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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사고 파는 것은 좋지만... 잘못된 크라우드 펀딩 사례

강형석

[IT동아 강형석 기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작은 힘이라도 모으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도 이와 비슷하다고 하면 과장일까? 자금이 부족하거나 없는 기업 혹은 개인이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아 결과물을 완성하는 것이 속담과 꽤 유사하기 때문이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는 큰 성공을 거두면서 주목 받기도 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제품, 콘텐츠 등 영역이 다양하다.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등록하고 관심 있는 투자자를 모집한 후, 목표한 기간 내에 결과물을 내놓으면 된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여유롭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프로젝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을 때의 이야기로, 그렇지 못하다면 논란 또한 상당하다.

텀블벅을 통해 진행된 달빛천사 음원 펀딩.

최근 달빛천사 펀딩 관련한 논란은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투자한 개인, 그 추억에서 사업 가능성을 엿본 창작자의 엇갈린 생각이 빚은 참사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추억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관련 크라우드 펀딩은 해외에서 이미 시도된 바 있지만 대부분 논란으로 막을 내렸다.

달빛천사 펀딩은 국내에서 진행된 것으로는 제법 큰 모금액인 약 26억 원을 달성했다. 목표 금액인 3,300만 원의 80배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에 시작됐다. 본래 달빛천사(만월을 찾아서)는 타네무라 아리나 작가의 연재 만화이자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풀문은 주인공이 가수로 활약할 때의 예명이다. 추억을 되살리려면 판권 문제를 해결해야 됐다.

프로젝트는 판권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 앨범은 애니메이션을 추억하기 보다는 애니메이션 내 캐릭터의 음성을 연기했던 성우의 개인 음반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음원의 질적 문제와 후원금 일부를 콘서트 준비에 쓰였다는 논란이 가세하면서 한 번 더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콘텐츠 부문 크라우드 펀딩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꼽는 마이티 넘버 나인.

국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게임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티 넘버 나인(Mighty No.9). 이 게임은 캡콤의 록맨(Rockman)의 정신적 후속작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바 있으나 지속된 출시 연기와 함께 기대 이하의 게임 완성도를 보여 실패한 펀딩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쉔무3 역시 논란 속에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됐고, 현재 출시가 이뤄진 상태다.

최근에는 쉔무(Shenmue)3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시리즈를 개발한 스즈키 유가 후속작에 대한 발표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몇 시간 만에 목표 금액(200만 달러)을 넘었다. 하지만 이후 최신 흐름과 다소 동떨어진 그래픽에 지속되는 발매 연기로 인해 앞서 진행된 마이티 넘버 나인의 뒤를 밟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타났다. 또한, 초기 발매 플랫폼이 스팀에서 갑자기 에픽게임즈 스토어 1년 독점으로 변경하면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출시 이후에는 의외로 기존 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과거의 인기 콘텐츠를 현재 흐름에 맞춰 선보이는 일은 쉽지 않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은 후원자와 프로젝트 진행자가 서로 소통이 가능하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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