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상공개] 이렇게 만들면 찍는 즐거움이 펑펑? 후지필름 X-Pro3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GFX가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카메라이기 전, 그들의 자부심은 엑스-프로(X-Pro)에 집중되어 있었다. X-H 시리즈가 플래그십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후지필름이 처음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인 것이 X-Pro1였다는 상징적 부분을 떠올린다면 그 가치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

후지필름의 자존심이 걸린 미러리스 카메라, X-Pro가 어느덧 3세대에 접어들 준비를 마쳤다. 2012년 1월에 1세대, 2016년 3월에 2세대를 출시한 이후 약 44개월만에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후지필름 X-Pro3.
후지필름 X-Pro3.

X-Pro3는 오랜 시간 다듬어 그런지 많은 변화가 있다. 먼저 화소 증가가 눈에 띈다. 과거 2,430만에서 2,610만이 되었다. 그만큼 조금 더 고해상도 이미지 기록이 가능하다. 4세대 엑스-트랜스(X-Trans) 이면조사형 이미지 센서와 엑스-프로세서(X-Processor) 영상처리엔진을 조합했다. 그런데 대부분 이미지 센서와 영상처리엔진의 변화와 함께 감도 영역이 넓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확장을 포함한 감도 영역이 ISO 80에서 5만 1,200에 불과하다. 표준 출력 감도가 ISO 160에서 1만 2,500으로 타 카메라에 비하면 1단계 정도 낮다. 그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그래도 저조도 환경에서의 측거 능력은 개선됐다. 이번에는 -6 EV에서도 초점을 잡도록 했는데, 흔히 -4 EV 이하라면 충분한 성능을 보인다고 평가하지만 그보다 더 어두운 상황에서도 초점을 잡아내니 신뢰도 측면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이 -6 EV는 TTL 위상차 검출 시에 구현되는 부분이라는 점 참고하자.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 미러리스 카메라는 센서가 인식하는 대비차를 측정하는 ‘콘트라스트’ 방식과 카메라 내부에 탑재되는 센서를 활용해 측거하는 ‘TTL 위상차’ 방식을 함꼐 쓴다. 그러니까 모든 측거 영역이 아닌 센서가 가장 잘 인식하는 중앙 일부분에 성능이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광학식과 전자식을 넘나들거나 일부 함께 사용할 수도 있었던 어드밴스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여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떻게 보면 X-Pro 시리즈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전자식 뷰파인더의 성능이 개선됐다. 369만 화소 OLED 뷰파인더를 채택했는데, 최대 초당 200매 화면 구현을 지원,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준다.

본체에 부린 기교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이번에는 기존과 달리 마그네슘 합금에 티타늄을 함께 접목했다. 카메라의 뼈대는 마그네슘 합금으로 외관 일부에는 티타늄을 썼다. 튼튼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겠지만 후지필름이 강조하는 ‘향수 어린 차가운 감촉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 카메라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라인업에 티타늄을 적용했던 것을 오마쥬한 것이리라.

본체에 적용된 티타늄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고자 한다면 추후 합류하는 DR 블랙과 DR 실버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여기에서 DR은 시계 제조사인 시티즌(Citizen)의 코팅 기술인 듀라텍트(DURATECT)의 줄임말로 보이는데, 본연의 광택을 유지하면서도 사용 중 표면에 발생할 수 있는 작은 흠집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별개로 본체 틈새는 방진방습 처리가 이뤄져 있다.

큼직한 액정 디스플레이로 촬영하려면 화면을 젖혀야
된다.
큼직한 액정 디스플레이로 촬영하려면 화면을 젖혀야 된다.

X-Pro3의 백미는 디스플레이에 있다. 후면에 배치된 디스플레이는 그냥 보면 아주 작아 보인다. 크기는 1.28인치로 정사각형 모양이다. 여기에 셔터 속도와 조리개, 노출 값, 감도 등 주요 정보를 보여준다. 그런데 주 디스플레이가 보이지 않는다. 이게 어디에 있을까 싶었는데, 보조 디스플레이(1.28인치)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주 디스플레이를 쓰려면 화면을 아래로 젖혀야 된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려면 카메라 좌측 상단에 있는 작은 뷰파인더를 쓰거나 화면을 젖혀 나오는 디스플레이를 육안으로 확인해야 된다. 다른 카메라처럼 회전식도 아니다. 무조건 꺾어야 된다. 이 보조 디스플레이에서는 피사체가 출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용 시 번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측이 제공한 이미지에 디스플레이 관련한 부분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일까?

라이카 M10-D의 후면. 디스플레이가 없고 원형 다이얼만
제공된다.
라이카 M10-D의 후면. 디스플레이가 없고 원형 다이얼만 제공된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마 라이카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과거 라이카는 M10-D에서 디지털임에도 후면 디스플레이를 과감히 빼는 결정을 했다. 그 자리에는 간단한 조작 다이얼이 배치된다. 순수하게 아날로그 느낌을 재현하고 촬영에 집중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누군가에게 불편하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쾌적한 방식일 것이다. X-Pro3의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이것으로 얼마나 찍는 즐거움이 펑펑 솟구치는지 궁금할 따름.

분명 후지필름은 라이카를 의식해 이 요소를 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포맷(이미지 센서)에 한정해 라이카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이다 토시히사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대표(현 후지필름 영상사업총괄)는 “풀프레임은 100여 년 전, 라이카가 만든 규격이다. 기술이 진화한 지금, 센서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에 더 이상 과거 포맷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 바 있으니 말이다.

3세대로 진화한 X-Pro.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 오랜 시간 사진가에게 기억되는 프리미엄 카메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