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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이용 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역차별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유

남시현

[IT동아 남시현 기자]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통신망 제공 사업자(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이하 ISP)는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하며 차별 없이 데이터를 제공해야한다는 원칙으로, 비차별, 상호 접속, 접근성 등 3가지 원칙을 동일하게 지키는 것이 조건이다.

망중립성이 없다면, 막대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네이버, 카카오, 다음 같은 기업은 인터넷 병목을 유발하는 사업자로 지목돼 수익도 내기 전에 청산했을 것이고, 통신 비용과 속도도 많은 비용을 내는 쪽에만 편중돼 통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다.

다만 ISP 입장에서는 특정 콘텐츠 제공 업체(Contents Provider, 이하 CP)가 인터넷 트래픽을 집중적으로 유발하기 때문에 인터넷 망 사용에 대한 이용료를 별도로 부가하고 있다. 이를 망 사용료라고 부른다. 문제는 망 사용료에 대한 산정 기준과 잣대가 불분명하며, 국내 CP가 해외 CP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내 CP는 국내에 거점을 두고 사업하기 때문에 통신사에서 요구하는 이용료를 그대로 지불하지만, 해외 CP는 국내 또는 해외에 별도 서버를 설치해 단순히 망을 거치는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국내 IPS가 해외 CP에게 비용을 청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며,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국내 CP가 대체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국내 ISP와 해외 CP간의 망 이용료 정산을 위한 지침, 현실은 역차별

방송통신위원회 로고

국내 IPS와 해외 CP간의 망 사용료 갈등이 끊이질 않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는 공동으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2020년 1월 2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IPS가 CP에 청구하는 망 사용료를 청구할 때의 기준을 못 박은 셈이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 계약 당사자 간의 신의 성실의 원칙 ▲ 유사한 내용의 계약과 비교해 차별 없는 원칙과 절차 ▲ 강요나 체결 거부 등 불공정행위 제한 ▲ ISP와 CP의 이용자 보호 의무 등이 담겨있다. 내용 자체로는 ISP와 CP 간의 공정한 거래를 위한 지침이지만,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위시한 국내 CP 업계 전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고, 국내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자리매김할 갈라파고스적 가이드라인 제정 절차'라고 지칭했다. 또한 이번 가이드라인이 자유시장의 경제체제의 원칙에서 벗어나, '정당한 이익'을 제한하지 말고, '비차별적'으로 체결하라는 것을 강제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가이드라인 자체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해외 CP에 대한 실효적 영향력은 기대할 수 없는 반면, 국내 사업자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니 새로운 역차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외 CP와 국내 CP의 망 이용 대가가 다른 점, 그리고 왜 이런 가이드라인이 제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다.

국내 CP의 망 이용료 산정 기준은 관여하지 않고, 계약 지침만 제시한 게 문제

해외 CP와 국내 CP, 그리고 ISP 간의 문제는 2016년 개정된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 개정안에서부터 기인한다. IPS가 구축한 인터넷망은 각 사업자별로 CP가 속해있고, 이용자가 타사 망에 속해있는 CP를 접속하기 위해서는 서로 데이터를 교류해야 한다. 2016년 이전에는 주고받는 트래픽 규모가 비슷할 경우 별도로 정산하지 않았지만, 2016년 개정된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 개정안에 의해 동등한 수준의 ISP가 서로 주고받는 트래픽을 상호 정산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CP가 부담하는 망 사용료가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망 사용 수준이 적은 해외 CP는 이용 대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정산 방식은 건드리지 않은 채 IPS와 CP 간의 계약에 관한 지침만 내리다 보니 국내 CP가 계약을 맺을 시의 부담은 가중되는 반면, 해외 CP에 관한 대책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해외 CP에 관한 망 사용료 부담 여부를 떠나, 국내 CP가 해외 CP에 비해 준수해야하는 절차가 더 많아진 것이다. 이번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이 역차별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IPS와 CP간의 계약에 선을 긋기 보다는, 기업 규모에 맞는 계약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

망 이용료 현실화와 기업 규제의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

한 해외 CP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망 이용료와 관련해서는 IPS와 CP가 협의를 맞춰가는 게 맞다고 본다. 그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나 IPS, CP 간 마찰이 있을 순 있지만 그 과정 역시 망 이용료 생태계가 형성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라며, "시장의 자율성을 적정 선에서 보장하고, 기업대 기업으로 ISP와 CP간의 계약이 공정하게 체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배포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망 이용 계약에 대한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최대한 존중하되, 계약 과정에서의 부당한 차별과 이용자 피해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하지만 망 이용 계약 역시 기업과 기업 간의 계약이다.

대한민국이 시장경제 체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띠고는 있으나, 정부가 나서는 것은 소수의 차별과 양극화 해결이 우선시돼야 한다. 수익 창출이 목적인 기업과 기업 간의 계약에 잣대를 들이댄 것이 과도한 것이 아닌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정부 역시 이번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지속해서 수정 보완할 예정이라 하니, ISP와 CP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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