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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IP 주소 고갈, 그럼 인터넷 사용 못하나요?

이문규

“인터넷 IP 주소가 고갈되면 인터넷 사용 못하나요?”

그렇지는 않다.

물은 수자원이 고갈단계에 이르면 지금처럼 ‘물 쓰듯’ 쓰지 못하지만, 인터넷 IP 주소는 고갈된다 해도 일반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여부와는 직결되지 않는다. 다만 신설되는 업체들이 더 이상 새 IP 주소를 부여 받을 수 없게 될 뿐이다. 이를 테면,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 부여 체계를 초과할 만큼 인구가 불어난다 해서 기존 주민등록이 취소되는 게 아닌 것과 비슷하다.

물론 신생 기업 입장에서 보면 매우 난감한 상황일 수 있다. IP 주소를 할당 받지 못하면 자사 홈페이지를 제작했더라도 인터넷에 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현행 인터넷 IP 주소 체계인 IPv4(IP version 4)로는 더 이상 IP 주소를 할당,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우려했던 일이 기어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는 최근 10년에 걸쳐 전세계 인터넷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 발전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 인프라가 우수한 우리나라만 봐도 한반도 전역에 걸쳐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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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IP 주소 체계인 IPv4, 왜 부족한가

IT동아의 IT 강의실 코너를 통해 설명한 대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IP 주소는 IPv4 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총 12개의 숫자를 4마디로 구분한 형태다. 각 마디마다 1~255까지의 숫자가 사용될 수 있는데, 0.0.0.0~255.255.255.255까지 약 42억 9000만 개(4,294,967,296개)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는 10여 개와 가상 IP 주소로 사용되는 약 1700만 개(17,891,328개)를 제외한 IP 주소가 전세계에 걸쳐 일반적인 용도로 할당된다. 결국 약 42억 7000만 개에 달하는 (공인) IP 주소가 전세계 모든 컴퓨터 등에 고유하게 할당되어 있어, 더 이상 새로운 IP 주소를 할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참고로 IP 주소는 각 국가 인터넷 관련 기관에서 할당, 관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RNIC, 구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IP 주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미 1980년 대부터 전세계 인터넷 관련 기관이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근래 들어 가장 확실한 대안인 IPv6 주소 체계를 도입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주소 체계인 IPv6, 얼마나 사용할 수 있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IPv4는 12개의 숫자에서 각 마디 당 8비트(총 32비트)씩 처리되는 주소 체계인 반면, IPv6은 32개 숫자가 총 8마디(128비트)로 구성되어 이론적으로 34 * 10의 37제곱 개까지 사용할 수 있다(얼마나 많은지 감이 잘 안 오겠지만, 숫자로 표기하면 34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개다. 읽을 수도 없다). 따라서 IPv6 체계가 도입되면 기존의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은 물론 가전/전자기기에도 모두 IP 주소를 할당할 수 있어 하나의 네트워크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 즉 스마트폰으로 보일러를 조종하거나 형광등을 켜고 끌 수 있으며, 세탁기를 외부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진정한 ‘홈 네트워크’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저 정도 개수면 제품뿐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에도 IP 주소를 할당할 수 있다). 참고로 IPv6의 IP 주소 형태는 ‘2008:0db1:73c4:0000:0000:8b2e:0356:7113’과 같이 표기된다. IPv4 주소는 그나마 외울 수 있었지만, IPv6 주소는 대단한 암기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외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IPv6은 또한 주소의 개수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장점을 제공한다. 우선 필요한 서비스에 따라 네트워크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어 인터넷 품질이 향상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 IPv4 체계보다 보안 기능이 강화되어 보다 안전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아울러 IPv6는 IP 주소를 할당하는데 있어 유니캐스트(1:1 통신), 멀티캐스트(1:多 통신), 애니캐스트(1:多 중 1)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IP 주소가 쓸데없이 낭비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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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터넷 상황과 당면 과제

기존의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면서 여러 가지 장점도 얻을 수 있지만, 실제로 도입되어 안정화, 대중화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 적용된 거의 대부분의 네트워크 장비는 IPv4 체계 기반으로 생산되었기에 이들 장비를 교체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더군다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ISP, Internet Service Provider) 역시 이윤 창출 가능성이 미지수인 분야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의 관련 기관에서 IPv6에 대한 연구와 시범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국가적 지원과 대중적 인식이 낮아 가시적인 진척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도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그동안 IP 주소 고갈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어, 2013년까지 네트워크 백본망(국가 네트워크 근간망)은 100%, 가입자망은 45%까지 IPv6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작년 9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IPv6 전환 추진계획’에 따라, IPv4-IPv6 체계 변환 작업을 위한 ‘차세대인터넷주소(IPv6) 실전적용서’를 발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국가/정부 기관 이외에 일반 포털 사이트 사업자, 콘텐츠 사업자 등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IP 주소가 바뀌면 서버 시스템과 프로그램 소스 내 IP 주소 설정도 모두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숫자만 바꿔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잠재적 문제를 파악, 대처해야 하기에 이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제는 현실이 된 IP 주소 고갈 상태에서 IPv6 체계의 도입이 더 이상 늦춰지면, 머지 않아 ‘인터넷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관련 기관과 인터넷 통신 업체, 콘텐츠 사업체 등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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