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필잉크 다 죽게 생겼다, HP 데스크젯 잉크 어드밴티지 K110a

대학생 때 일이다. 대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게 되면서 큰 맘 먹고 잉크젯 프린터를 하나 장만했다. 바쁜 등교 시간에 학교 정문 앞 인쇄소에서 전쟁을 치르느니 간단한 리포트는 집에서 편하게 인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가끔 방에 놀러 오는 친한 친구들의 리포트도 인쇄해주며 생색도 낼 심산이었다.

개강이 시작되자, 학교 앞 남자 자취방의 운명이 대개 그렇듯, 리뷰어의 자취방도 점차 만인의 쉼터로 변하기 시작했다. 밤이 늦어 차를 놓친 친구들이 찾아와 한 이불(?)을 덮었고, 공강 시간마다 갈 곳 없는 선후배들이 소주 한 병을 들고 찾아왔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그들이 프린터의 존재를 깨달은 순간부터 상황은 지옥으로 치달았다. 학과 친구, 얼굴은 알지만 친하지는 않은 친구의 친구, 일면식도 없는 친구의 여자친구와 그 친구까지 모두 프린터에 마수를 뻗었다. 인쇄소까지 가기 번거롭다는 게 이유였다.

바닥난 잉크를 채워 넣는 것은 고스란히 주인의 몫이었다. 한 통에 4~5만 원 하는 잉크 카트리지 가격은 주머니 사정이 뻔한 대학생에게는 큰 부담이다. 하지만 ‘잉크 아까워서 프린터 쓰지 못하게 하는 쪼잔한 놈’이 되기는 싫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내 프린터 잉크 다 죽게 생겼다,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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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저렴한 정품 잉크를 사용하는 잉크젯 프린터와 복합기가 출시되고 있다. 고품질 출력물을 빠르게 인쇄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들이 가정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제품들이다. HP의 가정용 복합기 '데스크젯 잉크 어드밴티지 K110a(이하 K110a)'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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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10a는 2010년 10월에 출시된 인쇄, 스캔, 복사 기능을 갖춘 복합기 신제품이다. 고성능은 아니지만 경제성이 뛰어나 한 달에 250장에서 500장 사이로 인쇄할 일이 많은 개인 사용자와 소호(SOHO, 소규모 사업자) 사용자들에게 적합하다. 가격대 성능비가 매우 우수한 HP 704 잉크 카트리지를 사용하며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704 잉크 카트리지는 가격대 성능비에서 ‘진리’로 평가 받는 703 잉크의 후속 제품이다. 검정 잉크와 컬러 잉크 모두 9,900원으로, 703 잉크와 같지만 용량은 다소 적다. 703 잉크를 사용하는 ‘HP 잉크 어드밴티지 복합기 K209A(이하 K209A)’의 경우 잉크 하나당 흑백 인쇄 시 최대 600페이지(컬러인쇄 최대 250페이지)까지 출력할 수 있지만, 704 잉크를 사용하는 K110a의 경우 흑백 인쇄 시 최대 480페이지(컬러인쇄 최대 200페이지)까지 출력할 수 있다. 단순히 잉크 비용만 따지면 703 잉크와 K209A의 조합이 704 잉크와 K110a의 조합보다 나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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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110a는 전력소비면에서 뛰어나다. 미국 환경 보호청이 에너지 절약 제품에 부여하는 ‘에너지 스타(Energy Star)’ 인증을 획득한 제품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력 소비가 크게 줄어든다. 사용 중일 때는 9W지만 대기모드로 들어가면 2.3W, 슬립모드로 들어가면 1.2W로 내려가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꺼져서 불과 0.3W만을 소모하게 된다. 또 복합기 가격도 K209A보다 조금 저렴하며(HP 공식판매가 기준 K209A는 139,000원, K110a는 119,900원), MS 윈도우 7 운영체제를 지원한다. 따라서 복합기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잉크 유지비만 따지지 말고 전력소비량, 복합기 본체 가격, 운영체제 지원 등 다양한 요소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정용에 걸맞은 크기와 기능

K110a의 크기는 427 x 406 x 249mm(용지함을 닫은 상태), 무게는 3.6kg으로 일반적인 기업용 레이저 복합기보다 큰 면적을 차지한다. 하지만 책상 위에 놓고 쓰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색상은 회색이며 상단 덮개 부분은 하이그로시 코팅으로 처리해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상단 왼쪽에는 전원버튼, 실행취소 버튼, 흑백복사 버튼, 컬러복사 버튼이 있다. 복사가 필요할 때 별도의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지 않아도 버튼만 누르면 되니 매우 편리하다. 여러 장을 복사하고 싶을 때는 최대 15장까지 해당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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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 있는 연결 인터페이스는 USB 2.0포트(PC와 연결)와 전원케이블이 전부다. 별도의 네트워크 포트는 지원하지 않는다. 사실 가정용 복합기에 유선 랜 포트나 무선 네트워크 장치는 별 필요가 없긴 하다(물론 있으면 좋지만). 만일 가정에서 여러 대의 PC를 사용하고 있고 프린터를 공유하고 싶다면 K110a를 연결한 PC를 프린터 공유 서버로 설정하거나 별도의 프린트 서버를 구입해 연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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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하는 용지 규격은 A4, B5, A5, A6, DL봉투(110 x 220mm의 규격봉투)다. 물론 사진을 출력할 때 쓰는 포토용지도 사용 가능하다. 상단 급지 트레이에는 최대 60장의 용지를 끼울 수 있으며 출력물은 아래쪽 트레이에 차례대로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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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 캐리지는 아래쪽 출력 트레이 바로 위에 위치해 있다. 회색 덮개를 열면 컬러잉크와 검정잉크를 꽂을 수 있는 캐리지가 바로 보인다. 잉크를 새로 장착하기 위해서는 그냥 밀어넣기만 하면 되지만, 보다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동봉되어 있는 '시작 설명서'를 참고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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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속도와 품질도 딱 가정용

K110a는 잉크젯 복합기다. 따라서 레이저 프린터만큼 빠른 인쇄 속도와 품질을 기대하는 건 과욕이다. 먼저 일반적인 형태의 문서(글자 위주)를 인쇄해 봤다. 인쇄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문서 한 장이 완전히 인쇄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40초였다. 이는 레이저 프린터뿐 아니라 다른 잉크젯 프린터보다 느린 속도다. 소량의 인쇄물이 필요할 때는 상관 없겠지만, 대량의 인쇄물이 필요할 때는 기업용 레이저 프린터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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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포토 용지에 컬러 사진을 인쇄했다. 사진 인쇄는 고품질을 요구하는 작업이므로 시간이 다소 걸린다. K110a의 경우 사진 한 장을 인쇄하는 데 1분 5초가 걸렸다. 가정에서 사진을 대량으로 인쇄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으므로 출력 속도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품질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K110a로 인쇄한 사진 품질은 기대보다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물론 일반 용지에 컬러 사진을 인쇄할 때는 잉크젯 특성상 어느 정도 종이가 눅눅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복사와 스캔도 그럭저럭

포토 용지로 인쇄한 사진을 복사해보기로 했다. K110a의 복사 기능은 단순하다. 인쇄 품질을 조절할 수 없고 오로지 일반 품질로만 복사할 수 있다. 따라서 고품질 컬러 복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위 사진을 복사해본 결과, 흑백 복사는 13초, 컬러 복사는 27초 걸렸다. 하지만 이는 A4용지의 4분의 1에 불과한 사진을 인쇄한 결과다. A4용지를 꽉 채우는 문서의 경우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일반 문서를 복사해본 결과, 흑백 복사는 23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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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스캔이다. 스캔은 ‘HP Deskjet Ink Adv 2060 K110 Scan’이라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실행해서 이용한다. 이는 K110a 드라이버를 설치할 때 PC 바탕화면에 자동으로 설치되는 프로그램이다. 스캔 해상도는 최대 1200dpi(1인치 당 점(dot)의 수, 숫자가 클수록 화질이 좋다)며, 파일 유형은 JPG, PNG, bmp, TIFF, PDF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스캔 과정은 생각보다 길다. 하지만 이는 다른 스캐너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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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한 사진을 원본과 비교해보면, 다소 화질 저하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원본 사진을 인쇄하고, 그 인쇄본을 다시 스캔하는 여러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원본을 포토 용지로 인쇄했을 때는 화질이 크게 저하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진을 다시 스캔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선명도가 떨어진 것이다. 물론 이는 순전히 테스트를 위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는 굳이 원본 이미지를 인쇄했다가 다시 스캔해서 도로 이미지 파일로 만드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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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대 성능비 프린터 종결자

K110a는 경제성에 집중한 가정용 복합기다. 따라서 인쇄 속도, 인쇄 품질, 복사 기능, 스캔 기능 등은 기업용 고성능 복합기보다 부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정에서 가끔씩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기본기는 갖췄다.

성능은 하이엔드급은 아니지만, 경제성만큼은 최고다. 9,900원짜리 검정잉크로 최대 480 페이지를 인쇄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또 자동으로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능과 10만 원대 초반에 불과한 복합기 자체의 가격 역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만한 부분이다. 특히 소량의 문서를 자주 인쇄해야 하는 대학생(자취방), 성능보다는 합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규모 사무 환경에 적합하다.

HP는 합리적인 가격의 잉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동안 유지비 때문에 복합기를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소비자나 부득이하게 리필잉크를 사용하면서 찜찜함을 느꼈던 소비자라면 K110a를 한 번쯤 고려해봐도 좋을 듯하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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