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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리를 향한 욕망을 채워라' 아스텔앤컨 칸 큐브

강형석


[IT동아 강형석 기자]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 고가이지만 그만큼 소리를 재생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부 마니아를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작은 시장이기에 그만큼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제조사들은 사용 영역을 음원 재생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하게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PC나 다른 기기에서도 고해상 음원을 경험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 그 중 하나다.

흔히 고해상 오디오(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상당히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극한으로 접근한다면 안정적인 전원 공급을 위한 증폭기와 보조 전원 시스템, 고성능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DAC), 노이즈 억제를 위한 고순도 케이블 등을 구매해 공간을 꾸민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적의 음질을 구현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성능이 탄탄한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 하나 구매해 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스텔앤컨 칸 큐브.

아스텔앤컨은 이 부분에서는 발 빠르게 대응해 온 브랜드 중 하나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능과 성능을 갖춘 제품을 손에 넣으려면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에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 이에 비교적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 '칸(KANN)'을 통해 시장 접점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칸 브랜드가 공개된 지 약 2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아스텔앤컨은 후속 라인업인 '칸 큐브(KANN CUBE)'를 투입했다. 성능과 기능이 향상된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음악 애호가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요소도 갖췄다. 과연 2019년 이후를 이끌어갈 칸 큐브는 어떤 모습일까?

독특한 디자인, 편의성 고려한 구성

기존 아스텔앤컨 칸은 작은 크기에 고해상 음원을 즐길 수 있는 휴대 음원 플레이어이자 외부 입력을 통한 외장 증폭기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제품이었다. 이번 칸 큐브는 그 가능성을 더 확장한 형태로 출시되었다. 가격 상승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만큼 더 높은 완성도로 음악 애호가들과 만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할 부분이다.

크기도 크고 재질로 인해 무게도 제법 나간다.

디자인은 기존 칸과는 사뭇 다르다. 칸은 얇고 굵은 캐릭터라인이 본체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것이 포인트라면, 칸 큐브는 본체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굵은 라인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칸은 잘 다듬은 금속 조각 같은 인상인 것에 비해 칸 큐브는 거대한 금속 덩어리 같은 느낌이다. 세밀함보다는 묵직하면서도 탄탄한 인상을 심어준다.

크기는 조금 큰 편이다. 가로 87.75mm, 세로 140mm, 두께 31.5mm 정도로 칸(71.23 x 115.8 x 25.6mm)과 비교가 될 정도. 무게 또한 493g 정도로 묵직한 편이다. 포터블이라고 하지만 스마트폰처럼 손에 들고 다니며 들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고(가능은 하지만 팔이 힘들다), 가방에 넣은 상태에서 이어폰 연결을 하거나 들고 다니며 카페나 사무실 등 개인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기에 좋다.

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해상도는 HD(1,280 x 720) 사양이다.

칸 큐브의 또 다른 포인트는 액정 디스플레이. 흔히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의 디스플레이는 형편 없는 경우가 많았다. 크기가 작고 해상도도 낮을 뿐만 아니라, 화면 전환도 느렸다. 아스텔앤컨은 그나마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칸 큐브도 그 중 하나다. 5인치 디스플레이 채용으로 시원한 화면을 보여주며, 해상도 또한 HD(1,280 x 720)로 선명하다.

화면 전환도 자연스럽다. 터치 반응도 무난하며, 끊김이 적은 수준이다. 스트레스 없이 조작 가능한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메뉴 구성도 비교적 직관적이다. 터치와 상하좌우 슬라이드 기능을 활용해 재생목록을 구성하거나 기기 설정 등이 가능하다. 일반 스마트폰 인터페이스와는 다소 달라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약간만 적응하면 쉬이 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기기 좌우 측에 조작 다이얼과 버튼, 미니-XLR 단자와 마이크로 SD 슬롯 등이 자리한다. 이어폰은 상단에 연결하는 구조다.

인터페이스 구성을 살펴보면, 상단에는 전원버튼과 3.5mm(언밸런스드) 단자, 2.5mm(밸런스드) 단자 1개가 각각 배치된다. 하단에는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위한 USB-C 규격 단자 1개가 있다. 고해상 음원 용량이 크다 보니 빠른 데이터 입출력이 가능한 전송 규격을 쓴 것은 장점이다.

측면에는 조작 및 확장 단자 등이 배치된다. 기기 정면(디스플레이) 기준 좌측에는 음량 조절을 위한 다이얼과 밑에는 버튼 3개가 자리한다. 버튼은 각각 재생과 음원 전환 기능을 담당한다. 좌측에는 독특한 단자 하나와 마이크로 SD 슬롯 1개가 눈에 띈다. 마이크로 SD 카드는 부족할 수 있는 저장공간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최대 512GB까지 대응할 수 있다.

원형 단자는 미니(Mini) XLR 이라 불린다. 미국 ITT 캐논(Cannon)에서 개발한 표준 규격으로 제품명인 XL에 고무(Rubber)가 덧대진 형태라 해서 XLR이라고 부른다. 케이블이 단자와 잘 결합되어 빠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결합이 잘 되면 데이터 전송 안정성이 향상되고 그만큼 손실이 적어진다. 이 단자는 전문가용 오디오 장비에 주로 쓰이고 있으며, 음성을 좌우 분리(밸런스드)해 전송 가능하다.

여유가 느껴지는 출력, 풍성한 소리는 기본

아스텔앤컨 칸 큐브에 이어폰을 연결, 소리를 들어봤다. 기기 본연의 처리 성능을 경험하기 위해 음향효과는 적용하지 않은 기본 상태에서 청음을 시작했다. 음원은 기본적으로 24비트 96kHz 사양의 파일(FLAC)을 활용했지만 때에 따라 16비트 44.1kHz, 24비트 48kHz 대역의 음원들도 다양하게 활용했다. 청음에는 기자 개인적으로 사용 중인 울트라손 에디션5와 슈어 SE535, 미터스 OV-1B 등이 쓰였다.

기자가 가지고 있는 장비를 동원해 청음 해보니 칸 큐브는 묵묵히 고해상 음원 파일이 품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풀어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기에 여유가 있으면 출력 장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궁합은 별개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출력 자체는 흠잡을 곳이 없다. 노이즈도 잘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중고급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음질로 만족할 수 있을 듯 하다. 좌우 출력이 이뤄지는 2.5mm 규격 제품이 있다면 이쪽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노이즈도 적고 원음을 최대한 깔끔하게 표현해낸다.

아스텔앤컨 칸 큐브의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DAC)는 ESS사의 ES9038프로 세이버(SABRE)를 두 개 장착해 완성했다. 각각 좌우 채널을 담당하게 되며, 그 앞에는 아스텔앤컨이 조율한 아날로그 증폭기 블록을 거쳐 나간다. 데이터가 8채널(좌우 모두 16채널)로 분리되어 나가기 때문에 세밀한 소리 데이터 전달 및 출력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조합으로 최대 32비트/384kHz 대역 출력을 지원하며, 디지털 직접 출력(DSD – Direct Stream Digital) 방식으로는 DSD64(1비트 2.8MHz), DSD128(1비트 5.6MHz), DSD256(1비트 11.2MHz)을 각각 지원한다. 신호대 잡음비(SNR)는 최대 128데시벨(dB), 전고조파 왜곡과 노이즈(THD+N – Total Harmonic Distortion+Noise)는 0.004%로 억제했다. 밸런스 단자는 0.0005%에 달한다.

출력 기본기도 상당하다. 음량 조절(게인-Gain) 수치를 저·중·대 3단계로 조절 가능한데, 중간 단계에 맞춰도 언밸런스(2.5mm) 출력이 4Vrms, 밸런스드(3.5mm) 출력이 8Vrms에 달한다. 최대 단계에서는 각각 6Vrms/12Vrms로 증가한다. 이 정도 수치라면 휴대용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로 뛰어난 수치라 봐도 무방하다. 조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지간하면 증폭기 없이도 저항 값이 낮아 고출력이 필요한 헤드폰과의 호흡에도 문제 없는 수준이다.

울트라손 에디션5의 저항(임피던스) 수치는 32옴으로 일반적인 수준이라 출력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10옴 이하의 고성능 헤드폰을 칸 큐브에 연결해 쓴다 하더라도 청음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해당 헤드폰을 사용하는 마니아 정도라면 이미 출력에 맞는 설정으로 음원을 감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하이파이 오디오를 하나로 간단하게 누리고자 하는 이에게는 칸 큐브가 적합할 수 있다.

무선 관련 기능도 충실히 담았다.

아스텔앤컨의 일원답게 무선 관련 기능도 탄탄하게 소화한다. 와이파이, 블루투스는 기본이고 스마트 기기간 호흡을 맞추는 AK 커넥트(Connect)도 탑재되어 있다. 무선으로 고해상 음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도 잘 되어 있다. 블루투스는 4.2 규격에 대응하지만 aptX HD 코덱을 통해 무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고해상 음원 감상이 가능하다. 이 코덱은 최대 24비트/48kHz 대역 전송이 가능하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고해상 음원을 아낌 없이 경험한다

아스텔앤컨 칸 큐브. 출력 성능 자체로는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다. 190만 원대 값어치를 하는지 여부는 소비자가 판단할 부분이지만 여유만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기 중 하나다. 만약 300만~400만 원대 예산에서 고가의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를 구매할 예정이었다면 칸 큐브를 선택하고 여분으로 다른 부분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리 자체로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고 싶지만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배터리 효율과 발열이다. 제품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충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칸 큐브에는 7,400mAh 용량의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탑재된다. 그런데 일반 스마트폰 충전기(5V/1A 혹은 5V/1.5A)로는 음원 재생 시, 충전 속도가 배터리 소모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일반 급속 충전(5V/2A)도 마찬가지다.

아스텔앤컨 칸 큐브.

사양을 보니 재생과 충전을 동시에 하려면 더 높은 전압으로 충전하는 고속충전기를 써야 된다. 9A/1.67A 혹은 그 이상이 해당된다. 제품 자체가 전력 소모가 큰 부품 위주로 되어 있다 보니까 고해상 음원 재생 중 발열도 조금 있는 편이다. 재생 시간은 약 8시간(FLAC 재생, 디스플레이 끔, 음량 85) 정도로 무난하다.

스마트폰으로도 고해상 음원 재생이 가능한 시대. 그래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가 필요한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음원을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듣고 싶은 사람의 욕망을 만족시키려면 스마트폰으로 부족할 때가 있다. 아스텔앤컨 칸 큐브는 그 욕망을 충분히 채워주는 제품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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