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서 전력 소모량이 중요한 이유
잦은 외근 때문에 노트북이 필요해진 직장인 A씨는 큰 마음을 먹고 노트북을 한 대 장만하기로 결심했다. 외근 시에 사용할 용도이기 때문에 크기는 작고 얇으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을 원했다. 인터넷 쇼핑몰 등지와 상설 매장 등을 살피며 여러 노트북을 알아보던 중, 한번 완충하면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기껏해야 3~4시간 정도 사용하는 게 노트북 배터리의 한계라 생각했는데, 이젠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단다. 그야말로 ‘One Day 컴퓨팅’의 시대이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겉 보기에 똑같은 노트북인데 사용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배터리 용량이 비슷한 제품끼리도 평균 사용 시간이 현저하게 다른 경우도 있다. 대체 왜 그럴까?
이렇게 노트북마다 사용 가능 시간이 다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장착된 배터리 용량의 차이다. 당연히 큰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할수록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배터리는 용량에 비례해 크기도 크고 무겁기 때문에, 무턱대고 큰 용량의 배터리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동성을 고려하는 노트북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용량 배터리를 달아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겠지만, 노트북 무게가 5kg에 달한다면 그건 이미 노트북이 아니다.
때문에 노트북을 장시간 사용하고 싶다면 고용량 배터리를 선택하기 보다는 소비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테면 똑같은 양의 기름을 넣은 두 자동차 중 연비가 높은 자동차가 좀더 멀리 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연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자동차라 단언할 순 없지만.
노트북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
노트북의 성능은 탑재되는 프로세서(CPU)에 따라 달라진다.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인텔 제품의 경우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전력 소모량이 가장 낮은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넷북부터, 초저전력(ULV, Ultra Low Voltage) 또는 저전력(Low Voltage) 프로세서를 탑재한 울트라씬 노트북, 그리고 표준 전력 프로세서를 탑재한 일반 노트북 등이 이에 속한다(이외에 익스트림 노트북도 있지만 대중적인 제품이 아니라 제외한다). 이 중 울트라씬 노트북과 일반 노트북은 동일한 프로세서를 탑재해 혼동될 수 있는데, 이때는 해당 프로세서의 모델명을 통해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경우, 전력 소모량이 55W인 제품은 익스트림(Extreme), 45W인 제품은 일반 쿼드 코어(4개 코어), 35W인 제품은 일반 듀얼 코어(2개 코어)이고, 25W인 제품은 저전력 프로세서(xxx9M, 모델명 끝에 ‘9M’이 붙는다), 17W인 제품은 초저전력 프로세서(xxx7M, 모델명 끝에 ‘7M’이 붙는다)로 구분된다.
노트북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은 대단히 중요하다.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에 따라 노트북의 크기 및 두께, 성능, 사용 시간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력 소모량이 높을수록 성능이 높은 대신 노트북 크기는 커지고 두께도 두꺼워지기 마련이다. 이는 프로세서의 발열 때문인데, 전력 소모량이 높을수록 프로세서에서 발생하는 열이 많아져 이를 외부로 원활히 배출하기 위한 쿨링 시스템 즉, 쿨러나 방열판 등을 탑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력 소모량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사용 시간도 줄어든다. 노트북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밥을 많이 먹을수록 그릇에 담긴 밥의 양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넷북, 울트라씬 노트북처럼 전력 소모량이 낮은 제품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다. 프로세서 성능이 낮으면 전력도 적게 소모되며 전체 크기는 작아지고, 두께는 얇아지게 된다.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논리다.
프로세서 전력 소모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
인텔이나 AMD 등 노트북 프로세서 제조사는 전력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인텔의 틱-톡(Tick-Tock) 전략이 그 중 하나다. 인텔의 틱-톡 전략은 프로세서의 제조 기술을 높여 제조공정을 향상시키는 단계를 뜻한다.
올해 초 출시된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32nm 제조공정(수치가 낮을수록 향상된 제조공정) 프로세서 중 위 그림에서 ‘tock’에 해당하는 코드명 샌디브릿지(Sandy Bridge) 제품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이보다 제조공정을 한단계 발전시킨 22nm 공정의 프로세서인 코드명 아이비 브릿지(Ivy Bridge)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게 제조공정이 향상되면 프로세서 크기가 작아지고 전력 소모량이 이전보다 줄어들게 된다. 이는 곧 노트북 크기가 더욱 작아지고, 두께는 얇아지며 사용 시간은 더 늘어남을 의미한다. 이처럼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은 데스크탑이든 노트북이든 형태와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컴퓨텍스 2011 행사에서 인텔은, 향후 2~3년 내에 더 이상 넷북, 울트라씬, 일반 노트북으로 구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노트북 기본 성능과 휴대성이 향상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즉 태블릿 PC처럼 얇고 가볍지만 성능은 현재의 일반 노트북에 버금가는 노트북 사양을 선보이겠다는 것. 결국 프로세서의 소모 전력을 제어하는 것이 노트북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코어의 수와 동작 속도 등의 수치적 정보만 찾을 것이 아니라 노트북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도 한번쯤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