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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류, 서비스를 만나다

권명관

[IT동아 권명관 기자] 어제 인터넷, 모바일로 주문한 오이와 당근, 양파가 오늘 새벽 문 앞에 놓여 있다. 스마트폰 속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이 클릭 몇 번으로 배송되는 시대. 자주 방문하는 택배기사의 문자에 종종걸음으로 내달리는 우리네 일상은, 이제 생활물류 시대 속에 빠져들었다.

쿠팡의 로켓배송, 출처: 쿠팡
< 쿠팡의 로켓배송, 출처: 쿠팡 >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소비패턴과 유통채널은 빠르게 변화했다. 아니,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나드는, 산업간 경계가 무색한 신산업도 다수 등장했다. 이에 최근 정부도 기존 수출입 제조업 지원 위주 산업정책 기조를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산업 육성정책으로 전환하는 등 물류 산업에 새로운 발전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맞춤형 생활물류(택배, O2O 등)를 중심으로 신물류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고용창출로 이어졌다.

일례로 택배 시장은 지난 2008년 2.4조 원 규모에서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지난해 5.2조 원에 달할 만큼 성장했다. 또한, 서류 및 식음료 등 오토바이 이륜 배송 물류시장은 10조 원 규모로 늘어났다.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등은 물류 서비스의 새로운 트렌드로 작용했다. 참고로 2015년 1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8년 12월 기준 40배 성장한 4,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출처: 마켓컬리
<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출처: 마켓컬리 >

이전 물류 시장과의 차이점은 '소비의 온라인화' 다. 2018년 기준, 국내 전체 소매 거래액 규모는 300조 원이다. 이중 무려 온라인 소매 거래액 규모는 100조 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다가오는 2023년에는 50%이상인 189조 원이 온라인으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온라인화 소비 현상은 단순히 물류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현금 또는 카드로 결제하던 방식을 온라인/모바일로 바뀌었고, 기존 제조업, 물류업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이를 두손컴퍼니 박찬재 대표이사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 '물류의 서비스화'라고 말한다.

생활물류와 서비스의 만남, 가치창출

생활물류 시대에 접어들면서, 물류가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영역에서 상품을 옮기는 - 이동의 효율성에 주력한 것이 기존 물류 서비스였다면, 온라인, 이커머스 속으로 파고든 물류 서비스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이끄는 서비스 가치를 제공한다. 생활물류가 '판매자의 물류 서비스는 소비자의 소비 경험을 만족시키는 또 하나의 브랜딩(마케팅) 요소'가 됐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자연스러운 시장의 변화다. 전화기를 들고 중국집 판촉물을 보며 '자장면 두 그릇'을 주문하던 소비자들은 이제 스마트폰 화면 속 자장면과 숫자 2를 선택해 주문한다. 물류가 서비스를 만나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켰다. 이를 서비스가, 또는 물류가, 또는 IT 기술이 변화시켰다고 말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맞물리며, 서비스, 물류, IT 기술이 시장에 적응하며 변화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한(IT기술) 자장면은 중국집에서 출발해 우리집까지(물류) 안전하게 도착해야 한다(서비스). 물류가 서비스고, 서비스가 물류인 셈이다.

제품을 골라 담으면 각 매장에 들러 장을 봐주는 어니스트비 서비스, 출처: 어니스트비 홈페이지
< 제품을 골라 담으면 각 매장에 들러 장을 봐주는 어니스트비 서비스, 출처: 어니스트비 홈페이지 >

싱가포르의 대표 O2O 스타트업 어니스트비(Honestbee)를 살펴보자. 어니스트비는 제품 선택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귀차니즘을 덜어주기 위한 쇼핑 대행 서비스다. 어니스트비 사이트에 들어가면 슈퍼마켓, 와인매장, 건강식품 전문매장 등 수십 개 이상의 매장과 해당 매장에서 취급하는 수만 개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만 하면, 쇼핑 전문 직원이 직접 장을 본 후 30분에서 1시간 내로 집까지 배달해준다.

한걸음 더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생활물류

편의점에도 물류가 녹아 들었다. 택배상자를 들고 방문하는 곳이 편의점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우리들은 우체국과 택배업체를 찾아갔지만 말이다. 편의점이 배달도 해준다. CU는 배달대행 서비스 업체 요기요와 협력해 지난 4월부터 수도권 내 직영점 30여 개 매장에서 시범운영한 배달 서비스를 점차 늘리고 있다. 배달 서비스를 테스트한 결과 해당 점포 매출이 늘었기 때문. CU측은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줄었던 매출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GS25는 지난 2016년부터 배달업체 띵동과 협업해 1,400여 개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요기요, 우버이츠 등 배달대행 서비스 업체와 일부 매장에서 시범 운영하는 등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미니스톱',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도 배달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지난 겨울부터 무인택배함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토리박스
< 지난 겨울부터 무인택배함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토리박스 >

아파트, 오피스텔 등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을 이용해 세탁과 가방/구두 수선 등을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스토리박스)도 등장했다. 대단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에 필수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무인택배함을 이용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연결,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간 물류 거점으로 무인택배함을 이용해 소비자가 배달 기사와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는, 비대면 서비스도 장점으로 주목받는다.

생활 속으로 부쩍 가깝게 들어온 물류 서비스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용자경험을 바꾼다. 일주일에 한번 대형마트를 방문해 요리에 필요한 식자재를 구매하던 생활 패턴은 매일 아침 문 앞으로 찾아오는 택배 박스로 대체되고, 평일 사무실에 출근하며 카페, 베이커리, 편의점 등에 들러 요깃거리를 구매하던 직장인은 아침 일찍 배송되는 HMR(간편식)을 이용한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오피스텔, 공유주택 서비스 등이 생활물류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각종 편의 서비스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하는 추세다.

겨우내 사용했던 두꺼운 솜이불을 들고 세탁소를 찾아갈 일도, 굽이 해진 구두와 밑창이 떨어진 운동화를 들고 구둣방을 찾아 거리를 헤맬 필요도 없다. 오래된 코트를 최신 트렌드로 리폼하기 위해 수선집을 방문할 필요도 없다. 마치 자장면을 우리집 거실에서 주문하듯 생활 서비스를 주문하면 그만이다. 생활물류가 서비스로 찾아오면서 변화할 우리네 일상이다.

전통적인 물류센터, 물류창고가 서비스로 찾아오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
< 전통적인 물류센터, 물류창고가 서비스로 찾아오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 >

기존의 일반적인 물류가 전문가나 담당자에게만 의미를 부여하는 상품 효율성을 추구한 B2B 물류였다면, 이제 생활물류는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물류가 아닐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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