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vs 자존심' 니콘·캐논 차세대 플래그십 DSLR 카메라의 등장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금이야 크기가 작고 화질이 뛰어난 미러리스 카메라가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전에는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가 주를 이뤘다. 물론, DSLR 카메라는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휴대성은 부족하지만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과 폭넓은 렌즈 제품군이라는 이점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미러리스와 마찬가지로 DSLR 카메라 역시 목적에 따라 여러 형태의 제품으로 나뉜다. 그 중 주목해야 될 것은 극단적인 성능을 갖춘 플래그십 제품이라 하겠다. 카메라 제조사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에 보유한 모든 기술을 가능한 모두 때려 넣는다. 한 번 삐끗하면 4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캐논과 니콘이 드디어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큰 스포츠 축제를 앞두고 각각 D6와 EOS-1D X 마크3라는 걸출한 DSLR 카메라를 공개했기 때문. 과연 두 카메라는 어떤 강점을 갖고 있을까? 간단히 알아봤다.

전작의 강점을 더 다듬은 완성형 '니콘 D6'

니콘 D5는 최대 감도 ISO 328만이라는 충격적인 사양을 제공한 바 있다. 물론, 최대 감도라는 것이 화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에(상용 감도가 더 중요하다) 숫자 놀음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있는데 안 쓰는 것과 없어서 못 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기본적인 성능과 시기적인 우위(선빵이 중요하다)로 인해 D5는 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니콘 D6.
니콘 D6.

D6는 이 장점을 더 다듬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화소는 2,082만이며, 엑스피드 6 영상처리 프로세서를 통해 상용 감도는 ISO 100에서 10만 2,400까지 제공한다. JPEG 고화질로 초당 14매씩 최대 200매 촬영을 지원하는 여유로운 성능을 보여준다.

이번에 큰 변화가 이뤄진 것은 자동초점 기능에 있다. 모든 측거점에 센서를 삼중 배치해 저휘도 환경에서도 정확한 초점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측거점 자체가 점 혹은 교차 형식이 모두 가능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정확한 초점 검출이 이뤄질 수 있다. D5는 센서가 이중, 측거점은 점과 교차 형식이 따로 배치된 형태였다. 초점 성능 향상을 위해 니콘은 새로 자동초점 처리 엔진을 탑재했다.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측거 모드를 설정할 수 있으며, 눈동자를 우선으로 한 자동초점 기능도 갖췄다. 흔히 이 기능은 센서가 직접 초점을 잡는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나 가능할 것처럼 보였으나 DSLR에서도 충분히 가능함을 증명했다.

니콘 D6.
니콘 D6.

동영상 기능도 다양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전문 촬영 환경을 위한 전송 기능이나 기술은 탄탄하게 보유하고 있다. 저장매체로는 콤팩트플래시-익스프레스(CFexpress)와 그간 사용해 오던 XQD 메모리카드를 채택했다.

화끈한 성능향상으로 자존심 찾는다 '캐논 EOS-1D X 마크3'

분위기상으로 D5에 밀렸던 EOS-1D X 마크2, 이번 카메라는 이 악물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설욕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이전 제품도 성능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적었지만 이번에는 더 확실히 하려는 의지를 담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거의 모든 부품을 새로 구성했으며, 동영상 성능에 힘을 실었다.

캐논 EOS-1D X 마크3.
캐논 EOS-1D X 마크3.

EOS-1D X 마크3는 영상을 5.5K(가로 5,500화소)로 기록한 다음, 4K(3,840 x 2,160)로 변환하는 오버샘플링 기술에 기반한다.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영상 기록 시 센서 전체 영역에 가까운 부분을 활용하니까 렌즈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상도는 일반 4K와 영화 제작에 쓰이는 4K DCI(4,096 x 2,160)까지 지원한다. 편집에 용이하도록 12비트 계조 데이터와 캐논-로그(C-Log)를 넣었고, HEVC 코덱으로 용량까지 아낀다.

기본기도 강화됐다. 기존에는 영상처리 프로세서를 두 개 집적했는데, 이번에는 성능을 화끈하게 높인 디직(DiGiC) X 한 개만으로 모든 것을 처리한다. 16점 분리 고정보 로우패스 필터를 사용해 화질을 끌어올렸다. 감도는 기본 ISO 100에서 10만 2,400까지 제공하고, 확장하면 81만 9,200까지 쓸 수 있다. 10비트 고명암대비 촬영을 위한 포맷에도 대응하는 점도 특징.

캐논 EOS-1D X 마크3.
캐논 EOS-1D X 마크3.

영상이나 화질에 집중했다고 해서 측거 능력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전통적으로 측거를 위해 별도의 영상처리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EOS-1D X 제품군 답게 이번에도 디직8 프로세서를 측거와 노출 처리를 위해 투입했다. 뷰파인더로 촬영하면 초당 16매, 라이브뷰로 촬영하면 초당 20매 촬영이 가능하다. 저장매체로 CFexpress를 쓴다.

플래그십 DSLR의 경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매번 큰 스포츠 축제가 있을 때마다 각 카메라 제조사는 성능을 최대한 끌어 담은 제품을 선보여 왔다. 그러니까 크게 본다면 신제품 출시 주기가 4년 정도 되는 셈이다. 그만큼 여러 기능을 담은 플래그십 카메라를 선보일 수 있다. D6나 EOS-1D X 마크3 등이 출시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여기에서 갈고 닦은 기술이 미러리스 카메라로도 적용될 수 있기에 플래그십의 존재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니콘과 캐논은 꾸준히 경쟁하면서 플래그십 DSLR 카메라를 내놓는 제조사가 되었다. 자잘한 DSLR 카메라를 선보이는 곳은 있어도 이런 극단적인 형태의 카메라를 선보이는 곳은 없다. 때문에 DSLR 카메라라는 장르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플래그십 DSLR 카메라는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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