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DONGA

[스타트업-ing] 피코피코 김우찬 대표, 공기청정기에 편백을 담았습니다

권명관

[IT동아 권명관 기자] 공기청정기. 공기 정화 및 황사, 알레르기 물질, 새집증후군의 원인인 유기화합물, 미세먼지 등을 제거해주는 제품(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중 쇼핑용어사전)을 뜻한다. 봄철 황사,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 국내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로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은 세계적으로도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건강을 위협하는 10대 요인'의 첫 번째로 '대기오염과 온난화'를 꼽았다. WHO에 따르면, 매년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은 7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인들도 미세먼지를 가장 심각한 환경 이슈로 꼽고 있다.

미세먼지, 출처: 게티이미지
< 미세먼지, 출처: 게티이미지 >

2017년 3월, 설립한 피코피코는 공기청정기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2018년 7월경 나무로 만든 공기청정기 '수피'를 와디즈로 선보여 주목받았고(목표액 150만 원, 1,205% 달성해 1,808만 5,000원 펀딩 성공), 서울국제발명전, 제네바국제발명전, 목재산업경진대회 등 여러 국내외 전시회 및 박람회에서 경쟁력도 인정 받았다.

그리고 지난 1월, 피코피코는 1세대 공기청정기 수피를 개선한 수피2를 와디즈에 공개했고, 3월 1일 목표액 100만 원에 4,442% 달성한 4,442만 4,456원으로 펀딩에 성공했다. 이에 IT동아는 부천 경기문화창조허브 부천클러스터센터에 위치하고 있는 피코피코를 찾아 김우찬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피코피코 김우찬 대표, 그는 대표보다 개발자가 더 어울렸다
< 피코피코 김우찬 대표, 그는 대표보다 개발자가 더 어울렸다 >

왜 하필 공기청정기인가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피코피코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한다.

김우찬 대표(이하 김 대표): 간단히 설명하자면, 공기청정기 수피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너무 간단하다는 질문에) 하하. 현재 가장 우선하는 것은 친환경, 그리고 휴대용이다.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신생 제조 스타트업이 국내외 대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대형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기존 제품과 차별점을 두고자 선택한 것이 친환경 소재와 휴대용 제품이다.

IT동아: 친환경 소재?

김 대표: 1세대 수피는 외부 재질을 편백나무 원목으로 만든, 수공예 제품이었다. 이번에 선보인 2세대 수피는 편백나무 에센셜 오일을 머금은 편백칩(편백나무 큐브)를 내부에 넘어 피톤치드 테라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편백칩을 담는 수피큐브는 젖병에도 사용하는 트라이탄(TRITAN)을 사용했다. 100% 천연 에센셜 오일은 일반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에 반응해 용기를 녹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내화학성인 안전한 재료를 선택했다.

수피2 연출 사진, 출처: 피코피코
< 수피2 연출 사진, 출처: 피코피코 >

*참고: 트라이탄은 미국 이스트만사가 개발한 소재로 흔히 젖병 제조에 사용된다. 환경호르몬 의심 물질 BPA(비스페놀A)가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 소재다. 내구성, 내열성이 우수해 100도 온도에도 용기 변형이 없다.

IT동아: 궁금하다. 왜 하필 공기청정기인가. 스타트업이 도전하기 어려운 '제조'를 선택한 것인데.

김 대표: 처음 기획한 아이템은 배터리를 내장한 유모차용 공기청정기였다. 미세먼지가 성인에게도 유해하지만, 영유아에게는 더욱 치명적이지 않은가. 아이를 키우는 팀원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자연스럽게 피코피코를 창업하게 되었다.

당시 국내에는 휴대할 수 있는, 소형 공기청정기가 전무했다. 한창 개발할 당시 벤치마킹을 위해 여러 해외 제품을 구매해 테스트했다. 기존 제품을 살펴볼수록 영유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더라. 친환경 필터는 고사하고, 아이들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인증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증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 제품도 많았고. 이 때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자고 결심했다.

수피1 연출사진, 출처: 피코피코
< 수피1 연출사진, 출처: 피코피코 >

그렇게 개발한 것이 1세대 수피다. 외관을 편백나무로 제작했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작업해야만 했다. MVP(최종 테스트 제품)를 완성한 뒤 와디즈에 올렸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와디즈를 포함한 총 매출액은 2억 원 가까이 됐다. '이런 제품을 사람들이 원할까?'라는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고자 개발한 제품이었는데,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불필요한 기능을 빼고, 공기정화 성능을 담다

IT동아: 피코피코가 개발하고자 하는 공기청정기의 방향성을 잡은 계기로 보인다.

김 대표: 맞다. 다시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기존 공기청정기를 뜯어봤다(웃음). 소형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싸고 저렴하기 때문에 OEM/ODM 형태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만족스럽지 못하다. 플라스틱 냄새가 진하게 나고, 안전한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찮다. 기본적인 포름알데히드, 벤젠, 톨루엔 등 화학물질 시험 분석도 거치지 않는다. 단돈 100원이면 살 수 있는 필터를 사용하는 제품도 있었다. 그만큼 품질이 떨어졌다.

이 부분을 타겟으로 삼았다. 국내산 필터를 사용했고, 친환경 소재를 하나씩 적용했다. 조립과 생산도 한국에서 진행했고. 수피2는 전라남도 고흥에서 자라는 편백나무와 깐깐한 인증을 완료한 국내산 소재를 사용했다.

천연 편백나무 에센셜을 담은 편백칩을 수피2 안에 넣어 피톤치드향을 뿜어낸다, 출처: 피코피코
< 천연 편백나무 에센셜을 담은 편백칩을 수피2 안에 넣어 피톤치드향을 뿜어낸다, 출처: 피코피코 >

IT동아: 한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친환경. 그리고 국내산. 가격이 비싸질텐데.

김 대표: 맞다. 2년 정도 제품을 개발하면서 품질에 욕심을 부릴수록 단가가 올라갔다. 외산 제품 특히, 중국산 제품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다. 방법을 찾았다.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과감하게 뺐다.

사용량이 많지 않은 센서, 자동 On/Off, 터치 버튼, 스마트폰 연동, 미세먼지 측정, 배터리 내장, 필터 교체 알림 등… 이런 기능이 수피2에는 없다. 등을 과감하게 뺐다. 이러한 부가기능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류나 고장도 많았다. 전력도 더 많이 사용하고.

수피2 분해사진, 원통 헤파필터 밑에 편백칩을 넣는 큐브가 들어있다, 출처: 피코피코
< 수피2 분해사진, 원통 헤파필터 밑에 편백칩을 넣는 큐브가 들어있다, 출처: 피코피코 >

(불필요한) 기능을 덜어내고 공기정화하는 주성능에 집중했다. 절감한 비용으로 팬모터와 필터 성능을 높였다. 또한, 편백오일 제조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고농축 편백오일과 편백칩을 보다 저렴하게 확보했다.

편백나무를 담다

IT동아: 편백나무를 담았다.

김 대표: 앞서 중국산 소형 공기청정기를 많이 살펴봤다고 언급했다.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플라스틱 냄새가 너무 많이 났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가전제품을 처음 구매하고 보호용 필름을 떼면 맡을 수 있는, 그런 냄새였다. 없애고 싶었다. 그래서 수피1은 외관을 편백나무로 제작했고, 수피2는 내부에 편백향을 품은 칩을 넣었다.

나무를 사용한다는 것은 스타트업 여건상 많이 어려웠다. 안정적인 납품처를 찾는 것부터 외형을 유지하기 위한 내구성 테스트까지.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도 어려웠었고…. 그런데, 소비자들이 원했다. 편백나무향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수피2에 에센셜을 담은 편백칩을 넣은 이유다.

편백큐브, 출처: 피코피코
< 편백큐브, 출처: 피코피코 >

IT동아: 중국산 공기청정기가 그렇게 많은가.

김 대표: 중국 공기청정기 수입중량 추이를 담은 관세청 자료다. 꾸준하게 늘었다. 2019년 1월부터 5월 사이 전체 수입중량은 199.6톤인데, 이중 중국산은 134.4톤에 달한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중국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해질수록 중국산 공기청정기 구입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그래서 다짐했다. 최소한 미세먼지만큼은 국산 공기청정기로 정화하자라고. 제품기획부터 디자인, 개발, 목업제작 및 테스트, 금형설계, 금형제작 등… 제품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나라에서 진행했다.

중국 공기청정기 수입중량 추이
< 중국 공기청정기 수입중량 추이 >

수피1 문제점 개선한 수피2

IT동아: 와디즈 펀딩, 이번이 세번째라고.

김 대표: 첫 펀딩은 1세대 수피였고, 두번째 펀딩은 천연 편백나무 에센셜 오일을 담은 편백팁을 활용한 디퓨저였다. 수피2로 진행하는 이번이 세번째 펀딩이다.

1차로 진행한 수피1 반응은 전반적으로 좋았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먼저 내구성. 편백나무로 제작한 수피1은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수축 현상을 방지하지 못했다. 수피1, 수피2의 주용도는 차량용이다. 그런데, 수피1은 여름철 뜨거운 햇볕으로 상승하는 내부 기온으로 인해 나무 외관이 갈라지거나 부서졌다. 뒤틀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제품은 대부분 환불해드렸으며, A/S도 진행 중이다.

피코피코의 와디즈 2차 펀딩, 수피 디퓨저
< 피코피코의 와디즈 2차 펀딩, 수피 디퓨저 >

2차로 진행한 편백 디퓨저는 제품을 개봉한 뒤 향기가 너무 좋지만, 향이 생각보다 빨리 날아간다는 요청을 받았다.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다.

수피2는 나무 외관을 포기한 대신 2차 펀딩한 디퓨저를 내부에 담은 공기청정기다. 외부 공기를 흡입해 배출할 때 편백나무향을 맡을 수 있다. 여름철 차량 내부는 최대 90도까지 상승한다. 이에 수피2는 108도까지 버틸 수 있는 ABS 소재를 사용해 내구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IT동아: 공기정화 성능이 궁금하다.

김 대표: 내부 테스트와 외부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아크릴박스에 담배 연기를 가득 넣고, 수피2를 넣은 뒤 완정정화(미세먼지 0)까지 걸린 시간은 3분 정도였다. 실제 차량에 설치한 뒤 정차, 주행 테스트로 각각 진행했다. 정차 시 미세먼지 매우 나쁨(80)에서 좋음(20)으로 정화된 시간은 1분이었으며, 주행 시에는 3~4분 정도 후에 좋음 단계로 정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주행 중인 차량은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 까닭에 미세먼지 수치는 8~26에서 변동되었다.

주행 중 수피2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출처: 피코피코
< 주행 중 수피2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출처: 피코피코 >

BLDC BLOWER 팬모터, 헤파 13등급 필터(PM2.5의 초미세먼지를 99.95%까지 필터링할 수 있다), 면적을 최대한 넓게 하기 위한 원통형 필터 구조, 필터 원단 손상과 결합 불량을 방지할 수 있는 열융착 접착(기존 핫멜트 접착), 중국산이 아닌 국산 필터 사용 등… 많은 것을 신경썼다(자세한 내용은 수피2 홈페이지 또는 와디즈 수피2 펀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원터치 버튼, 공기정화 성능을 높이기 위해 더 흡입구 면적도 넓혔다. 행여나 팬 소리가 너무 시끄럽지 않을까 싶어 1단계(15dB), 2단계(25dB), 3단계(35dB)로 구분했다. 소음에 민감한 침실이나 도서관, 독서실 등에서는 1~2단계로 활용하면 된다.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피코피코 사무실 모습
<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피코피코 사무실 모습 >

창업, 후회하지 않는지

IT동아: 피코피코 창업 전이 궁금하다.

김 대표: 회사 생활만 12년 했다(웃음). 그중 기술개발 연구원으로 7년 정도 있었고…. 회사에 다니면서 해외의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터 소식을 들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펀딩을 받아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소식.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아이디어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앞으로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이제 만으로 2년 정도 지났지만, 후회는 없다.

IT동아: 지금까지 성과가 궁금하다.

김 대표: 작년에 3억 투자를 받았다. 많이 힘들었다(웃음). 창업에 대해 후회는 없지만,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창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17년 창업사관학교 7기를 통해 창업했는데, 투자금도 없고, 팀원도 없는 상태에서 1년만에 빚만 1억 원 이상 생겼다. 그 동안 일하며 모은 돈도 다 써버렸고….

수피1 와디즈 펀딩 결과 모습, 출처: 와디즈 홈페이지
< 수피1 와디즈 펀딩 결과 모습, 출처: 와디즈 홈페이지 >

잘못 생각했었다. 내게 좋은 제품, 내게 좋은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좋을 줄 알았다. 기술이 있으니 만들면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도 했고. 하지만, 소비자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당연한 결과다. 시장을 분석하고, 시장의 의견을 받을 줄 알아야 했다.

초기 창업보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당시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 소위 말해, '머리가 굵은' 상태였다(웃음).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라고 자만했다. 다시 시작했다. 배웠던 내용을 복기하면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보자라고 개발한 것이 1세대 수피였다. 창업 후 맞이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IT동아: 이제 3년째를 맞이한다.

김 대표: 1인 창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6명의 팀원과 함께하고 있다. 발명대회와 전시회, 박람회에서 열심히 알리고 있고. 일본에서 크라우드펀딩도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에는 3월부터 5월까지 노송나무 꽃가루에 날리는데, 굉장히 심하다. 이에 연락이 왔고, 올해 안에 일본과 중국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수피2 연출 사진, 출처: 피코피코
< 수피2 연출 사진, 출처: 피코피코 >

수피2는 부품 생산부터 조립까지 국내에서 이뤄진다. 편백나무도 국내산이다. 4~7만 원대 중국산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온/오프라인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디자인하고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하는 제품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보고 싶다.

아직 테스트 단계지만, 가정용 편백 공기청정기와 유모차용 공기 청정기 등도 개발 중이다. 앞으로도 피코피코에, 우리가 만들어가는 친환경 공기청정기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현재 개발 중인 가정용 편백 공기청정기
< 현재 개발 중인 가정용 편백 공기청정기 >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