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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도가 갤럭시 탭 죽이기에 나선 이유는?

서동민

기즈모도가 갤럭시 탭 죽이기에 나선 이유는? (1)

“갤럭시 탭은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대재앙(a pocketable train wreck)이다.”

미국의 유명 IT 블로그 사이트 기즈모도(Gizmodo)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에 독설을 퍼부어 화제가 되고 있다. 기즈모도는 갤럭시 탭의 출시를 하루 앞둔 10일, 홈페이지 상단에 혹평 일색인 갤럭시 탭의 리뷰를 게재했다. 리뷰에는 ‘완전한 얼간이(total dockface)’, ‘덩치만 크고 따분한 전화기(massive, nerdy phone)’, ‘난장판(mass)’, ‘비참한(miserable)’ 등 자극적인 표현이 다수 포함됐다. “술에 취한 태블릿 PC가 스마트폰과 자고 태아를 쓰레기처리장에 버린 것 같다”는 말도 사용했다. 이 리뷰는 2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비교한 부분은 더 신랄하다. 기즈모도는 “갤럭시 탭은 너무 작아서 스마트폰 대신 쓸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동영상 감상 기능은 스마트폰보다 낫지만 더 큰 태블릿 PC보다는 못하다”고 말했다. 화면 크기에서 아이패드(9.7인치)가 갤럭시 탭(7인치)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

또한 “삼성은 더 나은 태블릿 PC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는 않고 애플의 아이패드에서 대부분을 표절했다”며 “음악, 캘린더, 연락처, 메모 앱이 섬뜩할 정도로 닮았다”고 말했다. “아이패드가 499달러인 것에 반해 갤럭시 탭이 599달러인 것도 당혹스럽다”는 표현도 있었다. 이후 아이패드 3G는 629달러인 것으로 정정했지만 화면 크기를 감안하면 여전히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즈모도는 “갤럭시 탭은 최악의 태블릿 PC와 최악의 스마트폰을 합쳐놨다”며 “이 제품은 이런 종류의 태블릿 PC(7인치) 중 첫 번째 시도인데 매우 불편하므로, 더 나은 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리뷰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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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 “비판할 수는 있지만 표현이 과도해”

네티즌들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ID ‘Aeires’는 “마치 스티브 잡스가 리뷰를 쓴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논지가 없고 아집에 갇힌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ID ‘Alvin B’는 “내가 본 리뷰 중 가장 아마추어적인 리뷰”라며 “친구들에게 아이패드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너무 커서 불편하다고 했다.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ID ‘hardeho’는 “리뷰는 원래 주관적인 것”이라며 “다른 의견을 듣고 싶으면 다른 사이트로 가라”고 기즈모도를 옹호했다.

업계에서는 기즈모도의 악평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기즈모도는 갤럭시 탭에 대해 우호적이지는 않았지만 이번처럼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 적은 없었다. 지난 9월 갤럭시 탭이 제한적으로 공개됐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낫다(It’s a lot better than I expected)”고 보도한 적도 있을 정도다. 한편 USA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 모바일초이스 등 다른 IT 매체들은 갤럭시 탭에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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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화해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기즈모도의 갤럭시 탭 죽이기가 애플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즈모도는 원래 친 애플 성향의 블로그였다. 매년 애플 측에서 주최하는 WWDC(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와 같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인터넷 생중계를 진행했으며 애플 제품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이 담긴 기사를 다수 게재했다. 반면 구글과 안드로이드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애플도 주요 행사 초청 명단에 기즈모도를 반드시 포함시키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4월부터 기즈모도와 애플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기즈모도가 아직 공식발표도 하지 않은 아이폰4의 프로토타입을 입수해서 대대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공문을 보내 제품을 회수하는데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에게 기즈모도 편집자의 강제 가택 수사를 요청하는 등 기즈모도와 신경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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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이어 WWDC 2010 초대 명단에서 기즈모도를 빼는 강수를 뒀다. 매년 1순위로 초대를 받았던 기즈모도 입장에서는 큰 수모였다. 애플은 WWDC 2010에서 아이폰4를 공개했고,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관련 기사나 동영상을 올릴 수 없었던 기즈모도의 트래픽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어 기즈모도도 아이폰4의 데스그립(안테나 접속 부위를 건드리면 수신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응수에 나섰다. 양사의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졌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상처뿐인 전쟁이지만 칼자루는 애플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IT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애플을 적으로 돌리게 되면 기즈모도의 취재 반경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애플의 행사에서 제외된다면 기즈모도의 피해는 갈수록 누적된다.

최근 기즈모도의 논조는 다시 친 애플 성향으로 복귀하고 있다. 갤럭시 탭에 대한 이번 리뷰도 스티브 잡스가 발언한 ‘7인치 태블릿 PC는 출시하자마자 사망(dead on arrival)’이라는 표현과 궤도를 같이 한다. 과거를 청산하자는 뜻으로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일까? 기즈모도의 속내가 궁금한 시점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o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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