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블록체인으로 손에 넣는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영국 화가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작품 소유권을 획득할 수 있다면? 예술과 블록체인의 만남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아트블록이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2점에 대한 소유권 분할 판매를 진행했기 때문.

지난 2019년 9월 19일, 아트블록은 강남N타워 라운지엑스에서 '호크니 나이트' 행사를 열고 그의 작품 2점에 대한 소유권 판매를 진행했다. 흔히 미술품 소유권은 개인이 작가에게 직접 구매하거나 경매를 통해 구매하는 등의 형태로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소유권을 다수에게 분할해 판매한다는 것이 다르다. 이는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두 점에 대한 소유권 분할 판매가
이뤄졌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두 점에 대한 소유권 분할 판매가 이뤄졌다.

예로 예술 작품 하나가 있다고 가정하면, 과거에는 개인이 거금을 들여 구매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판매한다면 해당 작품에 대한 블록(소유권)을 나눈 다음, 해당 수를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실제 작품을 여럿으로 쪼개어 구매할 수 없지만, 마치 작품 일부를 구매한 것이 되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작품을 여럿이 비용을 모아 구매하는 듯한 효과가 있다. 물론, 실제 작품 소유는 불가능하다.

김형준 아트블록 최고경영자는 "미술 시장은 수집이 핵심이다. 이것을 중심으로 갤러리 시장이 형성되었다. 작품을 산다는 것은 작가에 대한 존경이다. 이제는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방법을 만들고자 한다. 아트블록은 기존에 없었던 것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검증된 작품을 골라 대중에게 판매하고 그들의 소유권을 재구매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아트블록 프로젝트의 시작 '호크니 나이트'

첫 시작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두 점에 대한 소유권 분할 판매다. 하나는 '거울과 함께 모인 그림(Pictured Gathering with Mirror)'과 '초점 이동(Focus Moving)'으로 모두 2018년 작품이다. 해당 작품을 각각 8,900개와 5,900개로 분할, 소유권을 판매하게 된다. 판매 가격은 9,900원. 아트블록은 작품 구매 비용과 제반 요소를 고려한 가격이라고 언급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2018년도 작품 두 점에 대한 소유권이 블록체인으로 분할 판매되는
것이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2018년도 작품 두 점에 대한 소유권이 블록체인으로 분할 판매되는 것이다.

해당 작품은 데이비드 호크니 재단과 연결된 판매처를 통해 구매했다는 것이 김형준 최고경영자의 설명. 작품은 아트블록 측에서 철저하게 보관하게 되고, 향후 전시에 활용할 예정이다. 향후 아트블록은 예술품 거래 중개를 통해 발생하는 수수료 및 거래소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얻을 예정이다.

검증된 작품을 중심으로 아트블록을 운영할 방침이라는 김병준
최고경영자.
검증된 작품을 중심으로 아트블록을 운영할 방침이라는 김병준 최고경영자.

만약 소유권을 일부 구매했다면 다른 이들이 구매한 소유권과 함께 분할 관리되고, 구매한 만큼의 자체 토큰(암호화폐)이 발행된다. 발행 토큰에 대해 아트블록은 타 거래소에 상장하지 않고 자체 준비 중인 거래소(마켓플레이스)를 통해서만 유통시킬 전망이다. 외부 세력에 의한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고 본연의 취지(작품 투자)를 유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직접 구매해 봤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도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일부를 소유하기 위해 구매를 시도했다. 구매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현장에서 비용 결제(카드)하거나 온라인을 통해서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결제는 대략 이러했다. 휴대폰으로 큐알(QR)코드를 읽으면 구매 홈페이지로 이동하고, 원하는 작품을 선택한 다음에 장바구니를 눌러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 수량을 선택하고 페이팔 카드 화면에서 결제 버튼을 누르면 끝. 국내에서 페이팔 가입은 쉽지 않지만 여기에서는 결제를 대행하는 구조였다.

작품에 대한 소유권 수와 개인 정보를 등록한 다음, 그에 맞는 비용을 결제하면 되는 식이었다. 온라인 구매도
가능했다.
작품에 대한 소유권 수와 개인 정보를 등록한 다음, 그에 맞는 비용을 결제하면 되는 식이었다. 온라인 구매도 가능했다.

구매를 했다면 주소와 전화번호, 전자우편 등 정보를 기입한 다음, 결제를 마무리하면 된다. 구매하면 전자우편 주소로 계약서가 전달되며, 체결 완료 후 24시간 내 문자 메시지로 소유권 토큰을 수령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장에서 구매했더니 이와 같은 서류를 전달
받았다.
현장에서 구매했더니 이와 같은 서류를 전달 받았다.

기자는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 비용을 결제하는 형태로 구매했다. 문서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결제하니, 별도의 계약서를 전달해 주었다. 연락이 따로 이뤄진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3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연락이 없는 상태다.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은 수동으로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까 다소 지연이 이뤄지지 않나 예상해 본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기자가 구매해서 그런 것(수업료 치고는 큰 비용도 아니다)은 아니고, 냉정하게 아트블록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우선, 소유권을 분할 판매하는 것이지만 오롯이 내 작품은 아니라는 부분이다. 소유권을 갖고 있지만 작품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시회에서 작품이 전시된다면 찾아가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유한 일부 개인이 고가의 작품을 구매해 수집하는 이유는 작품을 품 안에서 감상 가능하다는 데에 오는 것이 아닐까? '소유권 분할 판매'에 대해 대중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아트블록은 미술 작품 시장에 대한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아트블록은 미술 작품 시장에 대한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기대감은 그간 있었던 예술 작품에 대한 블록체인 판매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부분이다. 현재는 아트블록처럼 검증된 작품을 토대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 많아졌다. 하지만 대부분 해외이고, 국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아트블록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국내 미술 투자 시장에 대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들의 어깨가 무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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