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페이스 ID 안되는 게 정상, 된다면 잘못 썼는지 의심해야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2월 2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과 관련한 정부의 위기 경보 단계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아직 예방 백신이나 체료제가 마련되지 않았으니 개인위생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고, 취약자로 분류되는 임신부나 65세 이상, 만성질환자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안하는 코로나 19 행동수칙은 ▲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꼼꼼하게 씻기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 ▲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않기 ▲ 의료기관 방문 시 마스크 착용하기 ▲ 사람 많은 곳의 방문을 자제하기다. 특히 코로나 19가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할 때 입에서 튀어나오는 침방울을 매개로 전파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까지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게 보편적인 상황이다.

애플 아이폰 X부터 도입된 페이스 ID

정부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의외의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애플 아이폰 사용자다. 애플 아이폰 X 이후 출시된 제품은 얼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는 안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반쯤 벗으면 페이스 ID를 사용할 수 있지만, 애써 마스크를 쓴 의미가 없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애플 아이폰의 잠금 해제 방식 중 하나인 페이스 ID
출처=애플코리아
애플 아이폰의 잠금 해제 방식 중 하나인 페이스 ID 출처=애플코리아

<애플 아이폰의 잠금 해제 방식 중 하나인 페이스 ID 출처=애플코리아>

페이스 ID는 아이폰의 지문 인식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본인 인증 수단이다. 기존 지문인식 대신 전면 상단의 트루뎁스(TrueDepth) 카메라를 활용해 30,000개 이상의 보이지 않는 점으로 얼굴을 인식한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에 직접 손댈 필요가 없고, 모자, 스카프, 안경, 콘택트렌즈, 다양한 선글라스를 착용해도 인식한다. 실내외는 물론 완전한 암실에서도 동작한다. 지문 인식보다 더욱 보안 수준이 높고, 홈 버튼이 제외된 자리까지 화면을 확장한 것도 특징이다.

페이스 ID는 다양한 장식물 착용에도 동작한다, 하지만 몇몇 예외조항이 있고 마스크 착용도 포함된다.
출처=애플코리아
페이스 ID는 다양한 장식물 착용에도 동작한다, 하지만 몇몇 예외조항이 있고 마스크 착용도 포함된다. 출처=애플코리아

<페이스 ID는 다양한 장식물 착용에도 동작한다, 하지만 몇몇 예외조항이 있고 마스크 착용도 포함된다. 출처=애플코리아>

예외적으로 잠금 해제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심도 정보가 없는 인쇄물과 2D 디지털 사진이다. 또한 눈을 감고 있거나 사용자가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잠금 해제가 허용되지 않으며,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 절반 이상을 가려도 해제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사용자가 뜻하지 않게 잠금이 해제되는 것을 막고, 확실하게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마스크 쓰고 페이스 ID를 쓸 순 있지만, 자제해야

대체 외모를 사용해 마스크를 반쯤 쓴 상태로 페이스 ID를 등록했다.
출처=IT동아
대체 외모를 사용해 마스크를 반쯤 쓴 상태로 페이스 ID를 등록했다. 출처=IT동아
<대체 외모를 사용해 마스크를 반쯤 쓴 상태로 페이스 ID를 등록했다. 출처=IT동아>

애플 iOS 12 업데이트부터는 페이스 ID 인식의 유연성을 늘리기 위해 '대체 외모' 설정을 제공하고 있다. 대체 외모는 분장 등으로 인해 급격한 외모 변화를 겪는 사용자 혹은 제삼자가 얼굴 인식을 사용할 경우를 위한 기능이다. 본인의 원래 얼굴 이외에 다른 얼굴을 보조 인증 수단으로 추가해놓는 것인데, 마스크에서 코를 노출한 상태로 대체 외모를 등록하면 마스크를 쓴 상태로 아이폰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페이스 ID의 대체 외모로 마스크 쓴 외모를 추가해봤지만,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한 상태에서는 대체 외모로 등록하거나 페이스 ID를 뚫을 수 없었다. 대신 콧등, 코를 완전히 노출한 상태로 마스크를 쓴 상태라면 페이스 ID를 등록할 수 있고, 그 상태로 페이스 ID를 해제할 수 있었다.

마스크의 올바른 착용법, 코까지 완전히 덮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출처=질병관리본부
마스크의 올바른 착용법, 코까지 완전히 덮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출처=질병관리본부

<마스크의 올바른 착용법, 코까지 완전히 덮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출처=질병관리본부>

코의 일부, 혹은 전체를 노출하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도 페이스 ID를 뚫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한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라면 모를까, 바이러스 예방 목적이라면 이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와 다름없다.

중국 광저우 광동성 질병 통제 예방 센터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대다수가 목보다는 코에서 더 많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전파 가능성을 낮추고, 감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페이스 ID의 편의성을 포기하고, 마스크를 코까지 완전히 덮어서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면, 당분간은 비밀번호를 쓰자

마스크를 쓴 상태로 페이스 ID를 쓸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페이스 ID의 기술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허술하게 보안이 풀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마스크를 쓴 상태로 인증되는 것을 허용하면, 그만큼 타인에 의해 페이스 ID가 해제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다면 페이스 ID를 쓸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자.

애플 페이스 ID는 지문인식에 비해 편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잠깐의 편의를 위해 감염병 예방 수칙을 간과해선 안된다. 만약 마스크를 쓴 상태로 페이스 ID가 된다면 질병관리본부가 제안하는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개인 위생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페이스 ID 대신 비밀번호 입력을 권장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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