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가 클라우드 '늦깎이' IBM을 선택한 이유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기업의 데이터 및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한 IT 환경을 디지털화, 클라우드화 하는 건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그 방법과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의 성장은 놀라운 수준으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올해 4월 발표에 따르면 퍼블릭 클라우드의 시장의 성장세는 전체 IT 서비스의 3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 사이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의 올해 11월 발표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퍼블릭 클라우드 IaaS(인프라 서비스), PaaS(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클라우드,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비롯한 상위 4개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매출 기준으로 무려 72%에 달했다. IBM은 오라클, 텐센트 등과 더불어 5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지만 상위 4개사와의 격차는 상당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IBM이 선택한 방법은 시장 차별화를 통한 블루오션 공략이다. 지난 11월 7일, IBM은 세계 최초의 금융서비스용 퍼블릭 클라우드를 설계했다고 발표했다. 사실 금융계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도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이었다. 다른 업계에 비해 유독 보안에 민감한데다 취급하는 데이터의 규모도 매우 방대하며, 이에 따른 규제도 많기 때문이다.

BOA와 IBM 클라우드 로고
BOA와 IBM 클라우드 로고

하지만 IBM은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금융서비스용 퍼블릭 클라우드를 선보였고, 놀랍게도 그 첫 번째 고객은 미국의 대표적인 종합금융기업인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Corporation, 이하 BOA)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핵심 애플리케이션과 업무를 호스팅함으로써 자사의 6,600만 은행 고객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IBM이 내놓은 금융서비스용 퍼블릭 클라우드는 레드햇 오픈시프트(Red Hat OpenShift)를 주된 쿠버네티스 환경으로 채택했다. 이는 전사적 규모로 컨테이너화된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IBM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구동될 예정이다. 또한 190개 이상의 API 기반 클라우드 네이티브 PaaS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앱을 구현할 수 있다. 컨테이너 및 이를 관리하는 쿠버네티스 기술은 최근 클라우드 업계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IBM은 이를 위해 지난해 무려 340억 달러(약 40조원)을 들여 레드햇을 인수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IBM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규제 준수 환경을 대응하기 위해 프로몬토리(Promontory)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몬토리는 금융서비스 규제 준수 컨설팅 전문기업으로, 지난 2016년 IBM에서 인수했다. 금융서비스용 퍼블릭 클라우드의 성패는 각종 규제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는 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IBM이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IBM은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금융서비스용 퍼블릭 클라우드의 발표를 통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BOA의 가세는 향후 IBM의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상당한 힘이 될 것이다. IBM이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은 기본적으로 보유한 기술 수준이 높다는 점과 더불어 적절한 인수 합병을 통해 최적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향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의 흐름에 주목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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