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집에 바리스타를 고용하다 - 유라 프리미엄 전자동 커피머신 'Z8'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최근 들어 '편의점 원두커피'가 국내 커피시장에서 서서히 세력을 키우고 있다. '원두커피'나 '바리스타' 등에 관심이 있다면 익숙할 커피머신 브랜드 '유라(JURA)'의 커피머신이 전국 GS25 편의점에 배치되면서 편의점 원두커피는 커피전문점에게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유라는 1931년에 설립돼 90년 '커피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스위스 커피머신 전문 제조사다. 국내에는 2000년 초에 커피머신으로 첫 진출했으며, 고급 카페나 건물, 주택 등에 소량 공급되던 프리미엄 커피머신이다.

현재 전세계에 400만 대 이상의 커피머신을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커피애호가들로부터 '언젠가는 갖고 싶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인식되는 브랜드다. 유라 커피머신은 현재 가정용/사무실용/업소용 제품군으로 나뉜다.

유라가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전자동 커피머신 'Z8'은 커피전문점에서나 접할 수 있는 풍미의 원두커피를 집에서 버튼 하나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용 제품이다. 유라는 Z8을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가정용 커피머신'이라 소개하고 있다.

최고급 최고사양 커피머신, 유라
'Z8'
최고급 최고사양 커피머신, 유라 'Z8'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커피머신이라… 어떤 기술, 어떤 기능이 들어 있는지, 그리고 과연 같은 원두로도 좀더 나은 풍미의 커피를 뽑아 내릴 수 있는 지가 몹시 궁금하다.

최고 사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Z8에는 갖가지 커피 추출 기술과 공법, 시스템, 기능 등이 모두 응집됐다. 하나씩 열거, 설명하기에 벅차기도 하거니와, 솔직히 굳이 알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여러 가지 가전제품을 만드는 종합가전사가 아닌, 90년 가까이 커피머신 하나만 연구하는 기업이 만든 커피머신이니 그냥 믿어봄직하다.

그래도 주요 특징을 간단히 읊자면, 13가지 커피를 포함해 총 21가지 선택 메뉴를 추출할 수 있고, 커피머신으로는 세계 최초로 '플랫화이트'라는 커피를 내릴 수 있다. 플랫화이트는 커피의 한 종류로, 카페라떼나 카푸치노와 비슷하지만, 우유의 질감 차이가 있고 향이 진하며 맛도 좀더 부드럽다. 흰(white) 우유 거품이 평평한(flat) 형태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아마도 플랫화이트 커피를 마셔 본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커피 레피시/방식을 저장해 원하는 대로 내릴 수 있고, 스마트폰 앱(J.O.E)을 통해 머신을 제어할 수도 있다. 두 잔의 커피를 동시에 내릴 수도 있고, 우유 혼합 후 세척도 한결 용이하다.

갖가지 커피 추출 기술이 적용된 가정용
커피머신
갖가지 커피 추출 기술이 적용된 가정용 커피머신

이외 '안개분사 추출방식(P.E.P)', '인텔리전트 워터 시스템(I.W.S)', '오토 스위치 세라믹 밸브', '바이패스' 기능, '오토 밀크 리볼빙 시스템' 등, 커피를 그저 마실 줄만 아는 필자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추출 기술, 기능 등이 탑재됐다. 그리고 Z8에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도 몇 개 붙는다. 세계 최초 플랫화이트 커피 제조, 세계 최초 원터치 룽고 커피 추출, 세계 최초 멀티분사 추출 기술 탑재 등이다. (각 기술과, 기능, 시스템에 관해서는 유라 홈페이지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글이 길었는데, 어쨌든 Z8은 제조사 말마따나 최고 사양의 커피머신은 맞는 듯하다. 다만 사용자는 이를 그리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저 버튼 한 번 눌러 원하는 커피를 마시면 그만이니.

최첨단 추출 기술이 들어갔다고 사용법이 복잡하거나 어렵진 않다. 물통에 물 넣고 원두통에 원두 넣고, 원하는 커피 추출 버튼을 누르면 된다.

우선 Z8은 전반적인 디자인이 수려하고 매끈하다. 앞면 모서리 라인은 커피 원두의 줄무늬 형상을 반영했다고 하며, 앞면과 윗면은 고강도 알루미늄 소재로 덮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4.3인치 전면 터치스크린
패널
4.3인치 전면 터치스크린 패널

앞면에는 또한 4.3인치 터치스크린이 달려 있어 이를 통해 머신을 조작할 수 있다. 윗면 앞쪽에 버튼 하나와 다이얼이 있는데, 터치스크린 조작 시 보조 입력에 이용할 수 있다(예, 커피 추출 시 다이얼을 돌려 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전원 버튼은 윗면 뒤쪽에 있다.

다이얼+버튼으로 커피 추출 시 강도/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다이얼+버튼으로 커피 추출 시 강도/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본체 왼쪽으로 물통이 장착되며, 손쉽게 빼내고 끼울 수 있어 물을 채우거나 세척하기 좋다. 물통 안에 전용 (스마트)필터도 끼울 수 있는데, 물의 상태가 커피 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적의 수질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참고로 유라 소속 바리스타에 따르면, 가급적 정수기의 정수된 물을 받아 이용하는 게 좋다. 물통에서 은은한 파랑 빛이 발광되니 물을 채워두면 무드등 같은 느낌이다.

물통은 손쉽게 분리, 장착할 수
있다
물통은 손쉽게 분리, 장착할 수 있다

커피가 추출되는 노즐은 두 개다. 각 노즐로 두 잔의 커피를 동시에 추출할 수도 있다. 양 노즐의 간격과 높이는 컵 크기 등에 맞춰 조정하면 된다.

컵을 노즐 밑에 놓고 일반 아메리카노 커피와 비슷한 '바리스타 커피' 버튼을 누르면, 원두가 분쇄되고 이내 커피 추출이 시작된다. 이때 커피의 강도와 용량을 다이얼/버튼으로 바로바로 조절할 수 있다. (커피 강도와 용량은 미리 설정해 저장할 수 있다.)

두 개의 노즐로 한 컵 또는 두 컵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두 개의 노즐로 한 컵 또는 두 컵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우유가 섞이는 라떼나 카푸치노, 앞서 언급한 플랫화이트 류의 커피는, 구성품 중 우유 공급 호스 한 쪽을 노즐 부분에 꽂고 반대쪽을 우유가 담긴 우유팩이나 용기에 담그면 준비는 끝이다. 이제 원하는 커피 메뉴 버튼 눌러 추출하면 된다. 커피전문점의 라떼 못지 않은 부드러운 우유 거품의 라떼가 만들어진다.

우유 준비하고 우유 공급 호스만 끼우면 라떼를 내릴 수
있다
우유 준비하고 우유 공급 호스만 끼우면 라떼를 내릴 수 있다

세상 없는 신기술이 대거 적용됐지만 사용법은 단순, 간단하다. Z8은 바리스타가 아닌 일반 소비자, 가정용 커피머신이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 패널은 두 페이지로 구성돼 있고, 손가락으로 터치해 페이지 넘겨가며 사용할 수 있다. 기본 조작부터 설정, 레시피 저장, 내부 세척 등 커피머신과 관련된 모든 조작을 손가락 터치로 가능하다. 어떤 조작이든 터치하고 스크린의 지시대로 따라하면 된다.

터치스크린에는 미리 저장한 커피 레시피를 메뉴로 배치해 바로바로 추출할 수 있도록 했고(이름도 지정할 수 있다). 우유 거품만 내는 '우유거품', 커피 포트 같은 대용량 용기에 담을 정도로 많은 양의 커피를 추출하는 '포트커피', 홍차 또는 녹차용 온수만 뽑아 내는 '녹차/홍차 온수' 등 총 16개 메뉴를 구성, 배치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 터치 한 번으로 간단히 커피
추출
터치스크린 터치 한 번으로 간단히 커피 추출

이를 테면, 가정 내 '아버지 커피', '어머니 커피', '손님용 커피' 등으로 구분해, 각자의 취향과 입맛에 맞게 저장하고 터치스크린 메뉴로 두면, 이 메뉴를 터치해 해당 커피를 내릴 수 있다.

기본 조작은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지만, 머신에 문제가 생기거나 문의사항이 생기면 지체 없이 유라 측에 연락하면 된다. 커피머신 엔지니어가 아닌, 현역 바리스타가 소비자 문의에 대응하고 있다. Z8 설치도 이 바리스타가 직접 방문해 설치하고, 사용법과 주의사항, 기본 커피 정보/레시피 등을 충분히 전달한다.

본 리뷰용 Z8 설치 때도 바리스타가 방문해 2시간 가량 상주하며 꼼꼼히, 자세히 설명했다. 설치 전 전압/전류을 가장 먼저 측정한다. 일정한 전압/전류가 공급돼야 좀더 맛있는 커피를 보장할 수 있다고 한다. 2시간 동안 머신 사용법보다는 커피에 관한 '바리스타 노하우'를 좀더 배웠다.

유라 소속 현역 바리스타가 직접 설치
지원한다
유라 소속 현역 바리스타가 직접 설치 지원한다

한편 스마트폰에서는 'J.O.E' 앱을 설치해 Z8과 블루투스로 연결한 후 이용하면 된다(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가능). 본체의 터치스크린을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옮긴 것인데, 각 커피 메뉴를 터치하면 Z8이 자동 작동하긴 하지만, 그전에 컵을 놔둬야 하니 커피 추출에 있어서는 사실상 실용성이 그리 크진 않다.

터치스크린의 기능을 스마트폰 앱으로 실행
터치스크린의 기능을 스마트폰 앱으로 실행

이에 이 앱은 그보다는 사용 통계나 상태 모니터링, 정보(사용법) 참고, 기본 설정 등에 좀더 유용하다. 통계의 '제품 카운터'에서는 각 커피 메뉴별 추출 수와 전체 추출 수 등을 파악할 수 있고, '관리 카운터'에서는 세척 수, 부품(필터 등) 교체 수, 각 관리 조치 수 등을 보여준다. 원두 한 봉지 당 커피 추출 수나 커피별 선호도 등을 파악하기에 유용하겠다.

앱의 '통계'에서 사용 통계나 관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앱의 '통계'에서 사용 통계나 관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관리 지침' 메뉴에는 Z8을 사용, 관리하는데 참고할 문서나 영상(유튜브) 등을 보여준다. 이외 '샵' 메뉴도 있는데, Z8 사용에 필요한 구성품이나 세척용품, 유라 원두 등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일 텐데, 현재는 아직 국내 판매처와 연결되지 않는다(유라 홈페이지가 열린다). 이는 조만간 완료되리라 기대한다.

자, 그럼 Z8로 내린 커피의 향과 맛은 어떨까. 커피의 향과 맛에 대한 개인 차이가 분명하기에, '무엇이 좋다', '어느 커피가 맛있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동일한 원두를 내리던 다른 (타사)커피머신의 커피보다는 확실히 진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느낄 순 있었다. 물론 이 느낌이 '최고 사양의 프리미엄 커피머신으로 추출한 커피'라는 인식 때문에 받은, 심리적 느낌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느낌도 그와 동일하다면 인정할 만하겠다.

유라 Z8으로만 내릴 수 있는 '플랫화이트'
라떼
유라 Z8으로만 내릴 수 있는 '플랫화이트' 라떼

주변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던(바리스타가 만들어주던) 아메리카노 계열의 커피와는 풍미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고, 우유가 들어가는 라떼 계열의 경우, 라떼아트(거품으로 그린 그림)는 그릴 수 없지만 충분히 즐겁게, 맛있게 음미하며 마실 수 있을 수준은 된다. 특히 플랫화이트는 라떼 스타일의 맛이면서도, 글로 제대로 표현하기 애매할 만큼 살짝 독특하다. 두유를 섞어도 괜찮을 듯하다.

무엇보다 세척이 번거롭고 귀찮아 라떼류 커피를 포기하던 때와 달리, 라떼나 카푸치노, 마키야토, 플랫화이트 등의 밀크 베리에이션 커피를 다양하게 마실 수 있어 좋다. 세척 전용 용기를 받침대에 올리고 우유 호스를 노즐부와 세척용 용기에 꽂은 다음 세척 버튼을 누르면, 약 2분 간 자동 동작하며 노즐부와 우유 호스를 세척한다.

라떼류 추출 후 우유 공급 호스 및 노즐 청소가
용이하다
라떼류 추출 후 우유 공급 호스 및 노즐 청소가 용이하다

이 정도의 커피 맛과 머신 관리라면 가정이나 사무실이 아닌, 소규모 디저트전문점 등에서 판매용 커피로 판매해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물론 업소라면 업소용 커피머신을 배치하는 게 사후지원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커피 관련 전문교육을 받거나 바리스타를 따로 고용할 필요 없이, Z8 한 대 배치하면 어지간한 커피 메뉴 대응은 능히 가능하리라 본다. 가정은 물론이고, 사무실에 놓고 사용한다면 업무환경의 품격을 한층 높이리라 기대한다.

가정/사무실을 카페로 만들어 주는 유라 Z8
가정/사무실을 카페로 만들어 주는 유라 Z8

예상하겠지만 유라 Z8의 가격은 제법 비싸다. 대중적 판매를 기대하기 보다는, 커피를 좋아하는 소수의 커피애호가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전자동 커피머신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Z8의 유라 공식 가격은 710만 원이다. 현재 국내외 여러 커피머신 브랜드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유라와 유사한 수준의 고급 제품은 대개 수 백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유라 커피머신의 홍보모델은 세계 테스니계의 전설, 테니스 황제, 그 위대한 '로저 페더러(스위스)'다. 유라는 2006년부터 그를 지원하고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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