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의 미래] 6. 'Death of Distance'로서의 4차 산업혁명과 '드론'
[IT동아]
IT 연구 및 비즈니스 컨설팅 커뮤니티 '오컴(대표 편석준)'은 회원들이 모여 '마이펀치라인(My Punch Line)'이라는 소규모 테이블 세미나를 수시로 열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남들보다 아주 조금은 잘 아는 지혜나 지식, 경험 등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마이펀치라인'입니다. 본지에서는 오컴과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마이펀치라인' 세미나 내용을 요약, 공유합니다.
본 칼럼의 전체 내용을 현장 강의에서 듣고 싶으면 오컴과 한국생산성본부가 함께하는 강연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생산성본부 홈페이지에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https://bit.ly/2GcZydP).
이번 '마이펀치라인' 6회 연재는 오컴 편석준 대표가 오는 8월 20일에 진행할 'Death of distance로서의 4차 산업혁명과 드론' 강연 내용의 일부를 먼저 소개합니다. 본 연재는 4편에 걸쳐 진행됩니다.
1부 - 드론, 자유로운 시점
드론은 촬영 목적 외에 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을까? 연세대학교 항공전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군용 무인항공기 비행안전성 증진을 위한 발전방안 연구>를 보면, 드론의 사용목적과 범위에 대한 포괄적이지만 명시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선 드론을 3D(dull, dirty, dangerous)란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 둔감함(the Dull) : 드론은 인간 조종사와 달리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비행할수록 데이터가 늘어나 비행이 더 정교해질 것이다.
- 더러움(the Dirty) : 방사능 샘플을 채취해야 할 경우, 아무리 위험관리를 해도 사람이 탄 비행기가 조사하는 경우 방사능 노출의 위험이 있다. 드론은 그런 더러움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 위험함(the Dangerous) : 탐사 등 위험한 임무를 해야 할 경우, 드론은 인명 손실의 위험이 없다.
이는 군사 용도로 쓰이는 드론도 마찬가지이다. 드론 강국 중 하나인 이스라엘은 1970년대에 미국의 'Ryan Firebee'를 비밀리에 들여와 'Firebee 1241'로 개조해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재미를 보며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Firebee 1241는 세계 최초의 유인과 교란 목적으로 개발된 'Decoy' 드론이었다. 즉 유인조종사의 인명 손실 없이 적진에 출몰해 레이더 위치 등을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1982년에 이스라엘은 레바논과의 전쟁에서 레바논과 우방 관계였던 시리아의 레이더 및 미사일 기지를 정찰하기 위해 '스카우트(Scout)'라는 드론을 활용했다. 일부러 적의 레이더 망에 잡힌 해당 기지를 역추적하는 방식이었다. 그 뒤로는 레이더 신호를 따라 적진에서 자폭하는 무인자폭기 '하피(Harpy)'도 만들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위의 3D 개념에 입각한 무인(無人)이란 점이다.
<이스라엘의 무인자폭 드론 '하피' 출처 : www.israeli-weapons.com>
미국의 항공우주 및 방위시장 분석회사인 틸 그룹(Teal Group)은 민수용 드론 시장에서 가장 성장세가 높은 영역은 건설, 에너지 시설 분야라고 꼽았다. 촬영이나 농임업 분야는 가장 확산이 빠를 것이나, 어느 정도는 전통적인 활용 분야로 상대적으로 성장세는 낮다.
에너지 시설 분야와 드론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석유화학공장 등에는 '플레어 스택(Flare Stack)'이라 불리는 굴뚝이 있다. 공장에서 방출하는 폐가스 중의 유해 성분을 연소시켜 무해화하기 위한 소각탑이다. 보통 높이는 100미터 이상이고, 온도가 섭씨 1,000도 이상이라 주기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사람이 진행하기는 너무 위험하고 헬리콥터를 이용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역시 사고의 위험뿐 아니라 규제의 부담(대부분의 화학 공장이나 정유 시설은 비행금지구역)도 있다. 이때 드론을 이용하면 저렴하고 안전하게 에너지 시설을 점검할 수 있다.
<드론을 이용한 공장 굴뚝의 유해 성분 연소 작업 / 출처=terra-drone.eu>
풍력발전소도 터빈 등에 정기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터빈의 블레이드의 끝은 시속 300km로 24시간 회전하며 비바람, 먼지 등에 상시 노출돼있다. 이를 점검하라면 터빈 운용을 정지하고 전문 기술자가 로프에 매달려 위험을 감수하며 상당한 시간을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드론의 촬영으로 사람을 대신한다면, 비용과 안전 문제에서 월등하며 보존된 영상 기록물을 언제든 재점검과 이력을 관리하기에도 용이하다.
이처럼 위험하고 수직적인 시설에 드론이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회전익 기반의 드론은 제자리 비행과 후진 비행, 좌우 비행이 모두 가능하고 그 조작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건설사인 프랑스의 빈치(Vinci), 미국의 벡텔(Bechtel) 등도 이미 건설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 중이다. 벡텔은 2013년에 드론 업체 '스카이캐치(Skycatch)'와 협력해 드론 시스템을 강화했다. 드론을 사용하면 위성사진보다 선명하게 현장 파악이 가능해, 측량사를 고용하지 않고서도 건축 설계사가 3D 모델을 토대로 설계를 바로 진행할 수 있다.
한국의 주요기관들도 수직으로 높은 시설물이나 수평으로 넓어서 사람이 하기에 쉽지 않은 업무에 드론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철탑 및 전신주 점검용으로 활용 중이고,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도 철도시설 및 건설현장에서도 역시 드론을 활용 중이다. 컨설팅 기관인 PwC가 2016년에 발표한 '상업용 드론의 영역별 시장규모'에서 가장 큰 것이 사회기반 시설(에너지, 철도, 건설, 도로 등)으로 45.2억 달러이고, 이에 비해 가장 알려진 미디어(영화, 드라마, 광고 등) 분야는 상대적으로 작은 8.8억 달러이다.
농업 분야는 전통적으로 드론이 사용된 영역이다. 전세계에서 농업에 항공기를 이용하는 비중은 17%이며, 일본과 미국은 50%를 상회한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란 사회적 이유와 선도적 기술개발로 이미 1997년에 '야마하(YAMAHA)'에서 농약 살포 드론을 출시했다. 한국에서도 농약 살포에 드론을 이용하는 경우가 정보보조금 지원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현재 1천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 드론은 파종(씨 뿌리기)와 비료, 농약 살포 정도에 그쳤으나 이제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밀농업이란 각종 정보기술을 활용해 비료, 물, 노동력 등의 투입 자원을 최소화하고 생산량은 최대화하는 방식이다. 정밀 촬영과 센서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영상 이미지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로 농작물의 작황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SAGA(Swarm Robotics for Agricutural Application)' 프로젝트를 시행해 정밀농업을 안착시키려 하고 있다. 다수 드론의 협력을 통해 수백 헥타르의 농장에서도 해충과 잡초를 식별하는 작업이다.
<드론을 활용한 SAGA 프로젝ㅌ / 출처: http://echord.eu/saga/>
드론은 위에서 설명한 분야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고 확산될 전망이다. 드론의 용도가 확산될 수 있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물리적 공간에 대한 점유(비행)와 그 공간에서의 시점 확보(촬영)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인 드론의 가치가 발생하고, 전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가치를 현실화하기 때문에 드론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글 / 오컴 편석준 대표
정리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