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7, 써보니 어때?

김영우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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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9일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계인 윈도우 7이 정식 발매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PC업체들은 윈도우 7의 등장에 맞춰 이를 탑재한 신제품 PC를 대거 출시해 벌써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윈도우 7을 체험해본 상태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호의적인 편이며, 특히 이전 버전인 윈도우 비스타의 단점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는 점에 많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제부터 윈도우 7을 직접 설치, 사용해 본 전반적인 느낌과 이전 버전의 제품들과 달라진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해보자.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더 싸고 간편해

윈도우 7은 구입에서 설치에 이르는 과정도 기존 제품들과 사뭇 다르다. 윈도우 XP나 윈도우 비스타는 CD나 DVD 패키지 형태로 판매되었지만 윈도우 7은 이외에도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라는 인터넷 다운로드 방식의 판매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ESD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www.msstore.co.kr)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제품을 선택한 뒤 금액을 지불하면 곧장 윈도우 7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할 수 있다. ESD의 장점이라면 일단 매장까지 갈 필요가 없으니 편하다는 것, 그리고 CD나 DVD 제작비나 배송료가 들지 않으므로 일반 패키지 제품보다 값이 싸다는 것이다. 실제로 윈도우 7 홈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일반 패키지 제품은 269,000원이지만 ESD 제품은 239,000원이다.

이렇게 다운로드 받은 윈도우 7을 설치하려면 DVD로 굽거나 USB 메모리로 설치파일들을 옮겨야 한다. ESD 버전의 윈도우 7은 자체적으로 DVD 레코딩 기능 및 부팅 가능한 USB 메모리의 작성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별도의 레코딩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DVD나 USB 메모리가 만들어지면 다음에는 DVD 드라이브나 USB 메모리로부터 PC가 부팅되도록 설정해야 한다. PC를 켠 후 가장 먼저 나오는 시스템 정보화면에서 Delete 키(PC에 따라서는 F2키)를 누르면 나오는 메인보드의 바이오스 메뉴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이를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설정이 끝난 뒤, 윈도우 7의 설치파일이 담긴 DVD나 USB 메모리를 삽입하고 재부팅하면 하드디스크가 아닌 DVD 드라이브나 USB 메모리로부터 시스템 부팅이 이루어지며 윈도우 7의 설치가 시작된다. 그 후, 화면에 출력되는 설치 마법사의 설명에 따라가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부여 받은 제품 키를 입력하고 각종 약관 동의 등의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설치는 비교적 쉽게 끝난다.

비스타에 비하면 확실히 가벼워져

윈도우 비스타가 시장에서 외면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겁다’는 점이었다. 특히 윈도우 XP에 비해 부팅하는데 오려 걸려 많은 사용자들이 답답해했다. 이는 부팅 시에 필요 이상의 많은 기능들이 시스템에 상주됨으로써 시스템 자원이 낭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윈도우 7은 좀 달랐다. 동일한 사양(AMD 애슬론 X2 5600 CPU + 2GB 메모리)의 시스템 상에서 드라이버만 설치한 초기 상태의 윈도우 XP와 윈도우 비스타, 그리고 윈도우 7을 동시에 부팅시켜 본 결과, 윈도우 XP는 1분 22초, 윈도우 비스타는 1분 45초가 걸린 반면, 윈도우 7은 1분 18초로 윈도우 비스타보다는 빠르고 윈도우 XP와 유사한 속도를 보였다.
부팅 시간 비교
윈도우 XP 윈도우 비스타 윈도우 7

1분 22초(사진 좌측 상단에 ‘XP’표기) 1분 45초(사진 좌측 상단에 ‘Vista’표기) 1분 18초(사진 좌측 상단에 ‘7’표기)

이는 윈도우 7이 윈도우 비스타와 달리, 부팅 시 필수 기능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동영상을 배경화면으로 집어넣는 드림씬(DreamScene)이나 화면 한 쪽을 차지하는 사이드바(Sidebar) 등의 기능이 삭제된 것이 대표적이다.

필요 이상으로 엄격했던 보안 기능의 조정

윈도우 비스타가 사용자들을 피곤하게 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나치게 엄격한 보안 시스템 때문이었다. 특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제어판의 설정을 바꿀 때마다 등장하는 사용자 계정 컨트롤 확인 창은 상당히 성가신 존재였다. 물론, 윈도우 비스타에서 사용자 계정 컨트롤을 끄는 기능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사용자들은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사용자 계정 컨트롤 확인 창을 계속 클릭해주는 수고를 해야 했다.

윈도우 7에도 여전히 사용자 계정 컨트롤 기능은 있다. 하지만 사용 형태는 상당히 편리하게 변했다. 윈도우 7의 사용자 계정 컨트롤 설정 기능은 제어판 상에 있는 ‘시스템 및 보안’ 메뉴에 들어있으며, 사용자의 의향에 따라 사용자 계정 컨트롤 확인 창의 출현 빈도를 조절할 수 있다.

보안 단계 특징 비고
4단계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프로그램이 컴퓨터를 변경 하려는 경우, 사용자가 직접 윈도우 설정을 변경하는 경우 확인 창 표시 윈도우 비스타 수준
3단계 4단계와 같지만 사용자가 직접 윈도우 설정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확인 창이 표시되지 않음 윈도우 7 기본 값
2단계 3단계와 같지만 확인 창이 표시될 때 바탕화면이 흐려지지 않음 그래픽 성능이 떨어지는 PC를 위한 옵션
1단계 사용자 계정 컨트롤을 완전히 끄고 확인 창도 전혀 나오지 않게 함 윈도우 XP 수준

이와 같이 윈도우 7의 보안 정책은 지나치게 엄격한 수준을 강요하기보단, 사용자들의 편의를 생각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운영체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고급 사용자들의 경우 1단계, 그 외의 사용자들은 2단계나 3단계 정도로 알림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듯 하다.

겉멋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한 에어로 인터페이스

에어로(Aero)는 윈도우 비스타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강조한 신 기능 중 하나로서, 각종 그래픽 효과를 이용해 좀더 화려하게 데스크탑을 꾸며 주는 기능이다. 그래픽이 화려한 만큼 PC사양이 높아야 했고, 실용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에어로 피크’ 는 화면 오른쪽 밑으로 마우스 커서를 이동시키면 곧장 모든 창들이 투명해지는 기능이다(사진 좌측 상단에 ‘7’표기)
이에 윈도우 7에서는 좀더 실용적인 에어로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에어로 피크’ 기능이 그러한데, 이는 화면 오른쪽 밑으로 마우스 커서를 이동시키면 현재 열려 있는 모든 창들이 즉시 투명해지는 것이다. 이 기능을 잘 활용하면 창들을 닫지 않고 배경 화면을 확인하고자 할 때, 혹은 순간적으로 현재 수행 중인 작업을 숨겨야 할 때 특히 유용하다.

특정한 창을 잡고 흔들면 나머지 창들이 전부 최소화되는 ‘에어로 쉐이크’ 기능은 한가지 작업에 집중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사진 좌측 상단에 ‘7’표기)
‘에어로 쉐이크’ 역시 실용성이 높은 기능이다. 여러 개의 창을 열어놓고 작업을 하다가 하나의 창을 마우스로 잡고 흔들면 나머지 창들이 모두 최소화되는 것으로서, 나머지 창들을 일일이 닫을 필요 없이 한가지 작업에만 집중하고자 할 때 쓰면 좋다.

창을 화면 모서리로 옮기면 자동으로 전체 화면의 절반크기로 창 크기가 조절되므로 2개 문서를 비교할 때 편리하다(사진 좌측 상단에 ‘7’표기)
또한, 윈도우 7에서는 원하는 창을 화면의 좌측, 혹은 우측 끝으로 옮기면(드래그) 자동으로 화면의 정확히 절반을 차지하도록 창의 크기가 변한다. 이것은 ‘에어로 스냅’ 기능이라고 하며, 2개의 문서 혹은 2개의 사진을 화면 양쪽에 놓고 비교 검토할 때 요긴하게 쓰일 듯 하다.

이 밖에 최소화된 창에 마우스 커서를 올리면 자동으로 그 창의 축소된 화상을 보여주는 에어로의 썸네일 기능은 비스타에도 있었지만 윈도우 7에서는 한층 더 보강되었다. 파일을 다운로드 받거나 디스크 간에 데이터를 복사하는 경우, 진행 창을 최소화해도 남은 작업 시간이 작업 표시줄 상에 그래프 형태로 표시되는 기능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부러 진행 창을 열지 않고도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 작업이 한결 간편해졌다.

시작 메뉴 및 작업 표시줄의 변화

시작 메뉴에도 변화가 있다. 고전(클래식) 형태의 시작메뉴, 즉 한 줄에 모든 기능을 나열하는 시작 메뉴는 이젠 완전히 사라져서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 고전 형태의 시작메뉴는 윈도우 95 시절부터 이어져온 것이라, 이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점이다.

윈도우 98부터 윈도우 비스타까지 작업 표시줄 왼쪽 아래에 자리하던 빠른 실행(Quick Launcher) 기능도 없어졌다. 대신 현재 작업표시줄에 실행 중인 작업들이 종류별 아이콘 형태로 배치되는 기능이 새로 생겼고, 자주 사용하는 작업들에 핀(Pin)을 꽂아 놓으면 PC를 재부팅하더라도 작업 표시줄에서 아이콘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예전 버전의 윈도우에선 시작 메뉴 안에 기본으로 설치되던 몇몇 기능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동영상 편집에 쓰이는 윈도우 무비 메이커, 메일을 관리하는 윈도우 메일, 그리고 윈도우 메신저 등이다. 윈도우 7에서 이러한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를 받으면 된다. 어차피 무료라면 그냥 처음부터 설치되어 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예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계 시장 독과점을 통한 ‘소프트웨어 끼워 팔기’를 한다는 거센 비판과 항의를 받은 바 있어, 부득이 이번 윈도우 7에서는 이러한 형태가 된 듯하다.

호환성은 어때?

새로운 운영체계가 나올 때마다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프로그램 호환성이다. 특히 윈도우 비스타는 출시 당시, 윈도우 XP용 일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구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이에 따라 윈도우 비스타 내부에 ‘호환모드’를 갖추긴 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물론, 지금은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비스타의 호환성 문제는 상당수 해결됐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거의 3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면 윈도우 7은 어떨까? 사실 각 운영체계 간의 호환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윈도우 내부의 커널(kernel : 운영체계의 핵심 구조)이다. 기능이나 디자인이 바뀌더라도 커널이 같다면 호환성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반대의 경우엔 호환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윈도우 제품 군들은 커널이 바뀔 경우엔 한자릿수 단위로, 기능 개선 버전의 경우엔 소수점 단위로 버전 번호를 높여왔다. 이는 각 윈도우 제품군들 버전 번호를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커널 분류 버전 번호 제품명 출시연도
DOS / 9X 계열 4.0 윈도우 95 1995년
4.1 윈도우 98 1998년
4.9 윈도우 Me 2000년
NT5 계열 5.0 윈도우 2000 2000년
5.1 윈도우 XP 2001년
NT6 계열 6.0 윈도우 비스타 2006년
6.1 윈도우 7 2009년

윈도우 제품들도 커널이 바뀌었을 때는 호환성 문제가 많았지만, 동일한 커널 간의 제품끼리는 큰 문제는 없었다. 이를테면 버전 4.0인 윈도우 95에서 버전 4.1인 윈도우 98로 이동했을 때는 호환성 문제가 별로 없었지만, 버전 4.9인 윈도우 Me에서 버전 5.1인 윈도우 XP로 이동했을 당시에는 많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윈도우 XP(버전 5.1)에서 윈도우 비스타(버전 6.0)로 가면서 호환성 문제가 많이 발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윈도우 7(버전 6.1)은 엄밀히 말해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계라기 보단, 윈도우 비스타(버전6.0)와 거의 동일한 커널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고 기능을 보강한 기능 개선 버전에 가깝다. 따라서 윈도우 비스타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윈도우 7에서도 호환이 된다. 실제로 윈도우 비스타에서 실행 가능한 몇 가지 소프트웨어들을 윈도우 7에서 실행해 본 결과, 대부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몇몇 소프트웨어는 마우스 오른쪽 클릭 후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 해야 함).

분류 소프트웨어 명 실행 여부
게임 위닝일레븐 2009 정상 실행
콜오브듀티 4 정상 실행
카운터스트라이크 관리자 권한으로 정상 실행
압축 프로그램 알집 정상 실행
WinRAR beta4 정상 실행
빵집 정상 실행
CD / DVD 유틸리티 데몬툴즈 4.3 경고 화면 후에 정상 실행
네로 버닝롬 8.0 정상 실행
CD스페이스 6.0 정상 실행
멀티미디어 곰플레이어 정상 실행
KMP 옵션 조정 후 정상 실행
윈앰프 정상 실행

다만, 지원 자체가 완전히 중단되거나 제작사가 없어진 소프트웨어는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윈도우 7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XP 모드’를 탑재했다. XP 모드를 실행하면 윈도우 7의 바탕 화면에 가상의 윈도우 XP 화면이 나타나며 이 안에서는 윈도우 XP 전용 소프트웨어를 호환성 문제 없이 구동할 수 있다. 다만, 윈도우 7의 XP 모드에서는 그래픽 가속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3D게임과 같은 작업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이와 같이 윈도우 7은 각종 기능은 물론, 호환성, 판매 방법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윈도우 제품들과 많은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이전 버전인 윈도우 비스타의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아직도 많이 존재하고 있는 윈도우 XP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윈도우 비스타의 실패를 거울 삼아 야심 차게 준비한 윈도우 7이기에 그 성공 가능성은 일단 높아 보인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는가.

글/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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