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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도 스마트폰 열풍? “이건 아니잖아”

서동민

미국 조지아주에서 지폐위조 혐의로 3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인 한 재소자는 출감까지 남은 날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 기입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 게임인 팜빌(Farmville)도 즐긴다. 현실의 그는 교도소에 갇힌 처지지만 온라인 속 그는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고 있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 덕분이다. 교도소 간수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스마트폰을 몰래 반입한 것. 그는 반갑게도(?)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달 조지아주 교도소 일대에서 재소자들이 조직적인 시위를 벌일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제품이다.

죄수들도 스마트폰 열풍? “이건 아니잖아” (1)

위의 사례는 픽션이 아니다. 지난 2일(북미 기준)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 중 일부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교도소에서는 많은 재소자들이 스마트폰을 밀반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이 스마트폰은 과거 빵 속에 숨겨 들여왔던 공구(file inside a cake)처럼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고 전한다.

교도소 내 휴대폰 탐지 시스템 개발사인 ITT 코퍼레이션(ITT Corporation)에서 보안물품을 총괄하는 테리 비트너(Terry L. Bittner) 씨는 “(교도소 내에서) 스마트폰은 맥가이버칼과 같다”며, “재소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아주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달 조지아주 교도소에서 일어났던 비폭력 시위도 이 스마트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소자들은 노동에 대한 대가, 엄격한 방문자 규칙, 형편없는 배식 등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고질적인 사항에 대해 시위를 벌였지만 사용 수단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택했다. 재소자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재소자들은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동시에 파업을 단행했으며, 시위 현황을 실시간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렸다. 일부는 스마트폰을 통해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고, 자신들의 시위가 어떻게 보도되고 있는지 인터넷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 작업을 벌이기까지 했다.

사례는 더 있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지난 11월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재소자가 감방에 숨겨둔 마약, 술, 흉기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 매릴랜드 교도소에서는 갱단 조직원들이 스마트폰으로 강도사건 대상을 물색하다가 검거됐다. 심지어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음식과 담배를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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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마이크(Mike)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아마 스마트폰으로 인터뷰했을 것이다)(교도소 내의) 휴대폰 대부분이 스마트폰”이라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재소자들이 페이스북을 쓴다”고 답했다.

스마트폰 사용,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

물론 당국이 팔짱 끼고 방관한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엄중히 다룰 것을 선포했다. 지난 해 8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교도소 내에서 휴대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소유하다 적발되면 최대 1년의 징역형을 추가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각 교도소들은 검문과 수색을 강화해 재소자들로부터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있다. 지난 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압수한 휴대폰만 약 9,000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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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마트폰 밀반입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패한 간수, 친지, 경범죄를 저지른 재소자들이 밀반입의 주범이다. 이들은 축구공과 같이 탐지가 힘든 물품 안에 스마트폰을 넣어 검색대를 통과시킨다. 엑스레이와 금속탐지기가 설치된 교도소라고 별 수 없다. 반입자들은 담장 너머로 물건을 던지는 고전적인 수법을 동원해 재소자들에게 물품을 조달한다. 이렇게 들어온 스마트폰은 제품에 따라 최고 1,000달러(한화 약 112만원)선에서 거래되며, 통화요금은 보통 외부의 친인척이 부담하게 된다.

반입을 막는 것이 어렵다면 사용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어떨까. 교도소 내에서 통화를 할 수 없게 신호를 차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해 미국 29개 주의 교도소 당국들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연방통신위원회에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무선통신사 CTIA의 부사장 크리스 거트만(Chris Guttman)씨는 라디오 신호 차단을 금지하는 통신법에 의거해 “(휴대폰 신호를 막는) 기술은 불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인가된 휴대폰만 터지게 하는 기술은 아직 완벽하게 개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도소 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판독해 인가되지 않은 휴대폰을 일일이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탐색견을 동원해 휴대폰 배터리를 찾는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밀반입 스마트폰을 100%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그냥 좌시할 수도 없다. 현재 대부분의 재소자들은 영상통화나 페이스북 사용 등 일반적인 용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단 1%라도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 차단하는 게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도소까지 확산된 스마트폰 열풍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가고 있다.

남의 나라 이야기? 한국은 괜찮을까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인가. 교도소는 아니지만 군 부대에서 스마트폰으로 말썽을 빚은 사례가 있다.

지난 달 1일, 모 인터넷방송에 스마트폰으로 군 내무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방송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방송에서는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으며, 심지어 한 병사는 “훈련 뛰다 손 다쳤어요. 여러분 위로의 말 한마디씩 해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방송을 보던 일부 사람들이 나무라자 촬영하던 부사관이 “국방부에 신고하세요. 우리보고 당나라 군대래”라고 말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방송됐다. 이 방송이 문제가 되자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고, 강원도 모 부대의 하사관이 스마트폰을 산 기념으로 일과 후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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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방송에는 기밀 정보를 유출하거나 보안을 위협할만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지 군사 정보가 유출될 수 있음을 인지한 대중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또한 최근 군대 내 스마트폰 반입이 급증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교도소 내 스마트폰 문제를 이제는 마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군의 보안 식별 과정은 미국의 교도소보다 더 허술한 것이 현실이다. 검문소마다 일일이 금속탐지기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매일 각 내무반마다 탐지견을 끌고 들어갈 수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막 입대한 사병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들어가 사용할 수 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결국 당사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군 당국은 철저한 보안교육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인한 군기강 해이에 대해 지적하고, 장병들 역시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치, 문화, 사회 각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스마트폰이 부디 범죄 분야나 국가 안보의 패러다임까지 바꾸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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