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하면 자동으로 시동 꺼지는 ISG(스탑앤고) 기능의 이모저모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도심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극심한 교통정체, 잦은 신호 변경 때문에 가다서다를 반복하곤 한다. 불과 수km를 가는데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 일이 빈번하다. 이렇게 운행하다 보면 불필요한 공회전이 반복되며 연료를 낭비하게 된다. 당연히 환경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흔히 오토스탑, 혹은 스탑앤고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ISG(Idle Stop & Go) 시스템은 이러한 이유로 등장했다. 이는 차량을 운행하다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고, 출발을 위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거나 액셀러레이터를 밝으면 다시 시동이 걸려 곧장 출발이 가능한 기능이다. 불필요한 공회전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연료 낭비와 배출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운전자가 특별한 추가 조작을 할 필요가 없어 편의성이 높다.

ISG 시스템의 구동 과정
(출처=현대자동차)
ISG 시스템의 구동 과정 (출처=현대자동차)

< ISG 시스템의 구동 과정 (출처=현대자동차)>

이 기술이 처음으로 적용된 차량은 1974년에 출시된 토요타 크라운(Toyota Crown)이었는데, 당시 전 세계를 휩쓸던 석유파동(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료비 절감 목적 외에 친환경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이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이브리드카와 같이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차량에는 거의 대부분 ISG 시스템이 기본 탑재되며, 엄격해진 최근의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디젤 엔진 차량에도 ISG 시스템이 탑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SG 적용 차량은 일반 차량과 뭐가 다르지?

물론 ISG 시스템이 탑재되지 않은 차량이라도 운전자가 직접 시동을 켜고 끄는 식으로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이렇게 하려면 운전자의 주의가 분산되어 위험한데다 신속한 출발을 하지 못해 다른 차량의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일반 차량에서 지나치게 자주 시동을 켜고 끄면 엔진이나 배터리 등의 관련 부품에 무리를 줄 수도 있으며, 시동을 켜자 마차 출발하면 떨어진 엔진 온도를 급히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연료를 소모하기도 한다.

ISG 적용 차량에 탑재되는 AGM
배터리(출처=보쉬)
ISG 적용 차량에 탑재되는 AGM 배터리(출처=보쉬)

< ISG 적용 차량에 탑재되는 AGM 배터리(출처=보쉬)>

ISG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은 위와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몇 가지 특별한 기술이 추가로 적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AGM(Absorpitve Glass Mat) 배터리다. 이는 유리섬유 재질의 분리판을 적용, 전해액의 유동을 막아 안정적인 전류 공급이 가능하며, 일반 배터리에 비해 수명이 길고 저온 환경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ISG 시스템 적용차량은 주행 도중 정차해 잠시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엔진의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잦은 시동 및 시동 후 출발 상황에서 엔진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인다.

약간의 위화감과 비싼 차량 가격, 공조장치 이용제한 등 염두해야

ISG 시스템 적용차량은 위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일반 차량에 비해 최대 20%가량 우수한 연비를 실현할 수 있다고 제조사들은 강조하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ISG 적용 차량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운전자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ISG 기능이 적용된 구간에서 정지와 출발을 할 때의 위화감이다. 특히 출발할 때 일반 차량에 비해 아무래도 한 박자 정도 느리게 차량이 반응하므로 이 감각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조사에서는 20% 가량의 연비 향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차량의 운행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실제 ISG 탑재 차량을 운용하는 운전자의 말을 들어보면 실제 체감하는 연비 향상 수준은 미미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AGM 배터리 등의 고가 부품이 다수 탑재되기 때문에 차량 가격이 그만큼 더 비싸지는 것도 신경 쓰인다.

그리고 엔진 정지 중에는 발전기도 돌아가지 않으므로 에어컨과 같은 공조장치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상당수의 ISG 시스템 적용차량은 엔진 시동이 꺼진 구간에선 에어컨 역시 함께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에어컨을 켤 수 있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배터리 전압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에어컨을 끄거나 시동이 다시 걸리도록 설정한다.

기아 K5 디젤 모델에 적용된 ISG 비활성화
버튼(출처=기아자동차)
기아 K5 디젤 모델에 적용된 ISG 비활성화 버튼(출처=기아자동차)

< 기아 K5 디젤 모델에 적용된 ISG 비활성화 버튼(출처=기아자동차)>

그 외에도 배터리 전압이 일정 수준 이하이거나 엔진 온도나 차량 외부 온도가 지나치게 낮은 경우, 차량이 경사진 곳에 위치한 경우,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등에서 ISG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몇몇 운전자들은 ISG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이 기능을 끄고 일반 차량처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ISG 시스템 탑재 차량은 실내에 탑재된 버튼을 통해 ISG 기능의 ON/OFF가 가능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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