(Gate Keeping)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망중립의 기본 원칙은 확립되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카이프, 세계 각국의 망중립 원칙 확립 사례
두 번째로 스카이프의 대정부 글로벌 총책임자 스테판 콜린스(Stephen Collins)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세운 망중립 원칙 확립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인터넷 망중립을 위한 노력은 지금 이 자리에서 논의되기 이전에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라며, “세계 각 국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알아보는 것도 한국의 망 중립 원칙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각 국이 망중립 원칙을 내세운 것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트렌드를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1) 정부에 의한 사전 규제, 2) 사용자가 원한다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3) 차단 및 차별 금지, 4)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이다. 좀 더 쉽게 보자면 세 가지 정도로 나눠 볼 수 있다. 정부 가 개입해 망중립을 논의하거나, ISP 기업 이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일정 부분 통제 및 차단을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망중립성에 기반한 차단 및 차별은 절대 불가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노르웨이는 모든 주체들이 함께 논의해 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아마도 한국은 이 방식을 원하는 것 같다, 함께 규칙을 만들어 가는 것 말이다”라며, “프랑스와 캐나다는 제한적인 관리를 진행 중이며, 칠레는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국회에 의해 망중립성이 법제화되었다. 본인 생각으로 싱가포르의 망중립 논의가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IDA의 망중립 결정문
지난 2011년 6월 16일 싱가포르 IDA(Info-communications Development Authority, 정보통신개발청)는 망중립성에 관한 결정문을 발표했다. IDA는 2010년 11월 SingTel 등의 ISP를 포함한 18개 관련 참여업체에 공개 자문 질의서를 보내 망중립성에 대한 논쟁의 현황 및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했다. 결정문은 ISP의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정보의 투명성을 보장하면서 인터넷 사용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ISP가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차등화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융통성을 허용하고 있다.
즉, 하나의 절충안이다. IDA 주도 하에 ISP들이 서비스 품질 요건 및 정보의 투명성 요건을 준수하는지 검토하고, ISP는 소비자에게 경제적 효율성에 따른 차등화된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 일종의 일반 네트워크 서비스와 프리미엄 네트워크 서비스의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어서 “망중립을 사용자 시점에서 살펴보면 방금 전 구글 로스 총괄 디렉터가 언급한 것과 같은 의견이다. 인터넷의 차별적 규제란 없어야 한다. ISP가 마음대로 헤비 사용자 또는 트래픽을 유발하는 ICP에게 추가 요금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절대 차별화된 인터넷 서비스가 일반 사용자에게 도움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야후, 훼손되기 쉬운 망중립성은 보호해야 한다
세 번째로 야후의 공공정책 지역책임자 쿡 유창(Kuek Yu-Chuang)은 “인터넷의 개방성은 훼손되기 쉬운 구조라서 보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망중립 원칙이 필요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본인도 앞서 ‘망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구글, 야후의 대표자 의견과 다르지 않다. 망중립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국가에서 논의되고 있는 글로벌 문제다”라며, “특히, 인터넷을 통해 이제 사람들은 거리가 멀어도 서로 연결될 수 있다. 진정한 글로벌화는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라며 망중립 원칙 확립이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ISP의 망중립을 훼손하는 차단 및 차별은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인터넷 경험을 제한하는 행위이다. 인터넷 연결성은 개방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불공정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 기업들이 사용자가 취하려는 정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라고 의견을 발표했다.
국내외 ICP의 주장, 망중립 원칙은 지켜야 한다
OIA가 출범기념 국제컨퍼런스를 통해 마련한 자리에서 국내외 포털 및 ICP는 다시 한번 망중립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인터넷 선순환 구조를 통해 전체 산업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망중립 확립은 이제 한 기업, 한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마지막 쿡 유창이 언급했던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사용자가 연결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망중립 문제는 이제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하는 사안이다.
- 다음 2부 기사에는 이통사 KT가 생각하는 망중립 정책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