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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코리아] 버넥트 X 라온피플 (2) 기술 영업: PoC는 열정페이가 아니다

권명관

이번 편은 지난 '스케일업 성장의 비밀, 더 크게 더 적극적으로 알려라. 버넥트 X 라온피플 (1)' 기사에 이어 기술 기업의 영업과 납품 계약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기술 스타트업이 B2B 시장에서 대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산업용 AR 솔루션을 공급하는 버넥트의 고객들은 대부분 규모가 큰 제조 기업들입니다. 하태진 대표는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에게 기술 영업의 애로점을 토로하고 라온피플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물었습니다. 두 사람은 기술 영업부터 PoC(Proof of Concept), 계약, 유지 보수, 해외 영업 등 다양한 관심사에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수많은 대화 중 일부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PoC는 열정 페이가 아니다"

버넥트 하태진 대표의 질문이 이어졌다. 계약과 납품에 대한 궁금증이다. 기술 기업 특성상 납품 계약은 각 거래처별로 상이하다. 계약 규모, 계약 대상, 납품 계약 시기 등에 따라 거래처별로 조건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영업기밀에 가까운 내용이기에 타사의 정보를 구하기도 어렵다.

하 대표: 라온피플은 PoC(Proof of Concept) 계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PoC, 직역하자면 콘셉트(개념) 증명이라는 뜻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거나 도입하기 위해 검증하는 과정이다. 신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또는 제품을 개발하는 버넥트와 같은 기술 스타트업에게 PoC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사실 PoC를 거쳐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인가를 증명해야 제품이든 서비스든 사용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이는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 그의 뒤로 백만 불, 삼백만 불, 오백만 불, 천만 불 수출의 탑이 놓여 있다
<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이는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 그의 뒤로 백만 불, 삼백만 불, 오백만 불, 천만 불 수출의 탑이 놓여 있다 >

하지만 소규모 스타트업에게 PoC는 꽤 어려운 문제다. 계약 과정을 살펴보자. (1) 고객사 A사가 버넥트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다. (2) 버넥트 담당 직원이 A사를 만나 기술을 소개하고 설명한다. (3) A사가 버넥트에게 PoC를 요구한다. (4) 성공적인 PoC를 마무리한 뒤, A사가 버넥트 제품과 서비스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버넥트가 A사의 PoC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더라도 계약 체결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유는 수백수천 가지다. 지난 편에서 소개했듯 A사가 '그래 너희가 그런 좋은 기술이 있어? 그럼 어디 한번 해봐'라는 생각으로 PoC를 요구했을 수도 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 종료된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백 단장이 IT 기업을 찾아가 구단을 매각하기 위해 열심히 PT 했지만, 마지막 구매 결정은 IT 기업 대표 손에 달렸던 것처럼 말이다(결국 드라마 내에서 백 단장은 재창단한 드림즈에 합류할 수 없었다).

A사가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라고 말끝을 흐리면 이유를 묻기도 애매하다. 고객이 대기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행여나 모를 다음 기회를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모든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 모든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

이 대표: 라온피플 사업 초기에는 PoC 제안이 오면 다 참여했습니다. 실제 계약 성사 여부에 상관하지 않았어요. 아시겠지만, (기술 기업 B2B영업) 현장이 그렇잖아요. 감내해야 했습니다. 한 번은 대기업이 급하게 PoC를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3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제품의 불량 여부를 확인하는 솔루션을 요청했는데 기간 내에 완성했습니다. '그래! 됐어!'라며 계약 성사만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 3주라는 시간 동안 대기업 내부에서 QC를 강화해 불량률을 확 떨어뜨린 겁니다. 아쉽죠. 그렇지만,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당부가 이어졌다.

이 대표: 하지만 PoC는 열정페이가 아닙니다. 회사의 자원과 직원의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싸움입니다. 당연히 일정 부분 보상이 필요합니다. 이것만 해내면 큰 건의 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다가서면 안 됩니다. 마치 낚시하듯 접근하는 거래처 담당자의 말을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많이 따져봐야 하고, 불리한 조항이 있다면 담당자와 충분히 논의해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PoC를 여러 기업에게 테스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 능력은 충분한지, 지금 당장 진행하는 프로젝트 일정에는 문제가 없는지…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고객 기업도 같은 분야에서 기술을 배우고 개발한다는 공감대가 있잖아요. 잘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웃음).

열정페이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출처: 게티이미지
< 열정페이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출처: 게티이미지 >

"대표이사가 고객을 직접 챙겨야"

영업. 기술 기업에게 영업은 엄청난 숙제다. 라온피플은 영업을 어떻게 했을까?

하 대표: 영업을 어떻게 하시나요? 직접 하시나요?

이 대표: 라온피플 내 영업 조직을 준비하기 전에는 제가 직접 영업을 다녔습니다. 이후 전담자에게 맡기는 체제로 전환했죠. 그래도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래도 제가 현장에서 멀어지다 보니, 소위 감이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죠. 고객 요구를 전달받는 과정에서 전담자가 긍정적인 보고만 올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보고 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고객사를 만났는데 서운함을 토로하는 고객도 있었습니다. 대표가 직접 고객을 만나는 것과 전담자를 통해 듣는 것은 많이 다릅니다.

현장 미팅은 중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
< 현장 미팅은 중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 >

회사가 크게 성장한 지금은 이 대표가 영업과 관련된 미팅을 매번 직접 챙기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전담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는다. 길면 6개월, 짧은 1~2개월 사이에 거래처와 한 번이라도 만남을 가진다. 거래처를 만나야, 고객을 만나야 인사이트와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전담자가 객관적인 보고를 올리더라도, 듣는 입장에서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때문에 현장과의 호흡은 길건 짧건 꾸준하게 유지해야만 한다.

현재 라온피플의 영업 전담자는 10명. 약 120명의 전체 직원에 비해 적은 편에 속한다. 이유는 기술 영업은 컨설팅에 가까운데 이런 일을 수행할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래처 개발팀과 만나 상담하고 돕는 것이 기술 영업이다. 기술 영업은 네트워킹이나 말을 잘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몇 마디 이야기만 나누면, '고수'와 '하수'가 바로 판별된다. 거래처가 고수일 때, 영업 전담자가 하수로 보인다면? 그 영업 결과는 뻔하다.

영업 전담자는 고객과 대화할 수 있는 기술 이해도와 스킬을 지녀야 한다. 영업을 허투루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술 영업 담당자를 꾸준히 육성해야 하고, 대표가 영업을 직접 챙겨야 한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
<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라온피플 이석중 대표 >

하 대표: 해외 매출이 많은데. 해외 영업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 대표: 해외 영업의 경우, 직접 판매보다 에이전시를 통해 주로 계약을 진행합니다. 물론, 성공률이 높지 않습니다. (우리 기술을) 해외 에이전시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에이전시가 거래처를 방문해 설득하는 것이 쉽겠습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좋은 에이전시'를 찾아야죠(웃음).

이 대표는 좋은 에이전시를 찾는 방법을 사람에게서 찾았다. 네트워크다. 특정 분야에서 우리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 사람의 오랜 경력과 스킬이 곧 영업력이라는 설명이다. 한 해외 에이전시는 라온피플의 기술을 잘 이해하고 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발굴해서 라온피플과 거래처에 동시에 제안하기도 한다. 사업 기회를 잘 발굴하는 적극적인 에이전시를 만난 건 행운이다.

전문 해외 에이전시를 결정할 때도 '사람'을 보고 결정했다. 좋은 에이전시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장'이 어떤 사람이냐에 달려있다. 사장이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 얼마나 열정적이냐를 봐야 한다. 그에 따라서 직원들의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 대표: 요즘 국내 영업 관련해서 에이전시 역할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곳이 많습니다. 그중에 대기업 SI(system Integration) 기업도 있는데요. 독점권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기회이기도 하고 또 위험하기도 한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 대표: 대기업 SI 업체와 일할 때는 우리의 위치와 그들의 태도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 SI 업체는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솔루션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이 관심 갖고 찾아오니 좋아할 수 있겠지만, 처음에는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다가 다른 기술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또한, 조직이 크기 때문에 영업 조직과 개발 조직의 이해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독점 에이전시 계약을 해놓고 SI 업체가 적극적으로 영업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만 손해 볼 수 있죠. 대기업 SI와 협력할 때는 조건이나 계약 사항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 영업, 결정권자를 만나라"

하 대표: 누구를 만나야 하나요?

기자도 궁금했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질문이다. 맞다.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 우리 기술을 필요로 하는 거래처는 어디인지, 해당 거래처에서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누구인지 등….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정보다. 대체 기술 스타트업은 누구에게 영업해야 하는가.

기술 스타트업은 영업을 위해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 출처: 게티이미지
< 기술 스타트업은 영업을 위해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 출처: 게티이미지 >

이 대표: 결정권자를 만나야 합니다. 아래에서 위가 아닌, 위에서 아래를 봐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솔루션이어야 한다. 필요로 하는 솔루션이라는 뜻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우리 솔루션을 활용하면 기존 절차가 2배로 단순해지고, 업무 효율은 2배 이상 향상된다고 가정하자. 업계 모두가 인정하는 결과값이다. 하지만, 현장의 변화는 결코 빠르지 않다. 실무진이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 들어야 하지만, 쉽지 않다.

기술 스타트업이 놓치는 부분이다. B2B영업 시작은 상대방(거래처)이 불편해하는 것을 개선하는데 있다. 즉, 상대 의사가 중요하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기술을 활용하는 거래처 실무 담당자가 새로운 기술을 귀찮아하고,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비효율적이지만) 하던 방식 그대로를 원한다면?

현장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결정권자다. 결정권자를 찾아야 한다. 영업 대상의 폭을 좁히고, 접근해야 하는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만약 어렵다면, 전문 에이전시라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거래처 결정권자와 연결해줄 수 있는 사람,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에이전시를 고용해야 한다.

이 대표: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지금도 해외 에이전시가 미팅을 주선하고, 거래처 요구 사항을 전달해오면, 전담자를 보낼지 말지 고민합니다(웃음). 다만, 이것 하나만 기억했으면 합니다. 에이전시, 리셀러 등과 협력할 경우, 초기에는 무조건 (영업 활동을) 같이 하라는 겁니다. 미팅에 함께 동석해 거래처 담당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현장 목소리는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 대표는 '현장 목소리'와 '직접'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만큼 중요하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요구 사항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스킬은 기술 기업이 갖춰야 하는 기본 조건이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화 끝에 이 대표가 남긴 마지막 말로 끝맺으려 한다. 기술 기업, 기술 스타트업에게 전하는 그의 메시지다.

"B2C 고객은 찾아오지만, B2B 고객은 찾아가야 합니다."

버넥트의 도약은 현재진행형이다, 출처: 버넥트 홈페이지
< 버넥트의 도약은 현재진행형이다, 출처: 버넥트 홈페이지 >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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