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료 업계에 부는 '드론 바람'
[IT동아 남시현 기자] 드론은 사용자가 탑승하지 않는 무인/원격조종 비행 장치를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그 종류는 민간에서 쓰이는 취미용 제품부터,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 UAV)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민간용 드론은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질 만큼 발전했다. 5~10분밖에 비행하지 못했던 초기 버전과 비교해, 지금은 20~30분가량 비행하는 제품도 많고, 카메라나 제어 프로그램, 비행 성능도 현격히 향상됐다. 덕분에 드론은 거의 모든 산업에 접목되고 있으며,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소방·의료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농업용 드론을 방역 작업에 투입하다
전 세계적으로 약 33억 명이 말라리아 발생위험 지역에서 살고 있고, 매년 200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인해 사망한다. 사망자의 약 87%는 아프리카 지역의 5세 미만 어린이다. 말라리아의 매개체인 모기 제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이 직접 스프레이를 살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토지는 넓고, 이를 관리할 인력은 부족하다. 행여 방역할 사람이 있어도 모기에 물릴 위험이 크고, 그만큼 인건비나 생산력에 영향이 간다. 방역 작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쉽게 방역 작업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잔지바르의 농지에서 자동으로 모기약을 살포하고 있는 드론. 출처=DJI>
DJI가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자치령, 잔지바르에 DJI 아그라스 MG-1를 파견한 이유도 말라리아 때문이다. DJI 아그라스 MG-1은 10kg의 약재 중량과 시간당 7~10에이커에 농약을 살포할 수 있는 농업용 드론이다. 하지만 잔지바르에서는 농약 대신 모기약을 살포함으로써 말라리아를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아그라스 MG-1를 말라리아 퇴치에 투입한 결과, 해당 지역은 4주 이상 지나도 모기가 출현하지 않았다. 만약 지속해서 투입한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말라리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어되고, 특정 경로를 자동으로 주행하는 드론이어서 일선 농가나 NGO, 봉사자들도 쉽게 방역을 할 수 있다.
<중국 시내 방역에 투입된 DJI 아그라스 MG-1. 출처=DJI>
DJI 아그라스 MG-1의 약재 살포 능력은,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방역 작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DJI는 폐쇄된 도시 중 약 300만 평방 미터가 넘는 지역에 소독제를 살포했고, 추후 공장, 주거 지역, 병원 및 폐기물 처리 공장을 포함한 중국 전역으로 방역을 확대했다. 이와 별도로 시민 안전을 위한 공공 경보 및 모니터링 작업도 동시에 수행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사람이 진행하는 것 보다 약 50배 이상 빠른 속도로 방역을 마칠 수 있었고, 드론 방역이라는 새로운 활용도를 보여주었다. 현재 코로나 19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스페인도 같은 방식으로 도심을 방역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도 자가 격리 위반자를 드론으로 촬영해 벌금을 물리고 있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공중 보건에 드론을 투입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응급 의료와 소방 관제를 위한 드론
<로젠바우어 소방차량에 탑재된 DJI 드론. 출처=DJI>
DJI는 미국 LA 소방서(LAFD)를 비롯한 전 세계 소방서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한 화재 원인 파악과 항공 사진 확보, 실종자 수색 등에 투입하고 있는데, 지난 3월 31일에는 새로운 차원의 활용법을 제안했다. 세계적인 소방 장비 생산 기업인 로젠바우어 인터내셔널(Rosenbauer International)과 손을 잡고, 로젠바우어의 최신 소방 차량에 DJI의 드론 설루션을 접목하기로 한 것이다.
단순히 소방 작업의 보조를 맞추는 것을 넘어, DJI의 드론 편대 관리 소프트웨어인 플라이트 허브의 데이터를 로젠바우어의 소방 작업 관리 시스템과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의사 결정자는 기존 드론 활용법과 함께 추가적인 항공 사진 및 열화상 사진을 확보할 수 있고, 인력, 차량, 기타 장비를 더욱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게 된다.
드론, 항공기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 투입될 전망
<드론을 활용해 송전탑 전선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DJI>
드론은 항공기가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도입할 수 있다. 실제 항공기를 도입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하며, 간단한 작업이라면, 교육만 받고도 운용할 수 있다. 전 세계 70% 점유율을 보유한 DJI가 소방 및 의료 분야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영향력 확대와 인류의 공공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다.
로미오 더셔(Romeo Durscher) DJI 공공 안전 담당 총괄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산함에 따라 DJI는 전 세계 지역 파트너와 의사소통하며 요구 사항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DJI의 전 세계적 영향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범 사례를 개발해 대중을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