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사막을 횡단한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태양빛이나 뼛속까지 스미는 추위, 혹은 갈증과 배고픔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대답은 모두의 예상과 달랐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험한 길도, 무거운 짐도, 갈증도, 변덕스러운 날씨도 아니었다. 신발 속에 들어온 모래알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살면서 겪는 고통 중 대부분은 내부의 작은 어려움으로 인한 것임을 설명할 때 목회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예화다.

이 이야기는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에게도 적용된다. 1,000만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은 괴로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운영체제 최적화도, 느린 반응속도도, 부족한 기기 성능도 아니다. 바로 주머니 속 모래알이 가장 큰 스트레스다. 작은 모래알 하나가 액정 화면에 생채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1)
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1)

하루에 수십 번을 쳐다봐야 하는 스마트폰 화면에 작은 생채기라도 나면 그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흠집 때문에 액정화면을 유상 수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비용이 만만치 않다), 약정 계약에 묶여 다른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기도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제일 먼저 보호 필름과 보호 케이스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튼튼한 액정화면을 만드는 것은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의무이자 숙제다.

고릴라 글래스, 흠집엔 강하지만 깨질 수는 있어

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4)
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4)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릴라 글래스(Gorilla Glass)’라는 단어를 접해봤을 것이다. 이는 북미의 특수 유리 제조업체 코닝사(Corning)가 만든 강화유리의 제품명이다. 터치감이 좋으면서도 얇고 강해 스마트폰, 태블릿 PC, LCD TV 등 다양한 IT 기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고릴라 글래스는 이온교환 방식으로 제조된다. 순수한 상태의 유리를 섭씨 400도의 용융소금(섭씨 1000도에서 장시간 용융시켜 불순물을 제거한 염화나트륨)이 담긴 용기에 집어넣으면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유리 속의 나트륨 이온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칼륨 이온이 들어오게 되는 것. 칼륨 이온은 나트륨 이온보다 크기 때문에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게 되고, 이 상태에서 유리가 냉각되면 압축응력이 강한 층이 유리 표면에 형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릴라 글래스는 웬만한 흠집과 생채기를 막아줄 정도로 강한 내구도를 보유하게 된다.

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5)
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5)

그렇다면 고릴라 글래스의 내구도는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인터넷에는 고릴라 글래스의 내구도를 테스트한 동영상이 다수 돌고 있다. 2010년 4월 북미 IT전문블로그 엔가젯(www.engadget.com)은 델의 5인치 스마트폰 ‘스트릭’에 사용된 고릴라 글래스의 내구도 테스트를 직접 진행했다(관련링크 : http://www.engadget.com/2010/05/29/dell-streaks-gorilla-glass-screen-torture- tested-for-your-amus/). 볼펜을 세워서 스트릭의 화면에 대고 강하게 수십 번 내리쳐봤지만 스트릭의 화면에는 조그만 흠집도 생기지 않았으며 작동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엔가젯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물론 고릴라 글래스가 절대로 깨지지 않는 ‘꿈의 강화유리’는 아니다. 실제로 고릴라 글래스가 적용된 제품을 측면으로 떨어트렸을 때 박살이 났다는 사례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 코닝사는 “(고의적으로) 함부로 다룬다면 고릴라 글래스도 깨질 수 있다”며 “고릴라 글래스는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할 때 흠집과 생채기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생활 스크래치에 강하다는 말이지 큰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고릴라 글래스도 결국 유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강화유리도 결국 깨진다면, 스마트폰 액정화면에 굳이 강화유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 분명 있다. 현재로서는 강화유리가 최선의 선택이다. 만일 투명 플라스틱과 같은 다른 재질을 사용한다면, 내구성은 물론이고 터치감이나 변색 등의 다른 부분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휴대성이 강조되는 스마트폰 산업에서는 화면재질의 두께나 무게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내구성이 강해도 두껍고 무거운 재질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또한 고릴라 글래스는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고릴라 글래스는 2mm부터 0.5mm까지 비교적 얇은 두께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닝사는 “0.5mm짜리 고릴라 글래스라고 해도 다른 재질에 비해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리의 특성상 터치감이 좋고 청소하기에도 편하다. 코닝사는 “터치기능을 100% 활용하길 원하는 고객사에게는 특수 코팅된 고릴라 글래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청소하기에 용이한 이 고릴라 글래스는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스마트하게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릴라 글래스가 적용된 제품은 무엇?

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2)
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2)

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3)
스마트폰 강화유리의 대세, 고릴라 글래스 (3)

현재 고릴라 글래스를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델(스트릭, 베뉴), LG전자(뉴초콜릿폰, 옵티머스 Q, 옵티머스 Z, 옵티머스 2X, 옵티머스 마하 등), 삼성전자(코비 W900, 갤럭시A, 갤럭시S, 갤럭시 에이스, 옴니아2, 웨이브2, 갤럭시 탭 등), SK 텔레시스(비폰, 리액션폰, W폰), NEC(도코모 프라임 시리즈, 미디어스) 등이다. 이외에 노트북이나 LCD TV 분야에서도 많은 제조사가 고릴라 글래스를 채택하고 있다.

코닝사는 “3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350여 개의 제품에 고릴라 글래스를 채택했다”며 “제품 정보를 노출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부 고객사들은 목록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위에 나와 있는 제조사 이외에도 고릴라 글래스를 사용한 스마트폰이 더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애플의 ‘아이폰4’에 고릴라 글래스가 사용됐는지에 대해 격렬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참고로 고릴라 글래스는 북미의 해로즈버그와 켄터키, 일본의 시즈오카에서만 생산된다.

현재 고릴라 글래스는 스마트폰 액정 재질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강화유리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따라서 고릴라 글래스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화면 구석에 생기는 조그만 흠집에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용자라면, 스마트폰 구입시 고릴라 글래스 탑재 여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